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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탕도 제 돈으로” 나눔의 집 직원 폭로… 기부자 유재석도 당황

입력 : 2020-05-20 10:04:59 수정 : 2020-05-20 13: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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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방송 파장 / 내부고발 직원들 “막대한 후원금, 할머니들 아닌 생활관 증축에 쓰여” / 운영진, 조계종 모두 반박 “사실 아닌 왜곡된 내용” / 경기도는 국민신문고 신고내용 토대로 조사 중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이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알려진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도 후원금 집행 논란에 휘말렸다.

 

나눔의 집에서 근무하는 직원 7명이 후원금 대부분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고 내부 고발에 나선 것인데,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19일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해당 논란을 집중조명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평균연령 95세)이 생활하고 있다. 1996년 설립된 이래 25년째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4월 기준 보유자금은 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대월 학예회장 등 일부 직원들은 운영진이 이 곳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의 간식비나 생필품 구매비용, 심지어 병원비(재활 치료 비용)조차도 후원금으로 지불할 수 없도록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한 직원은 ‘도가니탕’을 먹고 싶다는 할머니에게 사비로 사 드려야 했다고 털어놓았고, 또 다른 직원은 할머니가 다쳐도 나눔의 집 측은 본인이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PD수첩’ 측은 취재 당시 나눔의 집에 쌀도 별로 없는 상태였다며, 쌀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해마다 1톤이 넘는 쌀들이 운반되어 간 곳은 승려전문교육대학인 중앙승가대학교였다고 주장했다.

 

나눔의 집은 할머니들이 주체가 아닌 스님들이 주체이고 할머니들은 세 들어 사는 수준이라는 폭로까지 나왔다. 

 

방송인 유재석.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재석, 김성령, 김동완 등 연예인들이 선의에서 기부한 나눔의 집 후원금이 할머니들이 아니라 생활관 증축에 쓰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직원은 이들의 후원금이 본인 동의 없이 생활관 건립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나눔의 집 측은 유재석, 김동완 등 기부자들에게 ‘지정기탁서’를 받았다고 했는데, 실제 시청에 제출한 지정기탁서에는 이들의 이름이 없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유재석 소속사 관계자는 ‘PD수첩’과의 통화에서 “유재석씨와 이야기를 해봐도 저희는 아무 것도 써준 게 없다”면서 “유재석씨는 ‘그 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가슴 아파하신다”고 입장을 전했다.

 

방송에 출연한 김정환 변호사는 “후원금은 목적에 구속되는 돈이다. 심지어 지정후원금은 ‘이렇게 사용해주세요’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를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순간 그 자체가 범죄가 된다. 매우 큰 불법행위”라고 경고했다.

 

19일 후원금에 대한 내부 고발이 나온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나눔의 집 측은 이에 대해 “지정기탁서를 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재석씨와 김동완씨한테는 연락이 되지 않아 지정기탁서 동의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내부고발에 나선 직원들은 방송당일인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나눔의 집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임을 내세우며 할머니들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고 광고하지만 실상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 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눔의 집은 지난 20여년간 법인이 채용한 2명의 운영진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돼왔고 할머니들의 의료와 복지에 후원금을 제대로 지출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직원들은 “운영진은 할머니들의 병원 치료비, 물품 구입 등을 모두 할머니들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도록 했다”면서 “법인은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해 60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70억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내부 고발 이유로 "이 문제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국민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돈이 대한불교조계종의 노인요양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학예실장 등은 이미 지난 3월10일 국민신문고에 '나눔의 집에서 후원금을 건물 증축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며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나눔의 집에 지난해 25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할머니들을 위해 쓰인 돈은 64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해당 민원에 경기도는 이달 13∼15일 나눔의 집 법인에 대한 특별지도점검을 벌였고 분석작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나눔의 집이 적립한 후원금은 지난해 말 기준 65억원에 달하는데 할머니들 사후에 노인요양사업에 쓰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8년 2월28일 법인 이사회 녹취록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사 한 명(스님)이 “할머니들 다 돌아가시면 일반 국민 후원금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좀 더 후원을 많이 받고 잘 모아서 2∼3년 계획을 세워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으면 어떻겠느냐”라며 “현 잔고 37억원으로는 부족하고 100억원 정도 있어야 지을 수 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직원들은 보도자료에서 “나눔의 집 문제가 공론화돼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역사가 폄훼되거나 국민들이 위안부 피해자 운동으로부터 눈 돌리게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내부 고발에 운영진 중 한 명인 나눔의 집 시설장 안신권 소장은 “후원금은 모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복지사업과 기념사업, 추모사업에만 쓰였고 법인을 위한 별도 사업에 사용된 후원금은 전혀 없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역사관, 생활관 증축 등은 국도비로 모자라는 부분을 후원금에서 보탰으며 이 또한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할머니들의 의료비, 간병비 등은 모두 국비 지원이 된다”며 “지난해 6400만원의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한 교육·건강프로그램에 쓰였는데 6명의 할머니 가운데 4명이 거동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녹취록 속 노인요양시설 제안 건에 대해서도 “일부 이사의 개인 의견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법인 이사회 역시 “후원금을 적립해 둔 것은 할머니들이 돌아가신 후에도 위안부 문제 해결 및 인식 확산을 위한 활동이 지속돼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요양원 건립 계획은 확정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치료 방치 등) 할머니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관련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위를 확인하고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한편, ‘PD수첩’ 예고편이 나간 18일 대한불교조계종은 입장문을 통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일방의 왜곡된 내용”이라며 “나눔의 집은 독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서 종단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고 나눔의 집 운영과 관련해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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