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관리에는 원칙이 있다. 발생은 최소화하고, 재활용은 최대화하며, 남는 폐기물은 소각을 통해 에너지를 회수하고 매립량을 줄여 제로에 가깝게 하는 것이다. 면적이 작은 유럽 선진국들과 일본은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관리해 매립되는 폐기물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도 1986년 폐기물관리법 시행으로 1980년 초 90% 정도이던 생활쓰레기 매립 비율을 현재 15%까지 낮췄고, 60% 이상을 재활용해 폐기물 관리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5년 전부터는 자원순환기본법을 발표하고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폐기물 관리에 나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18년을 전후해 폐기물 대란으로 인한 폐기물산(山), 수출 폐기물 송환, 폐플라스틱 문제가 대두되었다. 최근에는 생활 패턴 변화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폐기물 급증으로 순환경제 구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폐기물 대란을 일으킨 원인 중에는 폐기물 에너지 회수에 대한 무관심이 있다. 순환경제를 주창한 엘런 맥아더 재단의 ‘나비 도식(Butterfly Diagram)’은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기술적·생물학적 재활용 방법을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원 순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이 있으며, 이런 폐기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소각해 에너지를 회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2026년 수도권 매립지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고 203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 없이는 폐기물 대란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조건 가연성 폐기물 매립을 금지하는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에너지 회수 후 매립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새로운 소각장 건립 필요성과도 연결된다.
소각장은 지난 30년간 대기오염 기준 강화와 기술 개선으로 안전성을 보장하며 운영돼왔다. 운영 초기 문제가 됐던 다이옥신은 운전 및 제어기술 도입으로 현재는 0에 가까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년 전에는 ‘다이옥신 제어’에 관한 기술 개발과 기준 설정에 관해 국내외 학술 연구에서도 많은 발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없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서울시의 경우 4개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운영 중으로, 주요 오염 배출 물질인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다른 소각 시설에서는 하지 않는 다이옥신 농도를 매월 공개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소각 시 발생하는 폐열은 주변 지역의 난방 열원으로 공급하거나 전기를 생산하는 등 대체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폐기물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재활용하고 남는 폐기물을 소각해 에너지를 회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직매립 금지 해결에도 다른 대책이 없다.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소각 시설을 새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 주민의 우려가 큰 사업인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과의 대화와 설득, 그리고 지원을 통해 이해를 높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순환경제 사회 진입’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 에너지 정책에 폐기물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포함시키는 등 중앙 정부의 적극적 지원 또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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