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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희 SK 위원장 “‘퍼스트 무버’ 될 건지 당장 고민해야”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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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3 11:32:00 수정 : 2023-08-17 13: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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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SDGs 협회는 각국 정부와 유엔, 유럽연합(EU), 주요 금융기관들이 핵심 이슈로 다루는 기후대응과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 정책 및 국내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제도 등이 우리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방향성을 조명하기 위해 재계를 대표하는 주요 리더들을 만나 대담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 순서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사장·사진)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SK텔레콤 사업총괄과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친 뒤 현재 SK 그룹의 사회적 가치 분야 전반을 이끌고 있다. 또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을 겸임하면서 최태원 SK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ESG 생태계 구축 계획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① 탄소 중립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한국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 계획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조금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SK 그룹은 탄소 감축 목표량을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의 1%인 약 2억t으로 설정했는데,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알려달라.” 

 

이형희 위원장 “SK가 현재 발생시키고 있는 연간 탄소 배출량은 약 4000만t이다. BAU(Business As Usual·배출전망치) 기준으로 계산하면 아마 연 배출량이 7000~8000만t까지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다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생기면 많은 전기가 들어갈 테니 탄소 배출량이 더 늘어나는 게 현 상황이다. SK는 오는 205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과 감축량을 상쇄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탄소 감축과 관련해 SK는 기본적으로 스코프(Scope·유효범위) 1(직접 배출)·2(간접 배출)를 관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스코프 3(포괄적 배출)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이는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쪽에서도 탄소 감축 활동이 좀 더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스코프 3 감축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은 곧 우리에게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는 의미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어야지만 스코프 3에서 의미 있는 분량의 탄소 저감 활동이 실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데에는 기본적으로는 크게 두가지 목적이 있을 텐데, 첫번째는 기존 사업을 지속할 때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이고, 두번째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이 두가지 목적에 탄소 감축이 부합한다면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공 확률은 모른다. 모든 투자가 다 성공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렇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는다면 리스크가 굉장히 커질 거라는 것이 SK의 관점이다. 남들은 이미 다 바꿨는데 그제야 바꾸면 후발주자가 되는 거다.”

 

김정훈 “사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형희 “그렇다. 사실 에너지라는 건 어떻게 보면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다. 우리가 신에너지 산업을 한다고 하지만 정부도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자칫 원가가 계속 올라가는 요소가 되고, 해외 무역장벽의 요소가 돼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품 경쟁력을 정부가 잘 지켜주기 위해서는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② 산업계의 ESG 비재무적 공시

 

김정훈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내놓을 새 공시 기준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 기대, 그리고 우려가 있다면?”

 

이형희 “사실 그 부분은, 우리가 룰 세터(rule setter)이거나 룰 세팅(rule setting)에 관여를 좀 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한국이 ISSB와 관련해서 나름 활동을 하기는 했어도 이사회 멤버를 정할 때 들어가지 못했다. 현실은 아직 우리가 룰 세터의 근처에 있지 못한다는 거다. 결국 그 룰이 세계 자본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작용하게 될 텐데, 당장은 ‘좋다’, ‘나쁘다’ 혹은 ‘부담이 된다’, ‘안 된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현명하게 따라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 룰을 따라가다 어떠한 결정적 문제가 있다면 그걸 어떻게 내부적으로 보완할 것인지 등의 현실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런데 ‘ISSB가 (제시한 기준 그 자체가) 매우 어려운 거냐’라고 했을 때 사실 그 전 단계에 있는 에너지나 탄소 배출 등이 어려운 것이다. 결국은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방법론과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가 TCFD를 통해 이미 예행연습을 조금 해보았다고 할 수 있다. 예행연습은 기후 리스크가 우리 회사의 미래 재무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알아보기 위해 예상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보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걸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부담 요소를 공시해서 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시는 어차피 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ISSB는 불평의 대상이라기보다 오히려 여러 흩어진 평가기관의 요구를 하나로 통일시켜주는 해결책이라 볼 수 있다. 빨리 예행연습을 한번 해보고 본 게임에서는 부족함이 없도록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③ 지속가능성 실사법

 

김정훈 “한국 기업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나?”

 

이형희 “우리나라는 꽤 오랫동안 동반성장을 강조해왔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호 협조가 강조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잘 도와주고 이끌어 가는 것이 동반성장의 기본 콘셉트였다. 공급망 실사법은 동반성장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ESG 제반에 위배되는 요소가 있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 구조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딜레마와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공급망 실사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경영에 관여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재정적인 지원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공급망 실사가 궁극적으로 어떤 취지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EU에서 공급망 실사법을 시행하려는 이유는 실질적으로는 올바른 제품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취지도 있고, 다른 면에서는 그들이 볼 때 그렇게 만들지 않는 제품을 공급하는 지역(주로 아시아 국가들) 것은 안 사겠다는 의미도 있다. 공급망 실사법을 둘러싸고는 개별 기업의 경쟁도 존재하지만 국가별 ‘단체전’ 같은 의미도 있다. 즉, 경제 블록별로 지역의 진영에 유리한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태권도로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면 태권도 종목은 반드시 포함된다. 태권도를 넣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태권도를 하는 인구가 많다는 좋은 명분도 있지만, 한국의 높은 우승 가능성이라는 내재적 이유도 존재한다. 지금 이런 흐름이 경제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공급망 실사법을 통한 좋은 명분도 있지만, 주도하고 있는 국가의 내재적인 이유도 존재하기에 그 배경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공급망 실사법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상 파악과 대응전략 수립 등 제반 분야에서 기업과 정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상생 차원에서 잘 도와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만 접근한다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나 현실을 생각해서 ESG 평가가 낮은 기존 납품업체와 거래하지 않고, (높은 ESG 평가를 받은) 기업으로 대체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곧 기존 납품업체가 생존 기반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도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중소기업에서도 (ESG에) 함께 참여하는 ‘문화’를 내재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는 중소기업들도 현상을 잘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하는 것이 좋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등의 분석이 이루어지고 그런 정보를 중소기업과 나누고 관련한 제도가 마련되면 그 후에 대기업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 것이다.” 

 

④에너지 전환과 공정전환 이슈

 

김정훈 “에너지 전환 정책은 어떻게 가야 하나?”

 

이형희 “에너지는 혁명적 변화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패권의 향방이 가려질 것이므로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다. 다만 이렇게 가기 위해서는 누구든지(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굉장한 고통이 따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아무리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고 하더라도 막상 에너지 전환을 당장 시행한다면 매우 힘든 고통을 느낄 것이다. 그 고통을 어떻게 현명하게 받아들일지 생각해둬야 한다. 만일 피한다면 나중에 한꺼번에 다가올 것이므로, 비즈니스 아이템을 여러 형태로 다변화해 분산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예로 리사이클링, 수소 등 새로운 에너지 분야를 신설하는 방법과 그리고 에너지를 아끼는 분야, 즉 ICT(정보통신기술)와 결합하는 방법(에너지 절약형 화학 제품) 등이 있을 수 있다.”

 

김정훈 “현재 에너지 전환 이슈의 속도가 너무 빠른 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이형희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입장과 같이 기후대응을 위해 에너지 전환을 빨리해야 한다는 관점도 존재하지만, 기업에선 이러한 흐름에 선발주자가 되어야겠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즉, 누가 먼저 ‘패권’을 잡느냐 라는 것이다. 에너지 혁명 후 ‘권력 지형’의 변화가 생길 것이다. 산업 지형이 크게 변하게 될 것인데, 당연히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더 큰 혜택을 받는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EU도, 미국도 움직이는 현 상황에서 우리도 당연히 빨리 움직이자는 생각이다.

 

김정훈 “‘정의로운 전환’(공정전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형희 “공정전환도 결국에는 공급망의 문제다. 현재 EU나 미국에는 공정전환에 대한 예산이 굉장히 많은 상태인데, 우리도 관련해서 좀 더 체계적인 예산을 잡기 위해서 산업 지형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즉, 마스터플랜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⑤ SK의 사회적 가치 지표 및 사회적 양극화 해결

 

김정훈 “SK의 대표 성과로 보는 사회적 가치 지표는 수치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이형희 “‘측정이 되어야 관리가 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가 어느 정도의 문제를 알고 있고 사회 및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차원에서 측정 기반으로 사회성과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를 시작했다. 우리가 사회문제 해결을 직접 시도하는 것보다, 해결에 전문적인 역량이 있는 곳들을 도와주어 그들이 수행하게 하는 일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SK의 사회적 기업 지원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어떤 사회적 기업을 얼마나 지원하는 것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만들게 되었다. 측정을 체계화하고 신뢰도를 높이고 우리가 만든 측정지표가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면 좋겠다는 목적으로 총 10년 계획을 잡았는데, 지금 6년차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에서 SK의 측정방법에 대해서 벤치마킹을 하면서 (SK의 모델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즉 미국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도 SPC를 선도적인 모범 사례로 판단하여 교재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 외롭지는 않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양극화로 모든 문제를 다 다루기는 어렵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과 청소년의 결식 문제를 주로 돕고 있다. 특히 우리 혼자 하기보다는 110개 이상의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행복 얼라이언스’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SK가 한다고 홍보하지는 않고, 행복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타 기업, 또 협약을 체결한 지방자치단체 등이 하는 일이라고 알린다. 더 많은 파트너가 선의를 가지고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다.” 

 

⑥자본시장과 기업 ESG

 

김정훈 “자본시장과 기업의 ESG 체인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이형희 “ESG를 대하는 우리의 입장은 이렇다. 세상이 그렇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공감한다면 기업 특성상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또 한편으로는 변화를 리드할 것이라고 본다. 유행을 예로 들면 가장 능력이 있는 이는 ‘유행을 시키는 사람’이고 다음은 ‘미리 예측하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뒤늦게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다. 맨 마지막에 속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자산 운용사들은 트렌드를 보고 있고, 지금 자본시장의 기준도 이미 바뀌었다. 따라서 기업도 이 방향과 속도에 맞추어 10m 앞서 있을 건지, 1m 앞에 있을 건지, 아니면 따라갈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기업이 ESG를 대하는 관점이 되면 좋겠다.

 

대담=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정리=노서영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seoyeong@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 및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녹색·사회적 채권원칙 옵서버 겸 사회적 채권 워킹그룹 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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