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면담부터 삐딱하게 나오는 스톤의 언행에 잭은 몹시 불괘하지만 자신의 ‘완벽한 퇴직’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면담을 이어간다. 가석방 심사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진 스톤은 아름답고 뇌쇄적인 아내 루세타(밀라 요보비치)에게 잭을 유혹하게 한다. 신앙과 사회적 규범으로 짜놓은 자신만의 틀 안에서 나름대로 완벽한 삶을 살아오던 잭이었지만, 루세타의 유혹을 피해 가지 못한 채,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절대 비밀로 해야 해요.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요.”
열정적인 섹스 뒤로, 매사 당당하던 잭이 루세타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군색하게도 이것이 전부다. 보수주의자, 완벽주의자의 체면이 구겨지고, 잭은 자기 덫에 걸린 심정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스톤은 갑자기 가석방을 거부하고, 루세타는 잭에게 남편의 가석방 심사와 상관없이 잭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적 배우 로버트 드니로, 신이 내린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에드워드 노튼, 그리고 섹시하고 강렬한 여전사로 스크린을 평정한 밀라 요보비치. 영화 ‘스톤’의 주인공들을 보자면, 적어도 이 영화가 날림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을 거란 듬직한 믿음을 안겨준다.

‘세상에 나와 있지만 갇힌 삶을 사는 잭’과 ‘감옥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자유를 느끼는 스톤’의 상반된 모습은 오히려 영화가 끝난 뒤 더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겉모습을 보고, 신은 마음을 본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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