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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기 이야기] <2> 자주국방의 신호탄 백곰유도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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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06 10:27:06 수정 : 2010-10-06 10: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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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줄다리기 협상끝 개발승인 받아내
소프트웨어·추진제 확보… NH알맹이는 모두 바꿔
1974년 5월14일. ‘항공공업 육성계획’은 마침내 박정희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율곡사업’으로 추진된다. 사업의 핵심 내용은 사거리 500㎞의 지대지 유도탄을 1978년까지 개발한다는 것. 당초 거론된 ‘1976년까지 개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간을 2년 연장했다.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항공사업담당 부소장 산하에 추진기관, 기체, 유도조종, 시험평가 등 6개 부서로 구성된 기구를 설치하고 유도탄 개발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1974년 9월에는 ‘대전기계창’으로 위장한 유도탄연구소가, 1975년 1월부터는 ‘안흥측후소’로 문패를 단 비행시험장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1973년 이후 ADD가 국내외에서 유치한 수많은 고급두뇌 가운데 유도탄 개발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 점이다. 유도탄을 시험 제조할 방산업체도 전무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미 육군이 보유한 사거리 500㎞의 ‘퍼싱’(Pershing)급 유도탄을 1978년까지 개발한다는 것은 미국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기술지원정책이 기존 보유무기와 방어무기에 국한돼 있다보니 장거리 유도탄에 대한 지원은 말도 꺼내기가 어려웠다.

예상대로 미 정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은 힘겨웠다. 당시 리처드 스틸웰 주한미군 사령관과 모튼 아브라모비츠 미 국방부 차관보까지 ADD를 방문해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 미국측 반대 논리는 사거리 100㎞가 넘는 장거리 유도탄 개발은 핵확산 방지 차원에서 중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국방부와 ADD는 “미 육군이 머지않아 나이키 허큘리스(Nike Hercules·NH) 유도탄을 폐기하고 새로운 패트리엇(Patriot) 미사일로 대체하는 만큼 이번 한국의 유도탄 개발은 향후 한국군의 NH 유도탄 정비와 성능개량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며 미국을 설득했다.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도 뒤따랐다.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결국 미 정부로부터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NH 유도탄의 사거리 180㎞와 탄두중량 1000파운드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양해한다”는 조건부 개발 승인을 받아냈다.

◇‘백곰’ 유도탄의 모델인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1950년대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장거리 고고도 대공미사일로 마하 3의 속도로 비행하며 표적 70m 범위 내에서 폭발, 목표물을 격추시킨다.
유도탄 제조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추진제 확보도 걸림돌이었다. 운이 따랐다. 대전기계창 초대 창장을 지낸 이경서(71) 단암시스템즈 회장은 “우리가 유도탄 제조 소프트웨어 확보에 목매고 있을 때 마침 불황에 허덕이던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사가 NH 미사일의 사거리 개량을 제안해와 작업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나, 미 공군에 추진제를 납품하던 LPC사가 적자로 폐쇄한 유도탄 추진제 공장 시설을 260만달러라는 헐값에 넘기면서 그 원천기술과 장비를 고스란히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기적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NH 유도탄에는 1950년대 기술이 적용된 탓에 모방을 하더라도 대폭적인 성능 개량이 불가피했다. 먼저 사거리 연장을 위해 1, 2단 추진기관을 추진력이 큰 복합추진제로 바꾸고, 전자회로를 모두 반도체화하며, 유도신호처리도 컴퓨터로 자동화하기로 했다. 껍데기만 빼고 알맹이는 모두 바꾸는 작업이었다.

박병진 기자, 공동기획 국방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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