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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잡고 가볍게 선사시대로 날아가 볼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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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2 14:51:59 수정 : 2023-02-12 15: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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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최대규모 고인돌 강화 부근리 지석묘 웅장/인근 강화역사박물관·자연사박물관에선 선사시대로 ‘점프’/갑곳돈대서 강화바다 즐기고 전쟁박물관까지 알찬 방학여행

 

강화 부근리 지석묘

“아빠, 이거 진짜예요?” 강화자연사박물관 1층 로비. 몸길이 무려 14.5m 향유고래 골격 표본을 마주한 초등학생 꼬마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아빠의 대답을 재촉한다. 진짜 맞다. 2009년 1월 인천 강화군 서도면 불음도에서 좌초된 향유고래 뼈로 만든 표본이다. 방학은 아이들에겐 ‘천국’이지만 부모에겐 ‘숙제’만 가득 안긴다. 하지만 고민할 것 없다. 아이들 손 잡고 수도권에서 반나절이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고장, 강화로 달려가면 된다.       

 

강화자연사박물관 향유고래 골격 표본

#무게 53t 고인돌 덮개돌 어떻게 올렸을까

 

새해도 어느덧 2월. 길게만 느껴지던 겨울방학이 절반이 지나 이제 슬슬 새 학기를 준비할 시간이 다가온다. 아직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마치지 못했다면 강화군 하점면을 ‘강추’한다. 강화자연사박물관과 강화역사박물관이 붙어 있어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어서다. 특히 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 고인돌 ‘부근리 지석묘’까지 알차게 둘러볼 수 있어 반나절 여행지로는 안성맞춤이다. 박물관 앞 넓은 잔디가 펼쳐진 고인돌공원을 천천히 걸어 오르면 거대한 규모의 고인돌이 보인다. 오랜만에 날씨가 영상 기온으로 풀리면서 아이들과 나들이 온 부모는 고인돌을 배경으로 아이의 체험학습 ‘인증샷’을 찍느라 바쁘다. 이곳에서 300m 떨어진 솔밭 구릉에는 다양한 고인돌이 분포돼 있는데 부근리 고인돌군은 모두 16기다. 또 고천리와 오상리 등 강화도 북부 일대에서만 고인돌 170여기가 발견됐다.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아 전북 고창, 전남 화순 고인돌 유적과 함께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강화군 강돌이 캐릭터
부근리 지석묘

고인돌은 보통 무덤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사를 지내는 제단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탁자식(북방식)은 땅 위에 돌을 높게 세워 큰 상판을 얹은 모양이고 바둑판식(남방식)은 큰 돌을 작은 받침돌로 고이거나 받침돌 없이 평평한 돌을 얹은 형태다. 부근리 지석묘는 대표적인 탁자식으로 3000여년 전 청동기시대 유물로 추정된다. 정면에서 자세히 보니 받침돌 2개가 한쪽으로 15도가량이나 기울어져 있다. 이런 형태로 수천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니 당시 선조들의 기술이 대단하다. 더구나 받침돌(가로 4.6m·세로 1.5m·폭 0.8m) 위에 얹은 덮개돌(가로 6.5m·세로 5.2m·폭 1.4m) 무게가 무려 53t에 달한다. 기중기도 없던 청동기시대에 이처럼 거대한 돌을 어떻게 올렸을까. 

 

강화역사박물관 선사시대
강화 역사박물관 유물

#박물관서 즐기는 흥미진진 선사시대 여행

 

해답의 힌트는 강화역사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 고인돌 건축 과정 모형이 전시돼 있는데 먼저 받침돌을 세운 뒤 일대를 흙으로 메워 언덕을 만들고 밧줄로 묶은 덮개돌을 언덕 경사면을 따라 사람들이 끌어당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문이다. 덮개돌 무게로 미뤄 성인 1명이 100㎏을 감당해도 50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강화도 북부에 우리 조상들이 대규모로 집단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역사박물관에선 선사시대부터 청동기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근·현대사까지 옛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살펴보며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강화의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꾸민 2층에는 주먹도끼, 여러면석기, 가락바퀴, 돌화살촉, 반달돌칼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됐다. 또 고목근현토기 등 강화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유물도 만난다. 1층은 고려, 조선, 근대 강화도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청자화분, 청동다리, 동경, 보상화문전 등 민속품으로 꾸며졌다.

 

강화동종

1층 로비 동종은 1688년(숙종 14년)에 처음 만들어졌으나 금이 가 1711년(숙종 37년)에 녹여서 다시 만든 보물로 강화산성 남문에 걸려 있던 종이다. 1866년(고종 3년) 병인양요 때 침입한 프랑스군이 강화동종을 약탈해 가다 무거워서 배에 싣지 못해 갑곶리 토끼다리 근처에 놓고 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강화 자연사박물관

 

강화 자연사박물관

강화자연사박물관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흥미진진한 콘텐츠가 가득하다. 희귀 화석, 광물, 동물, 식물, 곤충 등 실물 표본이 전시돼 지루할 틈이 없다. 로비의 향유고래 골격 표본은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1층에선 태양계의 탄생, 다양한 생물로 가득한 지구,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 인류의 진화과정을 만나고 2층은 생태계와 먹이그물, 종과 집단을 유지하는 번식, 강화갯벌, 생물의 이동으로 꾸며졌다. 두 박물관은 연평균 관람객 18만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 높은 곳으로 두 곳을 모두 둘러보는 통합 입장료가 성인 3000원, 어린이·청소년 2000원이다. 

 

갑곳돈대
갑곳돈대 무기

#갑곶돈대 오르면 강화 바다 한눈에

 

돌아가는 길에 강화대교 근처에 있는 갑곶돈대와 무료인 전쟁박물관까지 둘러보면 알찬 당일치기 여행이 완성된다. 갑곶돈대에 오르자 강화대교와 지금은 자전거길로 사용되는 옛 강화교와 함께 강화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지역에 돌이나 흙을 쌓은 소규모 관측·방어시설. 갑곶돈대는 강화해협을 지키던 중요한 요새로 대포 8문이 배치됐던 포대다. 지금도 조선시대에 쓰던 무기가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강화의 요충지마다 군대 주둔지를 설치했으며 갑곶돈대는 제물진에 소속된 돈대로 1679년(숙종 5년) 축조됐다. 고려 때 몽골과 외교교섭을 벌이던 운치 있는 정자 이섭정도 만난다. 

 

강화 전쟁박물관 사또 캐릭터
포토존 강화 전쟁박물관

갑곶돈대 입구 전쟁박물관은 정묘호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고비 때마다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한 강화의 전쟁 역사와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강화중성 건설 모습을 디오라마로 재현했고 고려 장수와 몽골 장수의 대결 모습이 실물 크기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박물관 앞 탱자나무는 천연기념물. 강화는 탱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으로 성벽 밑에 가지가 거친 탱자나무를 심어 적의 접근을 막는 철조망으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화=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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