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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랏빚 1000조인데 대선 겨냥 ‘슈퍼 예산’ 더 늘린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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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03 23:27:10 수정 : 2021-12-03 23: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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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보다 3조 많은 607조 의결
‘이재명표 지역화폐’ 5배나 증액
지역구 챙긴 여야 실세 몰염치도
3일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60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표결 결과가 표시돼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어 60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가 무산되면서 여당이 단독으로 경항모 예산 등이 포함된 수정예산안을 처리했다. 정부 예산안(604조4000억원)보다 3조3000억원가량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가 당초 제출한 예산안은 전년 본예산(558조원)보다 8.9% 증액한 것이어서 ‘슈퍼 예산’이란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도 국회는 심사 과정에서 예산을 깎기는커녕 외려 늘리는 역주행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순증이다. 국회가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선심성 돈풀기에 나선 결과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살림살이에 주름이 더 깊게 팰 수밖에 없다. 내년도 예산안이 민생 회복과 성장 동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지도 의문이다.

코로나19 충격을 고려할 때 재정 지출 확대와 적자재정 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예산안의 재정 효율성을 꼼꼼히 따져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할 책임이 국회에 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을 보면 이런 책임을 방기한 채 ‘대선용 예산’을 너무 늘렸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강력하게 요구한 지역화폐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당초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6조원으로 책정하고 2400억원의 예산(지원 비율 4%)을 포함했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발행 규모가 30조원으로 5배나 증액됐다. 지역화폐는 국책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차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표(票)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더 가관인 건 내년도 예산안에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다수 반영됐다는 점이다.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늘리기에 골몰하며 제 실속만 차린 것이다. 민주당 김영진 사무총장은 지역구인 경기 수원시병에 수원팔달경찰서를 신축하기 위한 예산으로 100억원을 따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지역구인 충남 천안시을의 KTX 천안아산역 지하에 재난 대피를 위한 구난역 설치 예산으로 1100억원을 확보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울산 남구을)는 울산 남구 평창현대아파트 앞 공영주차장 조성사업 76억원 등의 지역구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시·청도군)은 당초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던 신규 예산을 대거 확보했다. 국가 재정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랏돈을 끌어다 지역구 예산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몰염치가 도를 넘었다.

나라 곳간 사정은 무리한 재정 확대를 견딜 만한 여력이 없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 600조원대이던 국가채무는 내년에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재정지출을 해 온 결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내년에는 50%를 넘고, 2025년에는 5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돈을 마구 뿌려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건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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