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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여성들 ‘아픔’ 선율로 보듬다

입력 : 2012-09-05 18:09:18 수정 : 2012-09-05 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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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여성음악인 15人 ‘이야기 해주세요’ 음반
“역사 아닌 약자에게 상존하는 오늘날의 문제이기도”
서정적 음악에 비판의식 담은 가사 은유적으로 입혀
“우리는 홍익대 앞에서 각자 음악 하는 사람들인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유대감과 연대의식을 갖게 됐어요. 할머니들에 대한 공감대 하나만으로 소통하면서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됐습니다. 느슨한 연대 혹은 게으른 연대를 형성하게 된 것 같아요.”(휘루)

지난달 24일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여성 음악인들이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음반을 발매했다. 송은지 정민아 휘루 한희정 오지은 지현 황보령 남상아 등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여성 음악인 15명의 컴필레이션(편집) 음반이다. 여성의 인권과 삶에 대해 노래해온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을 제외하면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노래한 순수 음악인들이다.

이번 음반은 1년 전 소규모 아카시아밴드 송은지씨가 동료 가수들에게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3일 홍대 앞 씨클라우드 클럽에서 만난 송씨는 “처음 이야기를 했던 건 2006년 ‘릴리스의 시선’이란 모임에서였지만 홍대 앞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여성 음악인이 늘어나면서 성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씨가 위안부 여성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정신대 안 끌려가려고 일찍 결혼했다”며 손녀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할머니 덕분이었다. ‘처녀 공출’에 대한 공포는 당시를 살았던 여성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무관심한 현대인에게는 지나간 역사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들이 한분 두분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음반을 내자”고 결심했다.

이들은 각자 작업해온 곡을 하나로 합치는 기계적인 협업이 아니라 1년간 꾸준히 토론하면서 음반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음반 제목도 결정됐다.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음반을 낸 정민아, 휘루, 송은지(왼쪽부터). 모두 홍익대 앞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다.
“뒤표지에 적힌 ‘우리의 할머니들에게’를 원래는 음반 제목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할머니라는 말이 괜찮을까’라는 지적이 나왔어요. 통념상 ‘할머니’는 여성이 아닌 노인일 뿐이잖아요. 한계를 지닌 말 같아서 모호하면서 다양한 의미로 쓰일 수 있는 제목을 선택하게 됐습니다.”(휘루)

음반 제목인 ‘이야기해 주세요’는 재미교포 차학경 작가의 ‘딕테’에 나오는 구절을 땄다.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폭력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마음을 담았다. 위안부 문제는 역사가 아니라 약자에게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오늘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 흐르는 노래가 바로 우리 음반이에요. 이렇게 들려주는 게 우리들의 역할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무관심한 일반인과 같았는데 곡 작업을 하면서 할머니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노래를 통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정민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았지만 이들의 음반은 띠 두르고 목소리 높이는 운동권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레게, 삼바, 일렉트로니카, 포크, 팝 등 15인이 지금까지 들려준 서정적인 음악에 비판의식을 담은 가사를 은유적으로 입혔다. 음반·음원·공연수익은 모두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해 쓰인다.

글·사진=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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