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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교안 시대와 공지영의 머나먼 슬픔… “정치적 성향 이유 교정위원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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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02 06:00:00      수정 : 2015-09-01 19:55:39
“나에게 봉사할 곳이 있는 한 난 두렵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13년째 열정적으로 사형수들의 교정 봉사 활동을 해오다가 법무부로부터 교정위원 재위촉이 거부된 작가 공지영씨.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가 황교안 (법무)장관(이) 그만둘 때까지 버텨보자(고) 생각하고, 공(지영) 작가님께는 말씀(을) 안드렸는데, 이번에 다시 (공 작가의 법무부 교정위원을) 신청하니 최종(적)으로 안된답니다.”

‘교정 봉사’ 차원에서 13년째 서울구치소의 사형수들을 면회해온 인기 작가 공지영(孔枝泳·52)씨는 1일 재충전을 위해 찾은 스위스에서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소식을 들었다. 오는 10일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다시 만날 사형수들을 만나기 위해 ‘성당이 보이는 엽서’도 현지에서 구입, 가방에 챙겨 넣어뒀던 그였다.

공씨는 이날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이었던 김성은 신부로부터 올 봄에 이어 다시 법무부 교정위원에 재위촉되지 못했다는 통지를 문자 메시지로 받았다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밝혔다.

특히 공씨는 황교안 총리가 법무부장관 시절인 올 봄에도 ‘정치적 성향 관계’ 때문에 법무부의 교정위원에 재위촉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또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교정위원의 위촉 및 재위촉, 해임은 보통 4월과 9월쯤 이뤄진다.

법무부의 교정담당 A 신부로부터 올 봄에 이어 다시 법무부 교정위원에 위촉되지 못했다는 통지를 문자 메시지로 받았다고 밝힌 공지영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김 신부는 공씨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난 봄에 황교안 (법무부)장관 당시에 공 작가님의 정치적 성향관계로 (교정위원에) 재위촉(이) 어렵다고 (교정본부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1일자로 사회교정사목위원장 임기를 만료한 김 신부는 이날 밤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봄 교정위원 재위촉과 관련해 법무부 및 교정본부, 서울구치소 등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구속을 비판하거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비판한 공 작가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한 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꼼꼼한 분으로, (공 작가의 교정위원 재위촉이) 90% 안될 것’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조언을 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성향을 문제로 공 작가의 교정위원 재위촉을 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공씨는 ‘정치적 성향’ 문제 때문에 법무부 교정위원에 재위촉되지 못했다는 소식에 분노하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죽이려고 번호(를) 매겨 놓은 사람들(사형수들에게) 내 정치성향이 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일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법무부 측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자격 기준과 관련해 교정위원들은 자질과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위촉하며, 일반론적으로 정치적인 성향 때문에 특정인의 위촉을 배제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황교안 총리
법무부 교정위원은 사형수를 비롯해 현재 교도소의 수형자 교화활동에 참여하는 무보수의 민간 자원봉사자들로, 2015년 4월 현재 4676명에 이른다. 3년 임기의 교정위원은 각 교도소 소장들의 추천과 지방교정청장의 상신을 거쳐 법무장관이 위촉한다.

공씨는 2003년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집필을 앞두고 사형수와 만나왔다. 그는 교정사목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처음 사형수를 만나는 날 ‘설마 제가 순교하는 건 아니겠죠?’ 라는 기도를 하고 갔다고 2010년 7월 한 특강에서 밝혔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죽음을 앞둔 사형수와 3번의 자살을 기도한 여교수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을 그렸다. 이 소설과 영화의 영향으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씨는 사형수를 만나면서 사람이 변할 수도 있다는 걸 절감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격적 대우야말로 사람을 변화시켜요. 증거가 제가 13년간 만나온 사형수들”이라고 밝히는 등 사형수들에 대한 교정 봉사에 열정적인 이유다.

실제 수형자들도 교정위원과의 만남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던 출소자 김모씨는 지난 4월 교정위원 전국대회에서 “복역 중 알게 된 교정위원은 저를 새로 태어나게 만든 어머니”라고 격찬하고 “사랑과 인내로 대해주며 새 삶의 길을 걷게해준 그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지영씨는 2003년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집필을 앞두고 사형수와 만나기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사형수와 3번의 자살을 기도한 여교수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을 그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한 장면. 영화예고편 캡처.
공씨 자신도 이 과정에서 ‘위로받기도’ 했다. 그는 2010년 7월 특강에서 “이제야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게 됐고, 봉사라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이로운지 알았다. 나에게 봉사할 곳이 있는 한 난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공씨는 어렸을 때 집 근처의 성당을 다니다가 18년 동안 가톨릭에 ‘냉담(冷談)’했지만 마흔이 되던 해에 ‘벼락처럼 신을 만나‘ 다시 성당에 나가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8년 <창작과 비평>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내며 등단해 1994년 <고등어>와 <인간에 대한 예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권을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신드롬이 이는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작가 가운데 한명이다.

공씨는 ‘사회적 발언’도 적극적으로 해온 작가다. 박근혜 대통령을 ‘나치‘에 비유해 보수진영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 사형수들의 접견은 월 4회 각 30분 이내로 제한된다. 친어머니를 제외하면 가족조차 인연을 끊는 경우가 많지만, 종교상담 등을 통해 주 1회 5시간씩 교도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부나 목사, 스님과 만나 상담받을 수 있다.

세계일보는 공씨의 법무부 교정위원 재위촉 탈락과 관련해 그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를 보내 자세한 경위와 심정 등을 듣고자 시도했지만 이날 밤 9시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의 슬픔과 분노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 해결로 이어지길 바라서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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