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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삶에 알코올을… 교사 4인방의 실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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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7 09:33:07 수정 : 2022-01-27 09: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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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나더 라운드’

남들이 하는 말은 집어치워! 멋진 인생이니까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인생은 축제가 된다
독특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어나더 라운드’는 음주가 삶에 가져다 주는 빛과 그림자를 정면으로 다루지만 열린 결말로 관객 스스로의 답을 유도한다. 단순한 술 영화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한다. 로스크 제공

“수업을 진행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낮술 마시는 사람들은 우리 말고도 많아. 헤밍웨이는 다음날 글 쓰는데 지장 없도록 매일 저녁 8시까지만 마시고 그 같은 걸작을 남겼지. 우리도 그걸 기준 삼자.”

 

가끔 학생들로부터 무시당할 만큼 자신감 없고 무기력해 보이는 교사 마르틴(매즈 미켈슨)과 동료 톰뮈(토마스 보 라센), 페테르(라르스 란데), 니콜라이(마그누스 밀랑)는 ‘인간이 본래 혈중 알코올 농도 0.05%(0.5g/ml) 상태로 태어나므로 이를 유지하면 보다 창의적이거나 더 용감해진다’는 노르웨이 심리학자 스코르데루의 가설을 실험해보기로 한다. 방법은 날마다 술을 마시며 0.05%를 유지한 채 평소처럼 업무에 임하는 것이다.

 

노트북에 적어 넣는다. “사회적 직업적 수행능력 증진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임.”

 

조건도 붙인다. ‘단 근무시간 중에만 마셔야 함. 저녁 8시 이후와 주말에는 금주.’

 

효과는 금방 나타난다. 마르틴의 역사 수업은 단번에 지루함을 벗는다.

 

“다음 세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할래? 1번은 소아마비로 신체 일부를 못 쓰고 빈혈에 다양한 중병을 앓고 있어.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점성술가 말에 따라 결정하기도 해. 줄담배에 마티니를 지나치게 마셔. 2번은 과체중이야. 이미 세 번 낙선했고 우울증을 앓았어. 남들과 협력할 줄 모르는데다 역시 줄담배야. 잠들 때까지 위스키를 들이키는데 수면제를 두 알씩이나 먹어. 3번은 전쟁영웅이야. 여자들을 존중하고 동물애호가이자 비흡연자야. 주량은 달랑 맥주 한 병.”

모두가 3번을 찍겠다고 답한다.

 

“너희들은 방금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윈스턴 처칠을 버리고 대신 아돌프 히틀러를 뽑았어.”

 

“하하하하 이런 ··· 히틀러라니 ···.”

 

역사, 심리, 음악, 축구 등 4인조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능동적인 수업을 진행하게 되고, 아이들도 호응하며 이들을 무척 따르게 된다.

 

“취기가 살짝 돌 때면 ··· 뭔가가 있어. 수업이 이렇게 잘 되는 데에는 ···.”

 

쉬는 시간이면 넷은 복도나 휴게실에 모여 신속히 서로의 느낌과 경험, 정보를 공유한다.

 

‘2부’라는 자막이 검은 바탕 흰 글씨로 뜨고 나면, 이들은 한 발짝 더 나아가기로 한다.

 

‘알코올 섭취의 해악, 알코올의 모든 것을 확인해 보고 싶다’는 목표를 재설정한다.

 

‘점화’. 7,8잔을 연속 마시면 잠이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점점 더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술이 술을 먹는 단계를 시험해 보기로 한다. 궁극의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자면서. 

 

각자 농도를 달리한 실험에 돌입한다.

DRUK

이때 스크린에는 마카롱 프랑스 대통령, 엘친 전 러시아 대통령, 브레즈네프 전 소련 서기장,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취기가 올라서 실수하는 우스개 장면 모음이 흐른다.

 

‘3부’. 이제는 최대 혈중 알코올 농도 실험, ‘알코올 다량 섭취 연구’가 목적이다.

 

마시고 또 마신다. 1.8%를 넘어선다. 마침내 길 위에 쓰러져 잔다. 얼굴엔 상처가 생겼다. 집에 들어왔다해도 2층 계단을 기어서 올라 간다. 어린 아들처럼 침대에 지도를 그린다.

 

가족들의 걱정이 시작되고 결국 갈등을 빚는다.

 

다툼 끝에 폭음하고 다시 취한다. 쓰러진다. 생활이 거꾸러지는 순간이다. 삶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당신이 낯설어.“

 

”난 당신이 낯선 지 오래됐어.“

 

영화는 어느새 살아가는 것에 관해, 우리의 일상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참을 고민하던 네 사람은 다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린다

 

”인간에게 0.05% 알코올이 부족하다는 스코르데루 이론연구는 여기서 종료한다“

 

술은 약인가 독인가, 인간에게 해로운 것인가 이로운 것인가

우리 주변에도 다량의 알코올 섭취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폭음이 그리 낯설지 않지만, 정작 답을 찾아낸 사람들은 없어 보인다.

 

기쁜 마음으로 웃음을 섞어가며 적당량을 마시는 게 바람직할 듯 ···. 호수나 바닷가 요트 위에서 낙조를 바라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듯 ···.

 

적당한 명분을 세워가며 극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열린 결말이지만 밝고 흐뭇하며 비교적 쾌적하다. 마음이 편해진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명배우 매즈 미켈슨은 ‘007 카지노 로얄’에서 피눈물을 손수건으로 꼭꼭 찍어내던 바로 그 악당이다. 인상 깊은 캐릭터와 섬세한 감정선으로 장르불문, 대체불가 존재감을 주는 그는 ‘킹 아더’, ‘더 헌트’, ‘로얄 어페어’, ‘아틱’,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등을 통해 얼굴을 익혔다. 내년에는 ‘인디아나 존스 5’에 출연한다.

30세에 연기를 시작하기 전, 기계체조를 하고 무용수로 활동했다. ‘완벽한 명장면’으로 불리는 엔딩 댄스는 세계 평단을 사로잡았다. 주인공 마르틴의 가슴 속에 쌓여있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대목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확정해 제작과 주연을 맡을 예정이다.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도 리메이크에 제작자로 참여한다.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과 영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상을 휩쓴 작품이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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