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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산후조리 비용 '눈덩이'… 말뿐인 출산장려 대책

입력 : 2017-04-26 19:29:44 수정 : 2017-04-27 16: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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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 무려 300만원 이상 지출/500만원 넘게 쓰는 경우도 많아/친정·시댁에 부탁하기도 어려워/부담 느끼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대선후보들도 특별한 공약없어 2년 전 출산을 한 A씨는 당시 2주간 250만원가량의 산후조리원 비용을 포함해 한 달 동안 5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양가 부모님은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남편의 배우자 출산휴가는 고작 사흘이었다. 이제 막 아기를 낳은 몸으로 갓난아기를 돌보며 살림까지 하기는 어려웠다. 제왕절개를 하면서 병원비는 150만원으로 늘어났고, 민간 산후도우미에게 2주 돌봄비용으로 160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남편의 출산휴가가 좀 더 길었거나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 부담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보니 결국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출산을 경험한 여성 4명 중 1명은 4주간의 산후조리에 300만원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등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기 힘들어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산모가 많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가뜩이나 가계 사정도 어려운 판에 산후조리에 드는 경제적 부담이 큰 데다 비교적 저렴하면서 시설과 프로그램이 좋은 산후조리원을 찾느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산모가 적지 않다.


26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문화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0세∼만3세 영아 자녀를 둔 여성 301명의 24.3%가 4주간의 산후조리에 3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500만원 이상을 쓴 비율은 3.6%였고 400만∼500만원 3.7%, 300만∼400만원은 17.0%였다.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200만∼300만원은 34.2%였다. 이들 중 A씨처럼 제왕절개 출산을 한 경우 출산에 따른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영아를 돌보는 여성의 84.4%가 산후조리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는데 어린이(71.1%)·유아(79.1%) 연령의 자녀가 있는 여성의 비율보다 많이 높았다. 이는 지난 10년간 산후조리원 비용이 지속적으로 오른 데 따른 차이로 보인다.

비용 부담을 느끼면서도 10명 중 8명(80.1%)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요즘 부모들은 친정·시어머니에게 산후조리 부탁을 하는 것에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낀다”며 “산후조리비가 임신·출산기에 들어가는 가장 큰 육아비용인 만큼 현행 중위소득 80% 이하의 가정에만 지원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의 대상과 서비스 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일부에게만 산후관리 지원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지원하는 산후관리시스템을 운영한다. 산후도우미가 가정을 방문해 가사 서비스와 함께 모유수유, 신생아 목욕, 돌연사 예방법 등의 신생아 돌봄 교육을 해준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선후보 중 지금까지 산후조리 부담 완화를 주요 의제로 거론한 후보가 아무도 없다. 일부가 공약집에 한두 줄 담았을 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행 산후 돌봄 지원사업의 지원 기준인 중위소득 80% 이하를 단계적으로 1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단계적으로 모든 출산가정을 지원하는 ‘방문건강관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산후조리서비스의 비용 일부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다들 입으로만 ‘국가가 책임질 테니 자녀를 많이 낳아라’라고 출산을 독려하면서 정작 실질적인 출산 부담 완화 대책엔 소홀하다고 비판받는 대목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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