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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사업도 망하고 세금폭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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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04 21:37:06 수정 : 2014-03-04 22: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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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회사를 새로 하나 만드는데 자네가 대표이사를 맡아 보소.” 직원인 갑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차마 회장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내가 5억원을 자네 계좌로 쏴줄 테니 그걸로 자본금을 납입하고, 그 돈을 다시 빼서 돌려줘.” “가장납입 말입니까?” “그래.”

이렇게 해서 갑은 자신의 계좌로 돈을 받은 후 주금 납입 은행에 그 돈을 입금해 회사 설립을 마치고, 며칠 후 회사 계좌에서 그 돈을 자신의 통장으로 송금한 후에는 다시 회장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했다. 회사 장부에는 회사가 갑에게 5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계상해 놨다. 회사로선 갑에 대한 단기채권(가지급금)과 미수이자(인정이자)채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얼마 가지 못하고 폐업했다. 폐업하면 회사를 해산하거나 청산해야 하지만 이미 자본금이 다 빠져나갔기 때문에 굳이 그런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사업을 접고 갑은 다른 일에 몰두했다.

그런데 4년 후 갑에게 세금고지서가 날아왔다. 갑은 세금고지서를 보고 까무러쳤다. 자그마치 세금액수가 1억7000만원이 넘었다. 갑은 세무서로 달려갔다. “무슨 세금을 제가 내야 합니까?” 세무공무원이 고지서를 확인해보더니 말했다. “4년 전 모 회사의 대표이사였네요. 그리고 그 회사는 그해 12월 31일 폐업했고요. 회사가 사장님께 5억원의 단기채권과 1500만원의 미수이자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폐업시까지 회수하지 않았네요. 회사가 폐업해 특수관계가 소멸됐음에도 대표이사로부터 채권을 회수하지 않으면 채권 상당액의 금원이 대표이사에게 귀속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상여로 소득처분하고, 당해 연도 귀속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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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세무공무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 5억원은 회사가 제게 빌려준 것이 아니라 가장납입한 돈을 다시 전주에게 돌려준 것입니다.” “글쎄요. 세법에는 가장납입한 것도 회사 돈이 되는 것입니다. 회사 돈 5억원이 회사 밖으로 유출됐는데 그 돈의 귀속자가 불분명하면 대표이사에게 귀속된 것으로 봅니다. 그 액수만큼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는 거죠.” “무슨 세법이 그렇습니까. 전 그 돈을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억울하다고 생각하시면 불복해야 구제를 받습니다.” 갑은 불복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가장납입도 납입이므로 5억원은 회사 자본금인 것이고, 회사로부터 가지급금 형식으로 5억원을 인출한 것은 분명 회사 돈이 갑에게 나간 것이다.

이에 갑은 회사에 5억원을 변제할 의무가 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주식회사가 특수관계자인 대표이사에 대해 장부상 ‘가지급금’으로 계상해둔 것은 대표이사로부터 그 가지급금을 회수할 것이 전제된 것이다. 만일 회사가 대표이사로부터 그 가지급금을 회수하지 않는 식으로 사실상 회수를 포기하면, 이 경우의 가지급금은 결국 대표이사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는 것이 세법이다. 결국 갑은 사업도 망하고 세금폭탄만 맞은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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