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360도 아름다운 건축물… 러시아의 심장 [박윤정의 쁘리벳! 러시아]

관련이슈 박윤정의 쁘리벳! 러시아

입력 : 2021-02-20 08:00:00 수정 : 2021-02-19 21:29: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⑥ 모스크바 ‘붉은 광장’
크렘린 궁전·성 바실리 성당·볼쇼이 극장 등 역사와 문화 간직한 건축물 즐비
보행자의 거리엔 길거리 연주가들의 음악 반겨… 록 가수 빅토르 최 추모벽화도
붉은 광장.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꼽히는 대형 광장은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들, 크렘린 궁전, 성 바실리 성당, 레닌묘, 국립 역사박물관, 굼 백화점으로 둘러싸여 있다.

모스크바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침과는 사뭇 다르다. 커튼을 젖히니 도시 전경이 펼쳐진다. 옷을 주섬주섬 차려입고 아침 산책을 나선다. 겨우내 늦잠을 자던 태양은 여름이 되어서 한껏 부지런을 떤다. 6시가 채 되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가로등은 꺼져 있고 주위는 대낮인 양 환하다. 웅장한 호텔 로비를 지나 상트페테르부르크 호텔에서는 보지 못한 검색대를 통과한다. 아르누보 스타일의 웅장한 호텔 회전문을 뒤로하고 큰길을 따라 나선다.

길 건너 맞은편에는 볼쇼이극장이 보인다. 테아트랄니 프로예스트(테아트랄니 통로길)를 따라 큰 건물들을 구경하며 걷는다. 유명 호텔들과 쇼핑몰 건물을 지나치니 냉전시대인 20세기 후반에 유명하던 소련 비밀경찰(NKVD) 본부건물도 보인다. 격동의 과거 흔적을 엿보니 소련과 미국 사이에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었던 지난 시절이 떠오른다. 화려한 건축물과 풍부한 역사가 혼합된 이 현대적인 도시는 관광객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루 여정을 고민하며 발걸음을 되돌린다.

1898년 디자인된 호텔 객실은 앤티크 가구로 장식되어 있다. 2층 복도에는 쿠바의 카스트로, 중국의 마오쩌둥 등 이곳에서 숙박한 유명인들 사진이 즐비하다.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호텔 분위기는 사뭇 무거워 보일 수도 있지만 모자이크 장식과 녹색 타일 장식을 바라보면 조금 나아진다.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한다. 중앙 홀 유리 돔을 지나치며 화려한 실내장식에 놀란다. 높은 천장이 근사한 대연회장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즐기는 아침식사라니! 영화의 한 장면을 즐기는 듯한 특별한 경험이다.

걷기 편한 신발을 신고 붉은광장으로 향한다. 모스크바 여행이 시작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꼽히는 대형 광장이다. 역사적인 광장은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들, 크렘린 궁전, 성 바실리 성당, 레닌묘, 국립 역사박물관, 굼 백화점으로 둘러싸여 있다. 처음에는 교역 장소인 시장이었고, 전쟁을 나서는 군사들의 행진이 있었고, 정치범과 흉악범의 처형이 있었다. 소련 시대 5월 전승기념 축제 퍼레이드가 있던 광장은 오늘날, 관광객들이 붐비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누군가에게는 야경이 아름다운 장소로, 또 누군가에는 겨울철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단다. 문득 우리네 광화문광장이 떠오른다. 지난 역사를 품고 있는 광장을 헤매며 시선이 머무는 건물들을 빤히 쳐다본다. 낯설지만 수많은 얘기들을 쏟아내는 듯한 웅장한 모습들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2900㎡ 규모의 요새 성 크렘린. 이 성내에는 화려한 블라고베셴스크(수태고지) 성당의 황금돔에서부터 현대적인 고층건물, 박물관과 미술관, 모스크바 명소들이 도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약속 장소에서 우리를 안내할 가이드를 만났다. 큰 키에 투명한 피부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인사를 건넨다. 긴 금발 머리와 파란 눈동자는 어릴 적 바라보던 인형이다. ‘안녕하세요?’ 한국어 인사를 듣고서야 현실로 돌아온다. 2900㎡ 규모의 요새 성 지역인 크렘린을 둘러보기 위해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성내에는 화려한 블라고베셴스크(수태고지) 성당 황금돔에서부터 현대적인 고층건물, 박물관과 미술관, 모스크바 명소들이 도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중 러시아 정교회 성 바실리 대성당이 가장 눈에 띈다. 어릴 적 놀이였던 게임 테트리스의 배경이 되어 친숙한 이 성당은 16세기 이반 4세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했다고 한다. 러시아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조화를 이룬, 여러 색상의 양파 모양 돔들이 인상적이다. 광장 반대편 끝에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러시아 유물들이 전시된 러시아 국립 역사박물관이 있다. 어느 나라에서든 국립 역사박물관은 그 나라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또 다른 러시아 통치자들의 무덤이 있는 아르헨겔스크(대천사) 성당을 둘러보고 나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아르바트 거리로 향한다.

아르바트 거리.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보행자 거리를 들어서니 연주가들의 음악이 반긴다. 젊은이들이 넘치고 음악가와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거리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어우러져 활기가 넘친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보행자 거리를 들어서니 연주가들의 음악이 반긴다. 젊은이들이 넘치고 음악가와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거리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어우러져 활기가 넘친다. 그들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러시아 유명 록 가수 빅토르 최의 추모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벽에는 사망한 음악가의 초상화, 노랫말이 쓰여 있다. 러시아인들의 사랑을 받은 그의 음악을 휴대전화에서 찾아 들으며 러시아 기념품으로 앙증맞은 마트료시카 인형을 사 들고 레스토랑에 자리한다. 러시아의 국민 샐러드라고 불리는 ‘올리비예 살라트’와 쇠꼬챙이에 고기와 야채를 꽂아 숯불에 구운‘샤슬리크’라는 음식을 주문한다. 귓가에 울리는 음악과 낯설지 않은 음식 맛을 즐기며 한낮의 오후를 즐긴다.

러시아 지하철역. 최고의 건축가들이 참여한 개별 프로젝트에 따라 건설되었다. 모스크바에서는 44개의 역이 문화유산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러시아 지하철역은 최고의 건축가들이 참여한 개별 프로젝트에 따라 건설되었다. 모스크바에서는 44개의 역이 문화유산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모스크바보다 20년 후에 문을 연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6개 역도 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모스크바 지하철을 이용하며 특별한 작품을 만나는 재미도 놀라운 경험이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