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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 상페가 사랑한 미국의 에너지

입력 : 2023-08-18 21:15:50 수정 : 2023-08-18 21: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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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선으로 큰 사랑받아
본인이 나고 자란 佛보다
미국, 특히 뉴욕에 더 매료
담담한 색과 가는 선 그림엔
유머와 풍자 감각까지 갖춰

미국의 상페/장자크 상페/양영란 옮김/미메시스/2만5000원

뉴욕의 상페/장자크 상페/허지은 옮김/미메시스/3만2000원

 

1959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한 동화 ‘꼬마 니콜라’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출간돼 큰 인기를 누렸다. 인기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장자크 상페가 그린 삽화였다. ‘꼬마 니콜라’를 통해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삽화가가 된 상페의 여러 작품은 2011년 한국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어른을 위한 삽화’란 말처럼 해학적이고 비판적이며, 때로는 현대 사회와 인간들을 신랄하게 비꼰다. 하지만 그 속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일상의 작은 행복, 그리고 사랑이 느껴진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상페의 작품 하나가 따분한 논문 1000편보다 현대인의 삶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평가할 정도다.

와인이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지방 출신에 유럽의 문화 중심 파리에서 활동하던 상페는 유독 미국을 동경했다. 어려서부터 재즈를 듣고 자라며 연주가의 삶을 꿈꾸기도 했던 그는 프랑스에서 명성을 얻은 뒤로도 미국 뉴욕의 저명한 문예지 ‘뉴요커’가 자신을 불러주기를 고대할 정도였다. 그리고 1978년 꿈을 이뤄 40년간 뉴요커 표지를 책임졌다. 가느다란 선과 담담한 색이 돋보이는 개성 넘치는 상페의 삽화는 수많은 미국인을 매료시켰다.

장자크 상페/양영란 옮김/미메시스/2만5000원
장자크 상페/허지은 옮김/미메시스/3만2000원

상페는 왜 미국을 좋아했을까. 그에게 파리가 고상하고 아름답지만 과거를 추억하며 늙어가는 도시였다면, 뉴욕은 시끌벅적한 젊은 활기와 미래에 대한 낙관이 가득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상페의 오랜 친구인 언론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얌전한 부르주아 도시라면, 상페에게 미국은 ‘모든 이가 긍정적이며, 그때마다의 상황이나 삶의 변덕스러운 면모에 맞춰 적응하려 애쓰면서 저마다 나름대로 앞길을 헤쳐 나가는’ 대중적인 나라로 비쳤다”고 기술한다.

미국 뉴욕 도심을 묘사한 삽화.
상페는 뉴욕 음악가들의 모습도 많이 그렸다.

지난해 8월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상페의 1주기를 맞아 ‘미국의 상페’가 번역 출간됐다. 상페가 미국에서 그린 작품과 그를 기리는 글들을 한데 묶었다. 무엇보다 따스하고 섬세하면서도 유머와 풍자 감각을 두루 갖춘 상페의 시선으로 본 미국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상페는 1969년 달 탐사에 나서는 아폴로 11호의 발사선 새턴 5호의 출발을 앞둔 역사적 순간을 “우리 자신의 보잘것없는 인생사를 웃음거리 삼으려는 듯, 발사체를 향해 걸어가며 부부생활의 애로점을 털어놓는 두 우주인의 대화를 슬쩍 곁들이는” 그림으로 보여준다. 또한 센트럴파크의 뉴욕 시민들이 쉽게 감정을 드러내며, 행복에 겨워하고, 살아있음을 기뻐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1969년 잡지사 기자로 달 탐사에 나서는 아폴로 11호의 발사선 새턴 5호의 발사 현장을 취재하면서 그린 삽화. 출판사 제공

2012년 국내 소개됐던 ‘뉴욕의 상페’도 이번에 ‘미국의 상페’와 함께 11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 책에는 상페가 그려온 ‘뉴요커’ 표지 삽화 160점과 르카르팡티에가 그를 인터뷰한 글이 실렸다. 상페의 꿈, 뉴욕 생활, 그림에 대한 가치관, 표지 그림을 그리는 방식, ‘뉴요커’를 매개로 만난 사람들 얘기 등이 실렸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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