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중국의 성현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 교육을 위해 공동묘지와 시장 근처, 서당 근처로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사성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나온 배경이다. 한국 어머니만큼 맹모삼천지교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이들도 없다. 좋은 학군과 학원을 찾아 자기집 놔두고 전세살이를 하는 건 흔한 모습이다. 학원비를 벌려고 파출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내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할 각오가 돼 있다.

세계적인 음악가 정트리오(정명화·정경화·정명훈) 어머니의 자녀 교육열은 맹모에 못지않다. 자식 셋을 미국 뉴욕의 공연예술학교 줄리아드에 유학 보낸 그는 비행기표를 공짜로 얻기 위해 입양아를 데리고 자녀 유학길을 개척했다고 한다. 경비 문제로 자녀 곁에서 뒷바라지를 할 수 없었던 ‘기러기 어머니’의 마음은 노심초사였을 것이다.

환경은 공부지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부지능은 IQ(지능지수)와 EQ(정서지능), a(집중력·창의성)에 좌우된다. IQ는 환경과 유전이 50대 50, EQ와 a는 70대 30 비율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점으로 미뤄 맹모와 정트리오 어머니의 자녀 교육은 성공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아버지들의 맹부삼천지교도 눈물겹다. 외국으로 자녀와 아내를 보내놓고 외로움과 싸우는 기러기 아버지들 얘기는 처연하다.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느라 허리가 휘는데 아내·자식과의 사이까지 뜨악해져 가정이 파탄나는 사례가 속출한다. 무엇을 위한 희생인지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류현우씨가 2019년 9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류씨의 장인은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 실장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통치자금 금고지기로 알려졌다. 특권층인 그의 탈북은 북한 체제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류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자녀 미래를 생각해 한국에 왔다”고 했다. 2016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국민의힘 의원)의 한국 망명 동기도 자녀의 교육과 장래 문제였다. 맹부삼천지교의 교육열은 남북한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