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 온다” vs “이미 진입”… 세계은행 경고한 스태그플레이션 [뉴스+]

입력 : 2022-05-03 23:00:00 수정 : 2022-05-03 16:59: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계금융기관들 스태그플레이션 잇단 경고
우크라 전쟁, 中 ‘제로 코로나’ 경제 악영향
FT “현재 경제 상황 세계적 쇼크 상태” 우려
추경호·이창용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과도”
지난 4월 27일 각종 과일이 진열된 호주 시드니 서부 교외의 한 상점 모습. 시드니=AFP연합뉴스

“무역·생산·소비에 차질이 빚어지는 지금의 상황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을 다시 부르고 있다.”(인더미트 길 세계은행 부총재)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영향으로 아시아가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지고 인플레 전망치는 높아져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앤 마리 굴드 울프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대행)

 

세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에도 나왔으나 당시 대부분 전문가와 금융기관들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최근엔 기류가 달라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변수로 떠올라 세계 공급 충격·물가 상승이 장기화하고 있는 탓이다. 경제계에서는 “우려는 높지만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스태그플레이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재현하나?

 

국내외 전문가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유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대표하는 1970년대와 현재 세계 경제 상황에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이 1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3년이 아닌 1965년부터 시작해 1982년까지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1960년대 말은 미국이 베트남전 참전으로 재정 확장 정책을 펴면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확대한 최근 상황과 비슷하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워싱턴DC=AFP연합뉴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도 공통점이다. 1970년대에는 세계에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이에 따른 두 번의 경기 침체(더블 딥)가 있었고, 현재는 코로나19 영향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정책’에 따른 공급 충격이 겹치면서 국제 원자재·곡물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상황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추세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미국 물가 상승률은 5∼14% 사이를 오갔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은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현재도 기대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은 2000년대 들어 2%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3%대로 올라선 뒤 지난달과 이달 5.4%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은행은 올해 1월 4.1%로 예상했던 세계 경제성장률을 최근 3.3%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 쇼크’로 규정했다. FT는 “2022년의 스태그플레이션 쇼크는 세계적”이라며 “지난 몇 달 동안 물가가 급등하고 경제활동은 감소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낮아지 기대인플레이션은 높아지는 추세가 국가별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세계일보 자료사진

◆스태그플레이션인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세계 경제기관들도 “우려된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할 뿐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함께 나타나야하는데 현 상황을 ‘경기 침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언 셰퍼드슨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도) 미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 제품 수입 급증으로 무역적자가 심화했으나 이는 아주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경제·통화당국의 의견도 이와 같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최근 “국내외 물가 여건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물가 상방(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통상적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물가오름세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겠으나 국내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1970년대와 달리 에너지원이 석유 뿐 아니라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등으로 다변화된 점도 에너지 가격 상승 장기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견해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꼭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경기 침체라고 할 수 없다. 경기 부진이 나타나고 물가 상승세가 거세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공급 충격에 의한 경기부진과 물과 상승이 원인인데 공급부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종결되고 중국의 도시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일시에 좋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격이 장기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이제 관건은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 쇼크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1970년대와 같은 장기 슬럼프가 올 것인지 여부”라며 “많은 학자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 근거인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