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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론' 정세균 '닥공' 이낙연… 닮은 듯 다른 호남 주자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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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25 10:00:00 수정 : 2020-12-24 23: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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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주자 정세균과 이낙연의 차별화 행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K방역’을 자랑하던 문재인정부가 ‘백신대란’으로 코너에 몰렸다. 백신 조기확보 실패 과정에서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국민 불안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아 성난 민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정을 총괄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와 내각을 질책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백신의 정치화’, ‘혹세무민’ 운운하며 야당·언론을 문제 삼았다. 불리하면 뭉개고 남 탓하는 건 여권의 고질병이다. 그나마 정세균 총리는 증세가 약해 보인다.

 

◆눈치 안 보는 정세균의 재발견

 

정 총리는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정부가 백신 TF를 가동한 지난 7월에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판단 미스가 ‘백신 실기’로 이어졌음을 인정한 셈이다. 책임론을 처음 언급한 솔직함과 뚝심이 눈에 띈다. 내년 1분기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이 어렵다는 답변도 마찬가지다. 정 총리는 “1분기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런저런 핑계로 백신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정 총리는 또 민주당이 봉인해놓은 의사 국가고시(국시) 거부 의대생에 대한 구제 가능성을 열어놨다. “국민 여론 때문에 굉장히 신중했는데,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처하겠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재시험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형평성 논란을 의식해 “재시험은 불가”라며 비타협 노선을 고수 중이다. 당원 게시판과 열혈 지지층이 장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 총리 비판 글이 잇따랐다. 반면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의료진 추가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정 총리가 총대를 멨다”는 격려도 나왔다. 정 총리 발언을 계기로 당내에선 구제론이 탄력을 받는 흐름이다. 24일엔 이용빈 원내부대표가 “내년 1월 곧바로 국시를 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총리는 지난 22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만큼 관련 단체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개정 목적에 부합하게 법이 이행되도록 철저히 준비해달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이 법을 강행 처리했고 현장에 있던 이낙연 대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돌격 앞으로, 이낙연의 변신

 

이 대표는 총리 시절 신중하고 합리적 스타일이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조국 사태’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싹텄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병상확보 협력을 위한 병원협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4·15 총선 후 거대 여당을 이끌면서 달라졌다. 친문 눈높이에 맞춰 ‘닥공’을 주도하고 있다. 대야 공세의 전면에 나서 입법 독주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백신 논란에 대해 “괴담을 동원해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공포를 조장하는 보도에 단호히 대처하라”며 야당·언론을 동시 타격했다. 이날 병원협회와의 간담회에선 의료인력 확보와 관련해 간호사 동참을 평가하면서도 의대생 국시에 대해선 침묵했다.

 

◆지지율 2% 丁 vs 20% 안팎 李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화려한 경력이 막상막하다. 15대∼20대 6선 의원을 지낸 정 총리는 산업부장관, 민주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거쳤다. 16대∼19대에 이어 21대 현역으로 5선 의원인 이 대표는 전남지사와 총리 등을 지냈다. 모두 호남 출신으로 차기 대권을 노린다. 50년생인 정 총리는 전북 진안, 52년생인 이 대표는 전남 영광이 고향이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는 크다. 이 대표는 20% 안팎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여권 2강을 이루고 있다. 정 총리는 2%가량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이날 1600만명 백신 계약을 발표하는 등 매일 코로나19 문제로 언론을 타고 있으나 뜨지 않고 있다.

 

지지율로만 보면 세력 확장을 위해 친문 구애에 적극 나서야 할 사람은 정 총리다. 특히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 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등이 ‘친문 적자’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에 비해 정 총리의 행보는 친문 구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친문 눈치를 보지 않고 제 할 말을 하기 때문이다. 중도층이 호응해 지지율이 올라갈지 주목된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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