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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몰타의 고대 수도… 사도 바울 사역의 역사 흐르다 [박윤정의 파라다이스 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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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4 10:00:00 수정 : 2020-05-20 20: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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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임디나와 라바트 / 중세·바로크 건축 혼합된 주요 가문들의 저택 즐비 / 사도 바울이 머물던 동굴 / 12C 지어진 성 바오로 대성당 / 기독교인들 성지순례 장소 / 좁은 골목길 집마다 강렬한 원색의 문·발코니 / 고대와 현대 사이 시간을 잃어버리다

16세기와 현재의 모습이 공존하는 발레타를 떠나 몰타의 고대 수도였던 임디나로 향한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이 기승을 부리기 전에 임디나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호텔 주변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고지대에 자리 잡은 천연 요새 임디나는 성 요한 기사단이 몰타에 정착하기 전까지 오랜 세월 몰타 중심지였다. 또한 페니키아인부터 카르타고, 로마, 비잔틴, 아랍, 노르만, 아라곤 등 몰타를 지배했던 고대 세력들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작지만 요충지에 자리 잡은 몰타 섬을 지배하기 위해 고대 이후 지중해 주도세력들 모두가 등장하는 역사가 몰타 임디나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셈이다.

임디나. 고지대에 자리 잡은 천연 요새로 성 요한 기사단이 몰타에 정착하기 전까지 오랜 세월 몰타 중심지였다. 또한 페니키아인부터 카르타고, 로마, 비잔틴, 아랍, 노르만, 아라곤 등 몰타를 지배했던 고대 세력들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임디나 역사는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몰타가 세계 역사에서 주요 장면으로 등장한 것은 서기 60년이다. 로마로 향하던 사도 바울이 몰타에 난파당한 후 푸오리 르 무라(도시 성벽 바깥쪽)로 알려진 라바트 동굴 안에 거주했다고 한다. 사도 바울은 이곳에서 기적을 행하며 몰타인들에게 복음을 전파했고 이로 인해 기독교 중요한 성지가 되었다. 당시 사도 바울의 전도 과정은 1600년대 아담 엘스하이머가 그린 ‘몰타의 사도바울’이라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강렬한 원색들의 문과 발코니 창들. 라바트와 임디나 좁은 골목길로 틈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그림을 그리듯 반짝인다. 건물에 가려진 그림자들과 인상적인 색상들의 발코니들은 단색의 농담과 화려한 색깔로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도 바울이 거주한 동굴로 이르는 길은 좁은 골목길들로 이어져 있다. 골목 곳곳에 로마제국 시대 때 죄수를 매달아 고문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없는 좁은 골목길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그림을 그리듯 반짝인다. 건물에 가려진 그림자들과 인상적인 색상들의 발코니들은 단색의 농담과 화려한 색깔로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렬한 원색들의 문과 발코니 창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사도 바울의 동상이 나타난다. 눈부신 햇살에 반사되어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힘겨울 때 사도 바울 성당과 사도 바울이 3개월 머물던 동굴이 반겨준다. 동굴은 사도 바울 일대기를 다룬 여러 영화 촬영지이자 지금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기독교인들의 성지순례 장소다. 당시에 사도 바울이 행한 기적과 선교 활동은 사도행전 28장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성경에는 몰타 섬 이름이 멜리데섬으로 되어 있다.

임디나 좁은 골목길들. 4000년 역사의 몰타가 세계사에서 주요 장면으로 등장한 것은 서기 60년이다. 사도 바울은 이곳에서 기적을 행하며 몰타인들에게 복음을 전파했고 이로 인해 기독교의 중요한 성지가 되었다.

라바트에서 다시 임디나로 이르는 길은 몰타 주요 가문들의 오래된 저택들이 늘어서 있다. 몰타 귀족 가문들은 12세기 이후부터 통치자였던 노르만, 시칠리아, 스페인 후손들로서 임디나를 중심으로 거주해 왔다. 중세 건축과 바로크 건축이 혼합된 인상적인 저택들은 마치 중세시대 영화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때마침 사람들 웅성거림 사이로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관광객들을 태운 말들을 보며 옛 시절 귀족들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본다.

성 바오로 대성당 외부.
성 바오로 대성당. 임디나 대성당으로 알려졌으며 12세기에 세워졌다. 1693년 시칠리아 지진으로 심하게 훼손되었지만 1696년에서 1705년 사이에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다.

임디나 대성당으로 알려진 성 바오로 대성당은 12세기에 세워졌다. 1693년 시칠리아 지진으로 심하게 훼손되었지만 1696년에서 1705년 사이에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다. 라바트와 임디나 곳곳에 자리한 기독교 유적들은 종교적 성지로 보존되었으며 여러 수도원의 번성으로 이어졌다. 또한 현대 종교인들에게 성지순례를 통해 사도 바울의 고단했던 사역의 역사를 돌아보는 귀중한 체험을 제공해 준다.

사도 바울의 발걸음을 따라 고대 도시를 헤매다 어느 골목길 한편에서 몰타 전통 과자점을 만난다. 붐비는 관광객들 틈에 끼어 다시 현대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유명한 초콜릿 폰타넬라 케이크로 잠시 허기와 피곤함을 덜어내고는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이 정수리에 얹혀질쯤 수도 발레타 북쪽에 위치한 호텔로 돌아왔다.

중세 건축과 바로크 건축이 혼합된 인상적인 건물들. 12세기 이후부터 통치자였던 노르만, 시칠리아, 스페인 후손들인 몰타 귀족 가문들 영향으로 임디나를 중심으로 건설되었다.

몰타에는 윈드서퍼부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위한 해변이 있다. 숨겨져 있는 아름다운 해변들이 바위에 가려져 있지만 굳이 길을 벗어나 찾아낼 필요 없이 황금 모래가 펼쳐진 해변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몰타의 가장 인기 있는 주요 해안 휴양지와 더 큰 모래 해변은 몰타 북부에 위치한 호텔 주변에 자리한다. 해변 카페와 인근 레스토랑은 벌써부터 주말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최근 몰타는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천국이라 불리며 유럽의 작은 섬나라를 넘어 또 다른 세상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암호화폐가 익숙하기도 전에 관련 법령을 정비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본사를 몰타로 이전했다고 한다. 새로운 일자리와 기술을 쫓아 IT업계 젊은이들과 금융가들이 몰타에 모여든다. 또한 주말이면 지중해 아름다운 햇살과 해변을 즐기고자 유럽 관광객들까지 몰려온다고 한다.

이미 호텔 주변은 나이 지긋한 관광객부터 젊고 활기 넘치는 젊은이들까지 모두가 어울리는 놀이터가 된 듯하다. 곳곳에서는 마치 클럽처럼 비트 강한 음악소리가 울려 퍼진다. 역사 뒤안길에서 벗어나 오늘의 몰타를 즐기며 석양을 마주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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