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선거·우편투표 역대 최고
경합주 결과 승패 좌우 가능성
대선 이후 한·미관계 더욱 우려
결국 코로나가 2020년 미국 대선을 장악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은 그렇지 않아도 시계 제로에 가깝던 대선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국가 최고지도자는 그 자신이 국가안보의 핵심인데,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방역이 뚫렸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이라는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의 혼란을 겪게 만들고 있다.
538명(상원+하원+3명)의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미국 대선은 산술적으로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방식인데, 통상적으로 전당대회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그러니까 대개 6월을 기준으로 두 후보 지지율의 격차가 10%를 넘어서는 경우, 한 번도 최종 결과가 뒤집혀 본 적이 없다는 설명이 있다.

지난 6월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은 10% 내외의 격차를 보였는데, 크게는 12% 정도의 격차를 보이는 조사결과도 적지 않아서, 기존의 설명으로는 바이든이 절대 우세한 선거이다.
하지만 2016년 대선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에게 비슷한 격차로 뒤지고 있었다. 특히 코로나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다소 무력한 이미지의 바이든 후보보다는 신뢰할 수 없지만 자꾸 쳐다보게 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 또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11월 3일 선거일을 기준으로 거의 정확히 한 달 전에 발생한 사건이다. 말 그대로 깜깜이 선거가 된 셈인데, 그래도 남은 시간 동안 핵심 관전 포인트를 꼽아보자면, 우선 양당 어느 쪽으로도 표를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의 투표율이 핵심 관건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경합주(競合州, swing states)의 결과가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1990년대 이후 미국 대선은 정당투표가 아니라 ‘인물투표’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되면서, 유권자의 성향이 중도에 집중되어 있는 주들의 결과가 중요해졌다. 이번에는 플로리다,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과 같은 지역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한 격리조치로 이들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현재 6개주 정도로 알려진 경합주의 선거인단 수가 무려 101명에 이르니 상당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또 한 가지, 소위 ‘바이든 리퍼블리컨(Republican)’들이 등장했는데, 한마디로 공화당 지지자이지만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을 찍겠다는 ‘신(新) 유권자층’을 일컫는다. 바이든을 찍겠다는 이들의 입장이 트럼프의 확진을 지켜보면서 과연 민주당으로 향할 마음을 더 단단하게 굳혔을까? 만약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이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선거 결과를 가름할 핵심사안 중의 하나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이 아니라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과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 간의 대결이 되었다.
10월 10일을 기준으로 사전선거 및 우편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거의 5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908년 사전선거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고의 기록적인 수치이며, 2016년 대선과 비교하면 약 5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코로나로 인해 상대적으로 한산한 투표장을 선호한 유권자 심리로 인해 우리의 지난 4월 총선 역시 기록적인 사전투표율을 보인 바 있다. 높은 투표율의 이면에는 결국 ‘트럼프 대 트럼프’의 선거구도가 자리 잡고 있고, 대선은 ‘전망적(prospective) 투표’이고 중간선거는 ‘회고적(retrospective) 투표’라는 미국 선거의 마지막 공식마저 허물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11월 3일 선거가 끝난다고 해도 현재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데탕트 이후 최악의 반중(反中) 정서, 국제리더십 무용론, 깊게 파인 사회갈등, 코로나 이후 거대하게 몰려올 경제구조조정 등은 불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미관계 역시 대선 이후가 더욱 우려되는 순간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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