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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윤미향은 침묵… 할머니들 가슴엔 ‘2차 피해’ 상처가

입력 : 2020-06-02 06:00:00 수정 : 2020-06-02 07: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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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견 / “할머니들 정대협·尹 무서워해 / 망향의 동산 묻어달라 유언 무시” / 잇단 음모설·명예훼손성 발언에 이용수 할머니 2차 피해 / 일각 “진짜 위안부 맞냐” 주장도 / 시민단체, 방송인 김어준 고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이 단체를 이끌었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활동 방식과 회계부정 의혹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이하 유족회)도 윤 의원 사태를 촉구하고 나섰다. 유족회는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을 전후해 군인, 노무자, 여자근로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등으로 끌려간 한국인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1973년 만든 단체다.

양순임 사단법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왼쪽)이 1일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태조사 자료집을 펼쳐보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유족회 양순임(76) 회장은 이날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알프스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30년간 위안부 문제를 악용한 윤미향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의연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과 윤미향은 수십 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피해자 중심의 단체가 아닌 권력 단체로 살찌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죽으면 ‘(국립) 망향의 동산’에 묻어달라’는 고 강순애 할머니의 유언을 정대협이 무시했다”며 “강 할머니는 결국 차디찬 납골당에 안치됐다”고 주장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망향의 동산 묘역과 봉안당에는 고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잠들어 있다.

양 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생전에 정대협과 윤미향을 무서워했다”며 “정부가 더는 이 단체에 지원금을 보내선 안 되고 국민 상대 기부금 모금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순임 사단법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이 1일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한 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정대협이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가 한 말이 다 맞다”며 “윤미향이 거짓말만 안 했다면 지켜보려고 했는데, 거짓말을 하니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윤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나눔의 집 간 李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일 위안부 피해자 시설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찾아 생활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노망” “대구스럽다”… 이용수 할머니 2차 피해

 

정의기억연대와 이 단체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둘러싼 의혹 제기를 시작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라와 있는 이 할머니에 대한 비난은 여러 측면에서 무분별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망(치매)났다’는 식의 노인 비하부터 ‘대구스럽다’와 같은 지역 비하, 정권 반대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공작설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피해자인 이 할머니에게 ‘진짜 위안부 맞느냐’는 식의 2차 가해까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정치 유튜브 채널과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연합뉴스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달 25일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문과 할머니의 실제 말투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할머니는 지난달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가 바보냐, 치매냐”라며 “백번천번 얘기해도 나 혼자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잇따른 명예훼손성 발언에 시민단체 등도 강경 대응을 시사해 관련 고소·고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날 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김씨를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대구 지역 시민단체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도 이날 “최근 이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온라인에서 할머니를 비방하는 댓글로 할머니 명예를 해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났다”며 “이러한 범법 행위로부터 할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악성 댓글과 허위 사실 유포자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려 한다”며 제보를 받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정의연과 이 단체 이사장을 지낸 윤 의원의 기부금 횡령과 부실 회계 의혹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는 정의연 관계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해 정대협의 회계 처리 방식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앞서 지난달 26일과 2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회계 담당자와는 다른 인물로, 정대협 시기에 회계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수원=강승훈·오상도 기자, 유지혜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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