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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대선, 오르테가 4연임 확실… 철권통치 시대로

입력 : 2021-11-08 19:12:25 수정 : 2021-11-08 22: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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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최장수 지도자’로 집권 20년… 49% 개표 상황 75% 득표

강력한 적수없고 군소정당 소속
부인도 현직 부통령 정권 실세로
유력 대권주자 7명 반역죄 체포
좌파 게릴라출신 한때 국민 영웅
소모사 독재정권과 싸워 몰아내
바이든 “소모사와 똑같이 독재”
중남미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오른쪽)과 영부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 마나과=AFP연합뉴스

중남미 빈국 니카라과는 1936년부터 43년간 소모사 일가의 우파 독재정권 치하에 있었다. 그런 니카라과가 또 다른 독재정권의 길로 들어섰다. 다니엘 오르테가(76) 대통령이 내리 20년간 집권하는 철권통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치러진 니카라과 대선에서 오르테가의 4연임이 확실시된다. 49% 개표된 가운데 오르테가가 75%를 얻었다. 대선 후보가 5명 더 있지만 강력한 적수가 없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여당에 우호적인 군소정당들 소속으로 인지도가 낮다.

 

오르테가는 이미 ‘미주 최장수 지도자’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07년 취임해 3연임에 성공했고 1985∼1990년에도 대통령을 한 차례 지냈다. 합산하면 집권 기간이 총 20년이다. 그가 소모사 독재정권을 몰아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은 좌파 게릴라 출신이란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2009년 대법원은 대통령 연임제한 규정을 철폐했다.

 

오르테가는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기점으로 독재자 면모를 드러냈다. 시위대 유혈진압으로 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야권 인사 등 150명은 수감됐다. 그 뒤 국민 약 10만명이 이웃국가 코스타리카나 미국, 스페인 등지로 망명했다.

 

이번 대선전에서도 야권 탄압이 자행됐다. 반대파를 테러리스트로 낙인찍고, 올해 6월 이후 야권 유력 대권 주자 7명을 반역죄로 체포했다. 야권은 대선 보이콧을 선언했다. 비정부기구인 니카라과 인권센터(Cenidh)는 “니카라과는 야권 탄압을 위해 공포 전술과 사회통제를 이용하는 경찰국가”라고 비판했다.

니카라과 대선·총선 투표일인 7일(현지시간) 세계 첫 부부 정·부통령인 좌파 여당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다니엘 오르테가(75 오른쪽) 대통령과 부통령인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70 왼쪽) 여사가 수도 마나과에서 투표를 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마나과 AFP=연합뉴스

오르테가는 선거날에도 “오늘날 우리는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자들과 맞서고 있다”며 “그들은 선거가 치러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집권당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 의원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투표를 독려할 정도로 투표소는 대체로 한산했다. 정부는 이날 투표율을 65%라고 발표했지만, AFP통신은 “1만3000여개의 투표소가 대부분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한 니카라과인은 “뽑을 사람이 없다”며 “이번 선거는 서커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르테가가 연임에 성공하면 현직 부통령이자 러닝메이트인 영부인 로사리오 무리요(70)도 임기를 5년 더 연장하게 된다. 2017년 부통령에 취임한 그는 ‘공동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정권 실세로 통한다.

 

국제사회는 니카라과 대선을 사실상 부정선거로 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선거는 해외 언론의 취재가 제한된 채 국제 참관인들 없이 진행됐다.

7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헌법 광장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국기를 흔들며 시위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성명을 내고 “자유롭거나 공정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팬터마임(무언극) 선거”라며 “오르테가 대통령과 무리요 부통령 가문은 그들이 40년 전 싸웠던 소모사 가문과 다를 바 없는 독재자로 니카라과를 통치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니카라과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쓸 것”이라며 오르테가 정권에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조치를 즉각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오르테가의 승리는 이 지역(중남미)의 반민주적 추세와 미국행 이민 행렬을 늦추지 못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럽연합(EU)도 8일 성명을 통해 “(니카라과 대선은) 믿을 만한 경쟁을 모두 배제한 적법성이 떨어지는 선거였다”며 “오르테가 정권은 완전히 독재 정권이 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오르테가를 미국·유럽에 대항하는 동맹으로 칭하면서 승리를 미리 축하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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