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정권 안정돼야 '기후 대응' 협력 가능
바이든, 브라질 새 정부에 힘 실어주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초 브라질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인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지지자들이 불복 의사를 내비치고,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마저 “브라질 대선 당시 트위터가 좌파 후보에 편향됐을 수 있다”고 밝힌 터라 주목된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곧 출범할 룰라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한다.
룰라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사진을 올렸다. 앞서 백악관은 설리반 보좌관과 국무부 관리들의 브라질 방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함께 게시한 글에서 룰라 당선인은 “오늘(5일) 나는 설리번 보좌관으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보낸 백악관 방문 초청장을 받았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하고 브라질·미국 양국 간 관계를 심화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룰라 당선인은 언제 미국을 방문할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대통령 취임 이후가 될 전망이다. 룰라 당선인의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시작한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인수해야 하는 만큼 아무래도 그때까지는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당선인이 50.9%의 득표율을 얻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49.1%)에 가까스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즉각 그와 전화 통화를 나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을 축하하며 “기후변화 대응, 식량 안보, 민주주의 증진, 이주자 대책 등 공통 과제 해결을 위해 파트너로서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2003∼2010년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룰라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라고 부른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다. 당연히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룰라 당선인, 그리고 브라질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기후변화 예방을 위해선 광활한 아마존 삼림을 가진 브라질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룰라 당선인의 조기 방미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브라질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잡음을 신속히 해소함으로써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대선 결과 연임이 좌절된 뒤 딱히 불복을 시사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하거나 룰라 당선인을 축하하지도 않았다. 그의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대대적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심지어 군대의 개입, 즉 쿠데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의 태도도 혼란스럽다. 그는 브라질 대선 당시 트위터가 룰라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또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한테는 불리하게 편향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직원들이 좌파 후보를 선호했을 수 있다”며 관련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 결과에 따라선 룰라 당선인의 정통성이 흔들리고,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론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이런 골치아픈 상황을 어떻게든 막고 싶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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