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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 번뿐”… 불행을 넘어선 진정한 자아찾기

입력 : 2020-11-03 03:00:00 수정 : 2020-11-02 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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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장 폴 뒤부아 ‘모두가 세상을…’
佛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 2019년 수상작
몰락한 주인공 앞세워 성찰의 삶 제시
“줄거리속 빛나는 해학 순간 포착” 평가
프랑스 작가 장 폴 뒤부아는 공쿠르상 수상작인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에서 누구라도 겪는 불행을 딛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성찰한다.

“인생은 형편없는 말 같은 거야, 이 사람아. 그 말이 자네를 떨어뜨리거든 입 다물고 얼른 다시 올라타야지.”

폴 한센은 이런 충고의 의미를 잘 안다. 대단치 않았으나 착하고 성실해 스스로는 만족하는 삶이었으나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그것은 순식간에 미쳐 날뛰며 폴을 내동댕이쳤다.

‘어떻게 살 것인가?’

프랑스 작가 장 폴 뒤부아의 작품들에서 두드러진 주제다. 그가 그리는 인생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가족 간의 갈등, 가까운 이들의 죽음, 상실, 실패자로 낙인찍힌 삶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내동댕이쳐진 채 널브러져 있을 수 없는 게 한 번뿐인 인생 아닌가. 작가는 불행을 넘어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것인가를 묻는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 2019년 수상작인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창비)가 그렇다.

 

폴은 수고로운 노동을 묵묵히 해낼 뿐 아니라 거기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대단찮은 삶이었으나 내게는 족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생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한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불멸의 풍경에 고이 축적된 아름다움에서 활력을 얻는” 아내 위노나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20년 넘게 일해온 공동주택에서는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삶이 완전히 뒤집힌 운명의 날”, 그는 교도소에 갇힌다.

몰락한 주인공을 앞세워 작가가 제시하는 성찰은 삶 각각의 고유함이다. “고유한 냄새가 있고, 바람의 습관이 있고, 보이지 않는 물살의 혈관이” 있는 호수처럼 말이다. 또 목사인 폴의 아버지 요하네스가 “사람의 허물을 크게 보지 말라”는 하느님의 말을 빌려 설교한 것처럼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건 각자의 삶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거기가 어디든, 저쪽 끝까지 다다르고 싶다는 의욕을 거세게 불어넣는 원초적인 행복감, 그 독특한 생명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고통스러운 이야기 속에서도 빛나는 해학의 순간을 포착했다”는 평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폴을 보호하는 존재들에 주목한 것이 아닐까. 특히 흥미로운 인물이 폴의 ‘감방 동료’ 호턴이다. 욕을 입에 달고 살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반토막을 내어주겠다는 호언장담을 일삼는 이 폭주족은 “도무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닐 때, 섬광처럼 번쩍하고 인간미를 드러낸다.” 아내만큼이나 사랑했던 반려견 누크가 죽은 것을 알고 오열하는 폴을 어색하게 두 팔을 내밀고 안아준 이도 호턴이다.

폴은 자신의 삶을 몰락으로 이끈 선택을 끝내 부정하지 않는다. 결과는 최악이었지만 그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했다. 그리하여 교도소를 나온 그는 자신의 선택을 재연한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초과 근무, 입주자들의 종노릇,…물과의 싸움,…병자 수발…이 모든 일이 한밤중의 물놀이 한번에 잊혔다.”

추락을 경험한 폴이 삶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찾는 곳은 아버지의 고향 덴마크 스카겐이다. 광범위하고 힘이 센 조상 숭배의 습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되돌아보고, 다시 시작하려는 폴의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는 아버지의 친척들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는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대답할 것을 다짐한다.

“저는 요하네스 한센의 아들입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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