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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 쉴 새 없이 들어오고" 할머니의 눈물

입력 : 2012-09-09 16:37:28 수정 : 2012-09-09 16: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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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 열린 '꽃에게 물을 주겠니' 기념회에 100명 참석
야스다씨 "할머니 책 공공도서관에 보급됐으면…"
 "군인들은 쉴 새 없이 들어오고 또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나는 밤마다 울고 또 울었습니다."

지난 7일 저녁 일본 도쿄의 한 구립복지회관.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93) 할머니 인생의 한 토막이 일본어로 울려 퍼졌다.

낭독자는 전(前) 도쿄도립고교 일본어 교사 야스다 치세(66ㆍ여)씨. 그가 손에 쥔 것은 지난 7월 직접 번역해 발간한 책 '꽃에게 물을 주겠니'였다.

이 책은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93) 할머니의 일생을 다룬 소설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를 번역한 것이다. 일본에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보고서가 나온 적은 있지만 이들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 일본어로 번역돼 출간되기는 처음이다.

황해도가 고향인 황 할머니는 19살 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만주 등지에서 생활했다.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온 뒤 한국전쟁 때 고아 5명을 거둬 결혼까지 시켰다.

1992년 일본에서 열린 위안부 할머니의 집회를 보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야스다씨는 해마다 서너 차례씩 방한, 주한일본대사관 집회에 참여했다. 일본에서 위안부 증언대회가 열리면 안내를 맡았다.

야스다씨는 황 할머니와 20여년간 정을 쌓았다. 황 할머니를 직접 모시고 출판기념회를 하고 싶었던 그는 할머니의 건강이 안 좋다는 이유로 그동안 미뤄왔지만 요즘 악화되는 한ㆍ일관계를 지켜보자니 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야스다씨는 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양국 정부의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고, 일본에서 위안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우익의 의견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일본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익들의 거센 항의를 받을 때면 무서울 때도 있지만 나쁜 일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며 "오히려 책을 선전해주니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야스다씨와 뜻을 같이하는 일본인 100여명도 출판기념회에 모였다. 이들은 황금주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함께 시청하고 우리 노래 '아침이슬'과 '임진강'을 함께 불렀다.

또 건강이 안 좋은 황 할머니를 대신해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를 초청, 황 할머니의 인생과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야스다씨가 바라는 게 있다면 이 책이 일본 공공도서관에 보급되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책이 얼마나 나갔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 "다만 일본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처럼 개방된 곳에 비치돼 젊은이들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사서교사인 친구가 와서 이 책을 학교 도서관에 놓아야겠다고 하니, 출판기념회를 한 보람이 있다"며 웃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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