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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사 정치’ 지적한 이준석, 윤석열과 ‘케미’는 어떨까

입력 : 2021-06-12 08:00:00 수정 : 2021-06-12 10: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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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경쟁’ 책 “다음단계 뭔지 말할 수 없다” 지적
공학도 출신 당대표 “공학은 실체화·구체화하는 직업“
윤석열뿐 아니라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내 율사 다수

“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율사들은 실제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요. 그들은 판단을 내리는 것이 직업이니까요.”

 

헌정사상 최초로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새 역사를 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019년 자신의 저서 ‘공정한 경쟁’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그는 ‘공학도’로 통한다. 여야 통틀어 이공계 출신 당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그는 “공학은 실체화하거나 구체화하는 직업이라고 봐야 한다”며 “물건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하는 사람이 공학도다. 공학은 성과를 내려면 뭐든지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공학적인 사유가 정치하는 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율사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계에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책에서 “우리나라 정치에는 율사가 너무 많다”며 “그들은 항상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들인데, 그것만으로는 그 다음단계가 뭔지 말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율사 출신 정치인 국민의힘 의원만 13명

 

실제로 한국 정치계 고위급 인사들 대부분 율사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이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역시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 대표가 호흡을 맞춰야하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판사를 역임했다.

 

11일 국민의힘 이준석 새 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한국의 정치는 율사들의 카르텔이 정치 발전을 막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정치판은 다양성을 상실한 집단”이라고 평가했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법조인 출신은 46명에 달한다. 국민의힘 의원 102명 중 13명이 율사 출신이다. 율사 출신에 대한 불신이 높은 ‘공학도’ 이 대표가 이들 앞에 어떤 리더십을 보일 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지율로는 가장 유력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문에 율사 출신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 호흡이 잘 맞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책 내용뿐 아니라 과거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 만들겠다고 한 발언도 있는 만큼 윤 전 총장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지 않겠느냐”라며 “입당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도 연장선상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1일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밖에도 문재인정부와 맞서는 일에 충분한 기여하신 분들이 있다. 굳이 이름을 이야기하자면 윤 전 총장, 안철수 대표, 일각에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정치참여 의사가 있다면 당 대표로서 안내하고 그분들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하며 문호를 열어뒀다.

 

지난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평생 검사하다 대권 직행하는 윤석열은?

 

이 대표뿐 아니라 야권에선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전 총장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의견이 솔솔 나오는 상황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4일 안상수 전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파장이 일자 김 전 위원장은 “보편적인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에서나 그런 사례가 없다는 일반적인 얘기를 한 것이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적용하는 특별한 얘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율사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정치권에 몸을 담은 뒤 ‘정무적 근육’을 기른 의원과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지적도 있다. 율사 출신 한 민주당 의원은 세계일보 통화에서 “검사들은 주어진 수사·업무는 착실하게 잘하는데 새로 만들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평생 검사로 살아온 윤 전 총장이 여의도에 와서 대권주자로 우뚝 서기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율사 출신에 대해 너무 단면만 보고 비판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변호사 출신의 한 여권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조인이라고 다 이 대표가 보는 것처럼 판단을 내리는 것만 하진 않는다”라며 “컨설팅 비슷한 업무도 굉장히 많다. 새 사업모델이 나오면 현행법에 맞게 어떻게 고쳐야할지, 더 나아가서 법을 고치기 위해서 입법 로비 같은 것도 하는 게 현재 변호사 시장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변호사 경험이 없이 판사·검사만 했다면 일정 부분 한계는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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