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연이은 ‘동북공정’ 논란으로 문화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자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한 역사, 문화 왜곡 연구 프로젝트다. 이에 고구려와 발해 등 한국 고대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는 중국 정부의 끊임없는 시도는 지속적인 논란을 만들어 왔다.
앞서 드라마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소품 사용과 역사왜곡 문제 등으로 거센 비판 여론에 부딪혀 방송 2회 만에 폐지됐으며 한국계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도 무려 ‘중국산’ 비빔밥을 먹어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같은 동북공정 논란과 달리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바로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
특히 유재석은 MSG워너비 그룹의 제작자 ‘유야호’로 새로운 ‘부캐’를 탄생시켜 ‘전통 문화를 사랑하고 풍류를 아는 힙스터’로 분했다. 유야호는 한옥을 배경으로 생활한복을 입고 전통 부채를 들고 등장해 전통차와 누룽지를 즐기는 것은 물론 국악기를 활용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을 선사했다.
더불어 지난 17일 방송에서 유야호는 오디션 참가자와의 면접을 앞두고 “배부터 채우겠다”며 ‘먹방’을 진행했다. 이어 그가 흰 쌀밥에 김치, 김부각을 먹으며 야무지게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김부각과 사이다 상표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는 PPL이 분명한 상황이었지만 거부감은 커녕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을 풍자함과 동시에 간지러운 곳을 제대로 긁어 시원하게 일침을 가한 일명 ‘사이다 먹방’이었던 것.

착한 PPL이 지지를 받으며 유야호가 착용한 한복 또한 다시금 화제가 됐다.
최근 중국 누리꾼들이 ‘한국 전통 문화에는 명나라 양식의 유물이 남아 있으며 의류 문화 유물은 중국과 같다. 이것이 한복의 역사적 진실이다’라고 주장하며 한복을 자국 문화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논리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
이에 풍류를 즐기는 힙스터 유야호의 픽을 2번이나 받아 눈도장을 찍었던 브랜드 ‘기로에’는 전통 한복의 미학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제시하는 브랜드다. 특히 유야호가 입어 화제가된 맞깃 한복정장 자켓은 봄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컬러감으로 전통한복의 맞깃과 봉제 방법을 활용했고 벌어지는 밑부분과 옆트임으로 활동성까지 잡았다.

또 화려하고 한국적인 디테일을 살린 브랜드 ‘하을량’의 한복 수트는 남다른 ‘힙’함으로 시청자들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국내 패션업계 일부에서는 ‘한복’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대두되고 있었다.
이는 ‘동북공정’의 부당함이 나날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새로이 확산되며 MZ(밀레니얼+Z세대)세대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K-컬처와 전통문화에 주목하는 현상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10대부터 40대까지 전 타겟층을 아우르며 인기를 구가 중이던 브랜드 ‘한땀한땀’은 일상에서도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을 정성스레 짓는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많은 인기를 끌었던 아노락 제품은 전통문양이 가득 담긴 양단 소재로 제작됐으나 스포티한 복식 스타일을 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노력이 엿보인다.

트렌디한 패션과 한국 전통 모티브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선보인다는 브랜드 TM3는 좀 더 젊은 감각을 담았다. 전통 매듭을 사용한 크롬 노리개나 두루마기 코트, 바지 허리띠, 가방 장식으로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한 전통 매듭 술띠 등 활용도 높은 소품을 출시하는 것과 더불어 항공점퍼에 한국적인 자수를 더하여 젊은 세대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같은 움직임에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 스파오도 한복 출시를 알렸다.
지난 17일 스파오는 모던 한복 브랜드 리슬과 협업해 오는 5~6월 중 생활 한복을 출시할 계획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SPA 브랜드 중 최초로 “한복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많은 데다 한국의 멋을 찾는 프로젝트 차원에서 생활 한복 출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해 기대를 모았다.

실제 스파오는 SNS를 통해 생활한복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항목은 여름 두루마기, 한복 파자마, 전통 노리개 등으로 파자마 카라 모양과 자수 위치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할 예정이다. 또 제품의 가격이 적절한지 묻는 항목이 포함돼 가격 결정에도 많은 의견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한복 광고를 선보였던 브랜드 라카이코리아는 타임스퀘어에 다시 한 번 한복 광고를 올려 착한 브랜드로 인정 받았다.
특히 이번 광고는 이미지 광고로 진행되었던 이전 광고와는 달리 ‘경신외사’, ‘속자치통감’ 등 다양한 중국의 고서를 인용해 오히려 과거 중국이 한국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리는 증거를 제시했다. 또 “Traditional Korean Clothes, HANBOK(한국의 전통 의상 한복)”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The wheel of history cannot be reversed.(역사의 수레바퀴는 뒤로 돌릴 수 없다)”는 중국의 속담으로 동북공정과 각종 역사왜곡을 강력히 반박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라카이코리아의 공식 SNS를 통해 ‘라카이코리아 응원합니다’, ‘이런 일을 먼저 나서서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등 그들의 행보를 응원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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