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이용만 당했다는 이용수 할머니(92)의 기자회견에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실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용수 할머니 “30년간 이용만 당해”…윤미향 당선인 두고 “벌 받아야 한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에 이어 2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소재 인터불고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30년 동안 이용만 당했다”며 정의연과 윤 당선인을 싸잡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1992년 6월25일 (위안부 피해를) 신고할 적에 (당시) 윤미향 간사가 29일에 모임 있다고 해서 어느 교회에 갔다”며 “그날따라 일본 어느 선생님이 정년퇴직 후 1000엔을 줬다면서 100만원씩 나눠 주더라”고 처음 모금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당시 윤 당선은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간사였다고 이 할머니는 기억했다.
이 할머니는 “그게 무슨 돈인지 몰랐고 그때부터 (정대협이) 모금하는 걸 봤다”며 “왜 모금하는지 모르고 지금까지 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데모(수요집회)라는 걸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며 “내가 바른말을 하니까 나한테 모든 걸 감췄다”고도 했다.
이어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의와 관련해서도 “(당시) 일본 정부가 낸 10억엔도 제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라며 “자기들(정의연)한테는 나눔의 집에 있는 사람만 피해자고 그들만 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또 “정대협이 (근로)정신대 문제만 하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했느냐”며 “이것을 반드시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들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막았다”고도 했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윤 당선인을 향해선 “아직 그 사람은 자기가 당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죄를 지었으면 죄(벌)를 받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청와대 “입장 표명 계획 없어”…민주당 “수사 결과 보고 입장 결정”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표할 계획은 없다”며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정의연 사태와 윤 당선인의 거취는 청와대가 아닌 당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해서는,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가 각각 후원금 자료와 보조금 집행내역을 점검할 예정이므로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대해 “새로운 내용은 나온 게 없는 것 같다”며 “윤 당선인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사실 규명’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강 대변인은 “30년간 위안부 운동을 함께 해 온 이 할머니께서 기자회견까지 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 할머니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선 정의연이 적극 해소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번 논란으로 위안부 인권운동의 대의와 역사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행안부 등 관련 기관의 자체 조사 등으로 제기된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확인되기 전에는 윤 당선인의 거취를 정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다만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 당선인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수석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으로서 등원할 확률이 높다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차분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수사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논란의 중심에서도 침묵하는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이 할머니가 입장을 냈으니 입장을 내는 것이 순리”라며 “머지않은 시간 내 입장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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