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결 불필요 ‘장기계속공사’
정치인들 무분별하게 추진 나서
대부분 5% 미만 예산으로 착수
43건 공기 늘어 평균 119억 증액
정부의 공공건설 사업 대다수가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추진돼 준공 지연과 세금 낭비로 이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5개 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철도공단 등이 2019년 준공한 공사비 100억원 이상의 공사 49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공공건설 공사 49건 중 41건(84%)이 ‘장기계속공사’로 최초 계약이 체결됐고, 8건만 ‘계속비 공사’로 계약됐다. 장기계속공사 계약은 국회 의결을 얻지 않고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계속비 공사 계약은 총예산을 확보하고 연차별 계약금액인 연부액을 명시해 국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
경실련은 장기계속공사 41건 중 절반 이상인 26건(63%)이 전체 공사비의 5%도 되지 않는 예산으로 사업에 착수했다고 분석했다. 14건(34%)은 1%도 확보하지 못했다. 10% 이상 예산이 확보돼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된 경우는 12건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우리나라 대부분 국책사업은 장기계속공사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해당 제도는 국회 의결 없이 손쉽게 사업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표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혈세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경실련 분석에서 사업 49건 중 43건(88%)의 공사기간이 늘어났다. 3년(36개월) 이상 장기간 늦어진 사업은 장기계속공사 10건, 계속비 공사 1건이었다. 공사가 지연되는 동안 물가 등의 상승하면서 공사비 역시 불어나기 때문에 1건당 평균 119억4000만원이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변동이 없거나 감소한 사업은 5건(10%)뿐이었는데, 이는 대부분 개·보수 공사로 공사기간이 짧고 공사금액이 적었다.
경실련은 장기계속공사에서 공공기관들이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 비용을 시공사에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무분별한 토건 개발 공약들이 난무하는 만큼 사업 지연의 주범인 장기계속공사 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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