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난 22일 오후 6시쯤. 북한군은 서 해 NLL 이남, 연평도 서남방 14㎞ 인근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 중이던 우리 해군 유도탄 고속함 인근 해상에 2발의 포격을 가했다. 우리 함정은 대응사격으로 5발의 76㎜ 함포탄을 12㎞ 떨어진 NLL 이북의 북한 경비정 인근으로 발사했다. 도발원점은 아니었다. 북한의 포탄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근접한 북한 함정 쪽으로 쏜 것이었다. 이번에도 아서가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김 대변인은 아서가 작동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우리들 전력과 관계돼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3년 전 해명을 되풀이했다.
북측의 포격원점을 탐지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아서는 왜 필요할 때는 꺼져 있는 것일까.
엄효식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3일 “대포병 레이더(아서)는 부대에서 원래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전 상황과 레이더의 기계적인 특성 등을 고려할 때 24시간 내내 운영은 제한된다”고 해명했다. 대포병 레이더는 하루 6시간 이상 가동하면 전력 과부하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엄 실장은 “북한이 포를 쏜 것은 굉장히 기습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실시간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아서를 가동하는 단계가 있는데 당시 북한의 해안포 진지 중 일부만 열려 있고 나머지는 열려 있지 않아서 아서를 켤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며 “저강도의 일부 해안포 위주여서 아서를 가동할 단계는 아니었고, 포탄이 2발 날아온 이후에는 바로 아서를 켰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북한군은 서해 NLL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함정을 ‘타격하겠다’는 위협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기 때문이다.
군도 최근 들어 북측이 매일 국제상선공통망(선박 핫라인)을 통해 타격 위협을 가하자 경계태세를 대폭 강화한 상태였다.
북측의 함포 도발 징후가 이렇게 뚜렷한 상황에서도 아서를 가동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아서는 언제 가동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서남전선군사령부 명의의 보도문을 통해 북한군의 함포 도발 사실을 부인하고 오히려 우리 측이 먼저 포 사격을 했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우리 군이 도발원점을 파악하지 못하자, 이를 빌미로 역공을 편 것이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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