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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 놀라고 송이에 빠지다… 가을 봉화는 ‘힐링’

입력 : 2021-10-21 01:00:00 수정 : 2021-10-20 20: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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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관광도시

눈이 즐거워
亞 최대 백두대간수목원서
백두산 호랑이 4마리 서식
야생화 천국… “인생사진을”
‘세평하늘길’ 걸으며 안식도

입도 호강
마사토서 자란 봉화송이
쫄깃하고 향 뛰어나 엄지척
“소금장 찍어 생으로 드시길”
향토음식점 막걸리도 일품
낙동강세평하늘길을 걷는 관광객. 봉화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경북 봉화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봉화는 경북을 대표하는 ‘산림 관광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북적이는 곳 대신 한적하고 조용한 산림을 찾는 이들의 레이더에 포착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봉화는 영화 ‘워낭소리’의 촬영지이자 ‘천혜의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봉화에는 백두산 호랑이를 만날 수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비롯해 ‘청량산’ 등 힐링 여행지가 많다. 여기에 제철을 맞은 ‘봉화송이’의 뛰어난 풍미는 입맛을 돋운다. 코로나 시국에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싶다면 올가을엔 ‘집콕보다 봉화’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청량산은 사계절 관광지

‘집채만 한 몸집’, ‘날카로운 커다란 이빨’, ‘매서운 눈빛’···.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생김새다. 백두대간 지류인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백두산 호랑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현재 이곳에는 우리·한청·한·도 등 4마리의 백두산 호랑이가 있다. 사람이 다가와도 꿈쩍도 하지 않는 백두산 호랑이에게서 맹수의 위용이 느껴진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살고있는 백두산 호랑이. 봉화군 제공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 31개 전시원에선 2764종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암석원’과 ‘고산습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백두대간 봉자 페스티벌’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대표 축제다. 여름과 가을에 나뉘어 열리는데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털부처꽃과 동자꽃, 꽃범의꼬리, 풍접초, 분홍바늘꽃, 가우라 등이 대표적이다.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봉화군과 안동시를 잇는 35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힘찬 물살을 가르며 흐르는 낙동강 뒤편으로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청량산’을 만날 수 있다. 청량산은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리며 수많은 사람의 발길을 끌었다.

청량산은 해발 870m에 달하지만 둘레는 100여리에 불과해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아담한 산에 가깝다. 그러나 직접 산에 올라 보면 겉보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봉인 장인봉과 웅장한 절벽은 감탄을 부른다. 청량산은 신라시대 불교의 개화지이다. 청량산 중턱인 금탑봉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청량사’는 663년(문무왕 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지금은 아쉽게도 응진전과 유리보전이 남아 있다. 유리보전의 현판 글씨는 고려 공민왕 친필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신라말 천하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서 글공부를 했다고 한다.

고운 선생이 마시고 총명해졌다고 해 이름 붙여진 ‘총명수’는 천길 절벽에서 솟아난다. 가뭄에도 메마르지 않고 물의 양이 항상 일정하다. 이 때문에 총명수를 마시기 위한 등산객의 발길은 사계절 내내 이어지고 있다.

청량산의 명물인 ‘하늘다리’는 선학봉과 자란봉을 잇는다. 길이 90m, 바닥 높이 70m의 현수교로 국내 산악지대에 설치된 교량 중 가장 높은 곳(해발 800m)에 설치돼 인기다.

◆세평하늘길과 청옥산자연휴양림도 인기

산골 마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 들고 싶다면 ‘낙동강세평하늘길’을 추천한다. 승부역에서 소천면 분천역까지 총 12.1㎞ 구간을 잇는다. 이 길의 출발점인 승부역 플랫폼에는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란 시구가 적혔다. 산골 간이역의 소박한 정취를 잘 표현했다.

승부역을 나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낙동강 상류의 협곡을 끼고 유유히 걷다 보면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에서 기적소리가 울려 퍼진다. 향토 음식점에서 파는 막걸리와 돼지껍질은 꼭 맛봐야 한다. 소박한 안주를 즐기며 지친 다리를 풀 수 있다.

낙동강세평하늘길을 걸었다면 ‘청옥산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건 어떨까. 청옥산생태경영림은 첩첩산중 속 보물 같은 자연을 품었다. 시원한 산림욕은 덤이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의 남쪽으로는 신갈나무 숲이 형성돼 있다.

소나무 아래 솔잎을 뚫고 올라온 봉화송이. 봉화군 제공

◆가을의 보약 ‘봉화송이’

해마다 이맘때면 소나무숲이 우거진 산촌을 들썩이게 만드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봉화송이’다.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봉화송이는 ‘숲속의 보석’으로 불린다. 전국 송이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봉화송이는 태백산 자락의 마사토 토양에서 자라 다른 지역 송이보다 수분함량이 적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맛이 쫄깃쫄깃하며 향이 뛰어나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봉화송이가 유독 귀한 대접을 받는 건 나는 곳이 소나무숲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나무가 없으면 송이도 없다. 특히 봉화송이는 최소 20년에서 60년 이상 된 소나무에만 기생한다.

봉화군은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4일간 봉화내성천변 및 인근 송이산 일원에서 ‘봉화송이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이웃 나라 일본에선 송이가격이 우리나라보다 2~3배 높을 만큼 큰 인기를 끈다. 따라서 이맘때면 송이 재배로 거둬드리는 농가소득이 꽤 쏠쏠하다고 한다.

송이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뭘까. 대개 뿌리만 가볍게 손질한 뒤 얇게 찢거나 썰어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생으로 먹을 것을 추천한다. 깊은 송이 향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또 살짝 구워 먹거나 맛이 강하지 않은 식자재와 함께 볶아 먹는 것도 송이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의 하나다.

봉화군 관계자는 “땅속의 정기를 고스란히 받고 여문 송이는 보약보다 더 귀하다”면서 “겨울을 앞두고 봉화를 찾아 제철을 맞은 송이를 꼭 맛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봉화=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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