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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에 수차례 항의 전화했는데… ‘스토킹법’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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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9 15:00:00 수정 : 2022-01-29 09: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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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 범위 너무 폭넓고 규정 모호”

#1.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해부터 인터폰을 통해 윗집에 연락을 했다. 층간소음을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항의가 여러 차례 이어지자 윗집에 사는 B씨는 “A씨가 계속 연락해 무섭다”며 최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입건했다.

 

#2. 인천 부평구의 한 빌라에 사는 최근 C씨는 윗집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C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수협박과 스토킹처벌법이었다. C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과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뒤 층간소음 등으로 인한 이웃간의 다툼에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넓은 의미에서 스토킹에 포함되는 행위이지만, 일각에서는 스토킹처벌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는 ‘의사에 반해 상대방이나 그 가족에 공포감을 주는 행위’다. 통상 스토킹은 좋아하는 남녀를 쫓아다니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스토킹처벌법은 ‘지속적인 괴롭힘’이 핵심으로, 이웃이나 동료 등에게도 폭넓게 적용된다. 이에따라 이웃을 괴롭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음을 내거나 연락을 하는 행위, 현관문에 쪽지를 남기는 행위 등도 모두 스토킹 범죄가 될 수 있다. 실제 경찰은 층간소음 분쟁에도 스토킹처벌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토킹처벌법이 폭넓게 적용되면서 현장에서는 신고가 쏟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1일 법 시행 후 한 달간 전국에서 331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하루 평균 104건 꼴이다. 이중 혐의가 인정돼 입건된 사례는 277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8.4% 수준이다.

 

경찰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등으로 이웃 간 갈등을 겪는 이들은 물론 채무관계에 있는 이들까지 스토킹 신고를 하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 송파경찰서는 재산 문제로 갈등을 겪던 아버지와 형에게 50건이 넘는 협박문자를 보낸 50대 남성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이렇듯 스토킹처벌법이 폭넓게 적용되면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D씨는 윗층 현관문에 ‘층간소음이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쪽지를 두번 붙였다가 얼마 전 경비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윗집에서는 경비실을 통해 “계속 찾아오거나 쪽지를 붙이면 스토킹 혐의로 신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D씨는 “정말 많이 참다가 올라간 거고 불편해할까 봐 정중하게 쪽지를 남겼는데 스토킹 운운하는 소리를 들으니 불쾌했다”며 “스토킹처벌법을 이렇게 쓰라고 만든 게 아닌 것 같은데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찰에서도 신고가 접수된 사건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E씨는 “신고를 받고 일차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규정이 딱 떨어지게 있는 것이 아니고 ‘공포감’도 주관적인 감정이다 보니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며 “층간소음 가해자 등이 악의적으로 신고해서 오히려 피의자가 억울한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과거 스토킹 행위로 고통받던 이들에게 가해자를 처벌할 길이 열렸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지만 현재 법 규정은 너무 폭넓다 보니 오히려 법 제정 취지가 퇴색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규정이 좀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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