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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칼협’? 최저임금은 줘야 할 것 아닌가”…MZ 공무원, 1.7% 임금 인상률에 반발

입력 : 2022-09-21 17:07:41 수정 : 2022-09-21 17: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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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노총 등 23년도 임금 전면 재검토 요구
“힘들게 시험 합격했더니 낮은 임금에 좌절”
교사노조·전교조 이어 교총까지 반발
“물가인상률 고려하면 실질적 삭감”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젊은 조합원들이 상복을 입은 채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보수 1.7% 인상안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누칼협(누가 공무원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나)’이라고요? 최소한 최저임금은 맞춰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정부가 2023년 5급 이하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1.7%로 의결한 가운데 2030세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월 201만580원)과 비교했을 때 9급 1호봉 기본급은 171만5200원으로, 직급 보조비와 정액 급식비 등을 합쳐도 최저임금 미만인 상황이라며 예산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3년도 공무원 보수 예산안 전면 재검토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신입 공무원 임금 특단 대책 마련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보수인상률 재조정 등을 촉구했다.

 

이철수 부위원장은 “내년도 보수 1.7% 인상이라는 소식에 사무실 모든 직원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20·30세대 공무원들은 비명을 넘어 거의 절규했다”며 “생필품부터 대출 금리, 기름값까지 모두 오르기만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공무원을 몇 년간 한 저도 1.7% 인상을 듣고 화가 나는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MZ세대 공무원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그날의 절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에서 노후생활 최후의 보루인 연금을 절단하더니 월급도 절단하고, 인력도 절단했다”며 “국회는 상실감과 절망감에 빠진 8·9급 MZ세대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현정 위원장도 “대통령과 정부가 공무원 보수에 대해 각종 헛발질을 일삼는 동안 하위직 공무원, 특히 MZ세대 공무원은 현장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청춘의 꽃인 대학 생활도 포기하고 도서관과 학원에서 공부하며 힘들게 시험에 합격해 공직사회에 들어온 신규 공무원 노동자들이 고물가 시대에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에 좌절감을 느끼며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진영 소방노조 위원장은 “상후하박(上厚下薄) 임금구조 속 고위 관료들이 1억이 넘는 연봉을 챙기는 동안 8·9급 청년 공무원들은 박봉에 시달리며 비자발적 N포세대가 되고 있다”며 “연금 개악으로 퇴직 후 소득 공백을 걱정하며 미래도 장담하기 어려운 마당에, 당장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라고 주장했다.

 

고 위원장은 “‘아르바이트라도 하게 겸직 제한이라도 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공직사회, 과연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공무원 보수 인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 보수 예산안에 대해 국회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노총 제공

 

교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사노동조합연맹에 이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20·30 청년위원회가 세종 인사혁신처 앞에서 임금 인상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보수 1.7% 인상안은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인상률을 재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야박한 인상률에 보직수당 등이 수년째 동결돼 온 가운데 학교에서 힘든 일을 젊은 교사가 떠맡는 문화까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교총 청년위는 이날 “보직교사 수당은 19년간 동결됐고 같은 기간 담임수당은 2만원 인상에 그쳤으며, 교직수당은 22년째 동결되는 등 교원 처우는 사실상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담임, 보직교사 기피는 심해지는데 처우 개선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 1.7% 인상 기준으로 내년도 교원 9호봉 기본급은 월 215만원 정도”라며 “신규와 저경력자 사기 저하와 교직에 대한 회의를 깊게 했다”고 전했다.

 

경기 지역에서 근무하는 김지현 교사는 지난달 31일 전교조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열정으로 시작한 학교 생활은 교육과 거리가 먼 행정업무에 치이고, 코로나에 걸려도 대체 강사를 구할 수 없어 온라인 수업을 해 낸다”며 “학생에게 수업 방해나 폭행을 당해도 아동학대가 될까 제대로 지도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이런 말을 하면 ‘누칼협(누가 그 돈 받고 공무원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나)’이라는 답이 돌아온다”며 “임금 인상으로 사치를 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보수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행정부 국가공무원 연도별·직급별 퇴직 현황. 정우택 의원실 제공

 

이들은 재직 기간 5년 미만의 공무원 퇴직자가 2017년 5181명에서 2019년 6663명, 2021년에는 1만693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을 짚으며 결코 가볍게 넘길 사항이 아니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동안 행정부 국가공무원 총 8501명이 직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퇴직자 수는 2017년과 비교해 약 2000명(32.6%)이 늘었으며 특히 8급과 9급 퇴직자 증가 속도가 빨랐다.

 

8급 공무원 퇴직자는 2017년 319명에서 작년 519명으로 4년 새 62.7% 증가했고, 9급 공무원 퇴직자는 2017년 450명에서 작년 706명으로 56.9% 늘었다.

 

정 의원은 “최근 공무원 지원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공무원 자리 늘리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선발된 인재에 대한 인적자원 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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