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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고도(古都) 흔적 찾아 떠나는 익산 여행… 아가페 정원 메타세쿼이어 숲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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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04 10:00:00 수정 : 2021-12-03 12: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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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익산은 경주와 공주, 부여와 함께 4대 고도(古都)로 꼽힌다. 왕궁과 왕릉, 사찰과 산성 등 오래된 수도의 4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것. 오래전부터 왕궁을 지명으로 쓴 왕궁리유적과 쌍릉, 미륵사지 외에 13개의 산성이 옛 수도임을 증명한다. 그 흔적을 찾아 익산 곳곳을 다녔다. 올해 초 일반인에 개방된 아가페 정원은 여행의 피곤함을 달래줄 선물 같은 곳이다.

 

미륵사는 7세기 백제 무왕(600∼641년) 때 창건됐지만 현재 미륵사지에는 건물이 없다. 다양한 건물 흔적과 국보인 석탑, 보물인 당간지주가 남아 있을 뿐이다. 미륵사는 17세기에 폐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륵사는 백제 사찰로는 이례적으로 ‘삼국유사’에 창건 설화가 전해진다. 신라 선화공주와 혼인한 후 왕이 된 마동, 즉 무왕이 선화공주와 함께 용화산(미륵산) 사자사의 지명법사를 찾아가던 중에 갑자기 연못 속에서 미륵삼존이 나타났는데, 이 연못을 메우고 세 곳에 탑과 금당, 회랑을 세웠다고 한다.

 

1980년부터 1996년까지 미륵사지에서 1만9000만여점의 유물이 출토됐고, 이후에도 유물이 추가되고 있다. 전북은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문화유산을 효율적으로 보존·전시하기 위해 1997년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열었다. 2009년 1월 미륵사지석탑 해체 보수 과정에 다량의 사리장엄구가 출토됐고, 2015년 7월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해 12월 말 도립 전시관이 국립으로 전환된 배경이다.

 

2019년 2월에는 국립익산박물관으로 승격됐고, 지난해 1월 미륵사지의 경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건축물 높이를 낮춰 지하 2층, 지상 1층 구조로 재개관했다. 현재 미륵사지 출토품 2만3000여점 등 전북 서북부의 유적에서 출토된 약 3만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고, 이 중 3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미륵사지석탑은 현존하는 석탑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탑으로 알려져 있다. 미륵사에는 원래 중원에 목탑, 동원과 서원에 각각 석탑 등 3기의 탑이 있었다고 한다. 동탑은 발굴 당시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일부가 외부로 유출돼 복원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서탑은 동북 측면만 6층까지 남은 불안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목탑은 언제 소실됐는지 알 수 없다.

 

1915년 일본인들이 서탑의 서쪽 부분을 시멘트로 덮었던 것을 2001년부터 20년간 보수공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185t에 달하는 시멘트 해체만 3년이 걸렸다. 서탑은 여기저기 흩어진 부재 1627개를 짜맞춰 새롭게 완성됐다.

 

동탑은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2년 ‘완공’됐다. 김형호(65) 해설사는 “20년간 서탑을 복원하면서 5가지 보존 신기술까지 나왔다”면서 “동탑은 노태우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복원을 약속했고, 이후 2년반 만에 졸속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멀쩡해 보이는 동탑 대신 서탑에 여행객이 몰려드는 이유다.

 

서탑을 자세히 보면 석재의 색깔이 다른 부분이 보인다. 김씨는 “오래된 돌에 새 돌을 접합하는 기술을 써서 색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탑은 목조탑 양식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국내 석탑의 기원으로 평가받는다.

 

완전히 소실된 목탑의 모습은 국립익산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 목탑 원래 모습을 추정해 20분의 1로 만든 모형에는 “목탑의 기단은 석탑과 유사한 데 한변이 18.5m에 달한다. 석탑 기단이 12.5m인 것을 고려하면 목탑의 높이는 최소 40m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왕궁리유적은 2015년 미륵사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북서쪽으로 4.8㎞ 떨어진 미륵사지, 동쪽으로 1.4㎞ 떨어진 제석사지, 서쪽으로 2㎞ 떨어진 쌍릉과 더불어 익산의 백제 문화재를 대표한다. 6m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동서 240m, 남북 490m 규모의 왕궁리유적에는 정전급 건물, 정원, 대형 물길, 공방, 대형 화장실 등 왕궁시설의 흔적이 발견됐다.

 

쌍릉은 왕궁리유적 서쪽 2.3㎞ 오금산의 남쪽 구릉 위에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불리는 2기의 고분을 말한다. 백제 말기 무왕(600∼641)과 선화공주의 능으로 추정된다. 모두 발굴 조사 이전에 도굴당했다.

 

익산토성은 익산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오금산 구릉 위에 흙과 돌로 쌓은 산성이다. 둘레는 690m 정도인데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다. 오금산에 있어 오금산성이라고 불린다. 토성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익산평야 등 뻥 뚫린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서동 선화의 사랑이 담긴 서동공원은 금마저수지를 따라 4만평 부지에 조성됐다. 지난 주말까지 익산 대표 야간축제인 서동축제가 진행됐다. 알록달록 유등은 한동안 공원에 남겨두기로 했다. 1969년 마한민속예술제로 시작한 축제는 2006년부터 서동축제로 이름을 바꿨다.

 

익산시는 2019년부터 공주에서 유등을 빌려 야간 전시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유등축제로 발전시키려던 찰나 코로나19가 터졌다. 역병으로 축제가 불발되며 쌓인 자금으로 지난해 유등을 직접 제작했다. 전화위복이다.

 

지난 3월 민간정원으로 등록한 후 정비사업을 거쳐 시민쉼터 공간으로 재탄생한 아가페 정원이 마지막 여정이다. 초입부터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향나무 숲길이다. 섬잣나무, 공작단풍 등 수목 17종 1400여그루가 정원을 채웠다. 메타세쿼이아 약 500여그루가 40m 정도 이어진 곳에 서면 탄성이 터져나온다. 도대체 누가 이런 비밀의 정원을 만들었을까.

 

1970년 고 서정수 신부가 노인복지시설인 아가페 정양원을 설립했다. 시설 입소자의 건강과 행복한 노후를 위해 자연친화적인 수목 정원을 조성한 것. 2011년까지 원장을 지낸 박영옥(93·여) 이사장이 사재를 털어 수목원 건설에 보탰다. 정원의 나무를 팔아 운영비 일부를 충당했다.

 

10년간 이곳을 도맡은 최명옥(64·여) 원장은 “신부님은 버스비도 아까워 걸어다니실 정도로 가난을 사랑했다”며 “이사장님도 여전히 세수한 물을 화장실에서 다시 쓰는 등 신부님의 뜻을 이어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익산시는 아가페 정원을 외부인에게 유료로 운영하라고 조언했지만, 박 이사장은 “신부님 뜻에 어긋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익산=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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