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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조문 거부 류호정 때문?… 정의당 탈당 러시

입력 : 2020-07-13 10:00:00 수정 : 2020-07-13 16: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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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보호해야’ 주장 류호정·장혜영 의원에 반발 탈당 늘어 / 진중권 “유시민 나갔을 때 진즉 따라 나갔어야”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 연합뉴스

 

정의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별세 이후 ‘탈당’하는 당원들이 잇따르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앞서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전 비서)를 보호해야 한다며 조문 거부를 선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탈당하는 이들은 ‘오랜 정치적 동지’인 박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가 한국 시민운동사에 남긴 족적을 기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시장이 고소 당한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앞서야 한다는 논리다.

 

 

정의당이 이러한 당원들의 ‘항의성 탈당’에 굴복할지, 피해자 ‘2차 가해’ 방지에 최우선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킬지 관심이 모인다.

 

그런 가운데, 정혜연 전 정의당 청년부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당하시겠다는 분들의 글을 보며 우리 당이 어떻게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참담함을 느낀다”고 적었다.

 

이어 “최소한 사람 된 도리에 맞게 할 말과 안 할 말을 가릴 줄 아는 정치는 어디 가고 사라져버렸다”라며 “(류호정, 장혜영) 두 국회의원은 자신들의 발언이 어떤 논란을 가져올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지난 9일 별세한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앞서 정의당 류호정, 장혜영 의원 등은 박 시장으로부터 수년간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하며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글을 올렸다.

 

류 의원은 그러면서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류호정 페이스북 갈무리.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라며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미 박 시장 조문을 마친 심상정 대표도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호소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지금은 애도할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박 시장 조문? 자유다”라며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政爭)화하나?”라고 적었다.

 

이어 “시비를 따질 때가 있고 측은지심으로 슬퍼할 때가 있는 법!”이라며 “뭐 그리 급한가. 지금은 애도할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의 전 비서로 알려진 서울시 직원 A씨는 지난 8일 박 시장을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고소장에서 2016년 이후 박 시장으로부터 수년간 성추행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연합뉴스

 

지난 4·15 총선에서 ‘6석 확보’에 그친 정의당은 선거 참패가 ‘민주당 2중대’라는 이미지 때문으로 보고 최근 ‘범여권’ 대신 ‘진보 야당’이라는 명칭을 선호한다고 밝히는 등 민주당과의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당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 “탈당, 말릴 필요 없다. 원래 민주당에 갈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정의당에 와 있었던 것뿐”이라며 “유시민이 탈당할 때 진즉에 따라나갔어야 했다. 그 사람들은 이제라도 제 성향에 맞는 정당을 찾아 가면 된다. 그게 다 당이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적었다.

 

이어 “정의당은 이참에 진보정당으로서 제 색깔을 뚜렷하게 하고, 진보적 성향의 당원들을 새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어차피 민주당은 완전히 맛이 갔다. 바나나 하나도 안 들어갔으나 바나나 맛이 나는 우유처럼 옛날엔 진보 ‘맛’이라도 냈지만, 지금은 그 맛 조차도 사라졌다”고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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