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상임공동대표(좌)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우) |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전날 손 전 대표와 직접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논의해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고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앞서 손 전 고문은 자신의 정계 복귀에 맞춰 출간한 회고록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에서도 지난 8월 말 안 전 대표와 만나 ‘정권교체에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은 ‘새판 짜기’ 장에서 “술을 전혀 못하는 걸로 알았던 안철수 의원이 만남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국민의당으로 오라면서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에 대해 나한테 열겠다는 말을 했다”며 “진정성이 느껴져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안 전 대표에게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고 제안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두 사람이 같은 배에 오를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는 현재로선 ‘국민의당이 곧 제3지대’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 전 고문으로선 이미 대선 주자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기존 정당에 입당하기보다는 외곽에 남아 있는 게 유리하다. 그래야 여권 비주류를 포함해 다른 중도 세력을 모두 포섭할 여지도 생긴다는 판단이다. 이날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성균관유도회 70주년 행사에서 국민의당 박 위원장을 만나 손 전 고문의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 물었는데, 박 위원장도 “그렇게 빨리 움직이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의원들은 많이 움직일 것 같더라”고 답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밖의 손 전 고문 측 인사들은 이 같은 견해에 부정적이다. 결국 손 전 고문이 ‘경선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손 전 고문을 따라 이날 민주당을 탈당한 이찬열(사진) 의원도 국민의당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뜻을 못박았다. 이 의원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손 전 고문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맡은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손 전 고문과 안 전 대표는 개헌 이슈를 고리로 ‘따로 또 같이’ 제3지대 외연을 확장해 갈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도 개헌론자이며, 손 전 고문도 전날 정계 복귀 기자회견에서 ‘제7공화국의 필요성’을 복귀 명분으로 삼았다. 제3지대 확장에는 문 전 대표와 선을 긋고 있는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의 역할론도 떠오르고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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