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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日…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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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0 11:37:53 수정 : 2022-01-20 11: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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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

일본 정부가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 추천을 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도광산을 전통적 광물 생산 체제와 기술을 보여주는 에도시대(1603∼1867)의 유산이라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으나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현장”이라는 우리 정부의 문제제기에 따라 등재 후보 추천을 망설여 왔다. 유네스코 유산 등재 과정에서 역사왜곡을 일삼으려 일본 정부가 지금껏 반복해 온 거짓말과 어깃장이 자기 발목을 잡은 결과이기도 하다. 

 

요미우리신문은 20일 “정부가 문화청 문화심의회가 (지난해 12월) 세계유산 후보로 선정한 사도광산의 추천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정 중”이라며 “한국의 반발 등으로 (계획했던) 내년 등재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024년 이후에 등재를 시도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판단을 내린 데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방식을 바꾸며 일본 정부가 취했던 태도가 작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문은 “유네스코는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은 관련국의 이의제기가 가능하도록 하고, (관련국의 합의에 따른) 결론이 나올 때까지 등재를 할 수 없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일본군이 저지른 학살을 증언하는) 난징대학살문건이 (2015년에) 등재된 것에 반발한 일본 정부의 주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은 일본이 바뀐 처지가 되어, 한국이 반발하는 중에 추천하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외무성 내부의 판단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보수파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두고봐야겠으나 일본 정부가 이같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건 역사왜곡이란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벌여온 일들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군함도

우선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의 하나로 하시마(일명 ‘군함도’)를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하며 일삼은 거짓말이 있다. 일본은 등재 과정에서 군함도가 급속한 산업화의 성공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기를 19세기 후반∼20세기 초로 한정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현장이라는 한국 등 주변국의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였다. 니가타현이 사도광산을 에도시대의 유산으로 굳이 강조하는 것의 선례인 셈이다. 군함도는 강제노역 사실을 안내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등재가 가능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마저 지키지 않았고, 유네스코는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경험은 사도광산을 에도시대 유산으로 한정해도 세계유산 등재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5월 각국 민간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 신청을 앞두고 신청서 서명식을 갖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공

다른 하나는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기 위해 일본이 관련국의 동의 하에 등재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꿔놓았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중국이 신청한 ‘난징대학살(중일전쟁 와중인 1937년 12월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한 이후 시민, 무장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건) 문건’이 2015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이듬해 한국·중국·일본 등의 민간단체가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추진하자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은 위안부 기록물과 상반되는 내용의 자료를 등재 신청하는 한편 유네스코 분담금 납부를 일시 중단하며 어깃장을 놨다. 또 신청 대상 기록물 내용과 관련해 회원국 정부가 제기한 이의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등재가 불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걸 주도했다. 세계유산이 세계기록유산의 범주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같은 규정 변경을 이끌었던 일본이 한국이 반대하는 사도광산의 등재를 추진하는 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요미우리신문이 “일본이 바뀐 처지가 되었다”고 한 것은 이를 가리킨 것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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