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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맛과 풍경 즐기는 남해 독일마을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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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06 09:23:39 수정 : 2022-11-06 09: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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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광부·간호사 안식처...유럽식 주택 60여채 조성/정통 독일식 소시지·슈바인학센·맥주 즐기고 공예품샵서 쇼핑/ 원예예술촌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테마 정원으로 꾸며/‘하하하위’ 보며 활짝 웃으니 기분도 ‘업’

남해 독일마을 전경.

불판에서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익어내는 커다란 소시지.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 때문에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여기에 쫀득한 식감이 미각세포를 모두 일깨우는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센까지. 입에 넣어 반쯤 우물거리다 깊고 진한 풍미를 뿜어내는 정통 독일식 맥주로 한잔을 더하자 “캬∼”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유럽식 붉은 기와지붕과 하얀 벽으로 꾸민 집들이 늘어선 남해 독일마을로 들어서자 이국적인 맛과 풍경에 뮌헨 옥토버페스트에 온 듯 어른이고 아이고 신이 절로 난다.

독일마을.
독일마을 거리.
독일마을 카페.

◆파독 광부·간호사의 안식처

 

지인들에게 남해 독일마을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하자 “남해 풍경이 얼마나 좋으면 독일사람들이 모여 사느냐”는 질문이 되돌아온다. 많은 이들이 독일인들이 모여 만든 마을로 착각하는데 이곳은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안식처다. 1963∼1976년 광부 7936명, 간호사 1만1000여명이 서독행 비행기를 탔고 그들이 고국에 송금한 금액은 1억7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와 영자(김윤진 분)가 바로 그들이다.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독일에 파견돼 조국의 경제 발전에 큰 힘을 보탠 그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기 위해 남해군이 30억원을 들여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일대 9만9174㎡ 부지에 70여동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마련했다. 2001년부터 마을 조성이 시작됐는데 독일에 거주하던 교포들은 직접 독일에서 건축 재료를 공수해 전통 독일식 주택을 하나씩 세워 지금의 아름다운 마을로 태어났다.

독일병정인형.
기념품점.
독일맥주.

시계탑 광장 안쪽의 전망대에 오르자 동화속 세상이 펼쳐진다. 유럽 마을에 온 듯, 물건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를 따라 이국적인 붉은 지붕을 얹은 집들이 바다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아주 예쁘다. 현재 60여채가 조성됐는데 대부분 펜션으로 운영하기에 독일마을에 머물면서 남해여행을 하기 좋다. 독일마을 입구에서 독일맥주축제가 열리는 메인광장 도이처플라츠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따라 다양한 카페와 기념품샵이 즐비하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남해파독전시관, 독일 맥주와 독일식 소시지를 판매하는 가게, 독일마을 전경이 내다보이는 전망대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할 맥주, 아잉거 선물세트가 가장 인기 있다. 키다리 독일 병정 인형이 입구를 지키는 ‘저먼 하우스 아트숍’에선 키다리 인형과 남해의 공방에서 직접 만든 핸드백과 지갑 등 가죽 제품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일마을.
도이처플라츠.
독일마을 맥주축제 소시지.

◆이국적인 맛과 풍경 즐기는 남해 독일마을

 

“자! 현재까지 19잔에 성공했습니다. 20잔에 도전할 분 어디 없나요? 어서 나오세요!” 지난달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독일마을 맥주축제 현장. 옥토버챌린지가 진행 중인 도이처플라츠로 들어서자 행사 진행자의 멘트가 요란하다. 잠시 망설이던 사내는 반팔 차림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팔뚝 근육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보통 성인 남자 허벅지만 하다. 2층으로 쌓은 맥주 1000㏄ 잔 스무 개를 양손에 움켜 쥔 남자는 마치 역도 바벨을 잡은 역사처럼 잠시 용을 쓰더니 가슴 위로 들어 올린다. 경사로를 걸어 올랐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야 챌린지 성공. 이제 남은 걸음은 두 발짝인데 갑자기 와장창 맥주잔이 바닥으로 쏟아지고 맥주는 온 사방으로 튀고 만다. 허탈해하는 남자 표정을 지켜보는 여행자들은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2010년에 시작한 독일맥주축제는 매년 1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 독일전통의상을 입고 가면 종합안내소에서 맥주와 잘 어울리는 독일 전통과자 프레첼을 선물한다니 내년 독일맥주축제 때는 꼭 독일 의상 입기에 도전해야겠다.

원예예술촌 입구.
원예예술촌.
원예예술촌.

◆원예예술촌 ‘하하바위’ 보며 활짝 웃어볼까

 

남해 독일마을과 원예예술촌은 보통 세트로 묶어 여행한다. 독일마을 바로 옆에 원예예술촌이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산책하면서 예쁜 집들과 정원을 즐기기 좋다. 이국적인 유럽식 건물과 정원으로 단독 주택을 지을 계획이 있다면 원예예술촌의 집들과 정원 디자인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예예술촌은 2009년 5월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약 16만5300㎡ 대지에 세계 각국의 다양한 테마 정원이 들어섰다. 원예전문가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집과 정원을 자신의 작품으로 꾸몄기에 마을 자체가 커다란 정원이다. 현재 뉴질랜드풍 토피어리 정원, 스페인풍 조각정원, 네덜란드풍 풍차정원, 프랑스풍 풀꽃지붕, 스위스풍 채소정원 등 아름답고 개성이 뚜렷한 주택 20채가 조성돼 있다. 정원은 자유롭게 드나들며 구경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원예예술촌 박원숙의 커피&스토리.

입구를 지나면 베르사유궁전의 정원을 본떠 만든 프렌치가든이 여행자를 반긴다. 맞은편 일본풍 정원 ‘화수목(花水木)’엔 바위, 석등, 모래, 돌길이 정갈하다. 현대적으로 꾸민 영국식 정원 ‘와일드가든’과 풍차가 멋스러운 네덜란드 정원 ‘풍차이야기’, 장독대가 늘어선 한국 정원 ‘꽃섬나드리’가 이어진다. 또 장미가든, 레인보가든, 러브송가든이 산책로를 따라 등장한다. 이곳의 터줏대감은 인기 탤런트 박원숙씨. 그는 유럽의 마을 집을 닮은 카페 ‘박원숙의 커피&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정원이 보이는 야외에 앉아 무화과 현미빵과 커피 한 잔을 곁들이니 가을낭만이 가득하다. 운이 좋으면 박원숙씨를 만날 수도 있다.

원예예술촌 레이디스가든 파독 간호사 조형물.
레이디스가든.

산책로를 따라가면 ‘하하바위’를 만난다. 절벽 위 바위는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신나게 웃는 사람의 옆모습을 그대로 닮아 보기만 해도 폭소가 터진다. 전망대에 올라 남해 마을풍경을 즐기고 시원한 분수가 물줄기를 쏟아내는 문화관을 지나면 예술촌에서 가장 예쁜 ‘레이디스 가든’이 등장한다. 파독 간호사 모습의 조형물을 지나자 꽃댕강나무를 시작으로 많은 가을 꽃들이 활짝 피어 여심을 홀린다.


남해=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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