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어준 귀한줄 알아야”, “천재성”, “진실 말하는 방송”….
4·7재·보궐선거 이후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을 놓고 연일 논쟁이 뜨겁다. ‘생태탕에서 시작해 생태탕으로 끝난’ 서울시장 선거전에 역할이 큰 김씨와 뉴스공장에 대한 비판론이 커진 탓이다. 정치편향을 지적하면서 ‘뉴스공장’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집권여당과 진보인사들은 ‘김어준 지키기’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언론상업주의’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뉴스공장은 시민의 공익을 우선하는 유일한 시민의 방송이기에 남아야 한다”면서 김씨 퇴출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2020년 대한민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다고 온 언론이 근거없이 두들겨 팰 때 뉴스공장만은 해외방역 사례를 비교해 가며 근거를 가지고 방역 성공을 알린 방송이었다”면서 “주인인 시민을 위한 방송, 팩트에 기반한 방송, 시민의 알권리를 존중하는 방송, 진실을 말하는 방송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뉴스공장의 편파성 지적에 대해서는 “뉴스공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들이 ‘언론상업주의’에 너무 빠져있는 것이 문제”라며 “자유로운 편집권을 누리지 못하고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시민외에 눈치볼 필요가 없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진실을 말하는 방송’이라고 언급했으나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김씨를 친여 성향 방송인으로 분류하는 걸 반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 추 전 장관의 시각은 편향성 보도에는 눈감은 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씨의 하차 여부에 대해 “하차해야 한다”는 응답이 57.4%로, “하차할 필요 없다”는 응답 38.8%보다 많았다. 뉴스공장이 편파적으로 진행되고 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6.7%가 “편파적”이라고 동의했다.

지난 9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김씨 퇴출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이미 31만7000명 넘는 동의를 얻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씨를 둘러싼 찬반 청원이 여러건 올려졌으나 이 청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이 청원인은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주세요’라는 글에서 “서울시 교통방송은 말 그대로 서울시의 교통흐름을 실시간 파악해서 혼란을 막고자 교통방송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김어준은 대놓고 특정 정당만 지지하며 그 반대 정당이나 정당인은 대놓고 깍아 내리며 선거나 정치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국민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교통방송이 특정정당 지지하는 정치방송이 된지 오래인건만 변질된 교통방송을 바로잡자는 것이 차별인거냐”면서 “서울시 정치방송인 김 ㅇㅇ은 교통방송 자리에서 내려오세요”라고 촉구했다.
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이 편향성 논란에 휘말린 적은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는 연일 ‘생태탕집’ 아들 등 관련자들을 등장시켜 오 시장의 내곡동 땅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뉴스공장이 보도한 내용을 근거로 선거기간 내내 TV토론와 유세를 통해 오 시장을 몰아붙였다. ‘기승전생태탕 토론’이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김씨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관련 정치공작 음모론이나 천안함 사건 조작 가능성 등에서도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집권여당과 진보인사들은 김씨 퇴출 요구에 맞서면서 지나치게 센 발언으로 발언의 진정성을 깎아 내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표적인 강성 성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 올린 글에서 “김어준 귀한 줄 알아야 한다”면서 “김어준의 천재성 때문에 마이너 방송에 불과한 TBS 뉴스공장에 청취자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청취율 1위가 증명하지 않는가. 라디오 방송역사의 신기원”이라고도 했다.
정 의원의 시각은 시청율과 청취율만 높으면 최고의 언론이라는 것과 다름없다. 신문사 중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보수 언론을 틈만 나면 공격하는 행태와 이율배반적이다. 팩트들에 기반한 보도를 하기 보다 음모론에 기대는 언론이 최고의 언론이 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일부 인사의 무리한 ‘김어준 감싸기’에 대해 진영을 대변하는 ‘빅스피커 보호’의 방어기제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송영길 의원이 4·7 재보선을 앞두고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신가”라면서 투표를 독려한 건 대표적이다. 이는 유시민이라는 걸출한 진보진영의 스피커가 정치평론에서 물러나고 대체재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돼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서민 단국대 교수, 인터넷 논객 ‘삼호어묵’, 익명의 ‘진인 조은산’ 같은 합리적 비판론자들의 목소리에 대항할 필요성이 김씨에 대한 의존성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다음 달 2일 민주당 전당대회와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친문에 어필하기 위한 ‘김어준 수호’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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