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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국가적 위기, 온 국민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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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28 22:19:37 수정 : 2020-02-28 22: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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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여행업계 타격 / 새로운 문화 접할 기회 사라져 / 일부선 한국인 입국금지 분개 / 감정 대응보다 위기 극복 시급

요르단에서 한국인 입국 금지 결정이 내려지던 날, 오후 늦게 요르단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여행 업무를 통해 친해진 요르단 현지인이 봐도 한국 상황이 꽤 걱정됐던 모양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진원지에 살고 있는 요르단 친구가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에게 안부 전화라니. 코로나19의 진원지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말과 함께, 심각하긴 하지만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참 동안 안심시킨 뒤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이번에는 아프리카 각지에 퍼져 있는 친구들이 간밤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업 관련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세계 각지의 순박한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다는 점이다. 워낙 허물없이 지내던 순박한 사람들이라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대한민국 상황이 꽤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잠깐 생각해보니 메르스의 진원지에서 날아온 안부 인사에 이어, 한때 에볼라바이러스로 꽤 시끄러웠던 동네 친구들이 글쓴이의 안부를 묻는다. 하기야, 누구보다도 이런 질병에 시달려봤던 사람들이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이처럼 세계 각지에서 바라보는 코로나19 관련 정세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라디오 방송을 매일 오전 두 시간 동안 진행하다 보면, 하루가 다르게 청취자들의 사연들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낀다. 방송을 마치고 나면 문화계와 예술계, 특히 공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하소연을 서로 주고받는다. 수년 동안 공들였던 외국 아티스트의 첫 내한 공연을 결국 취소했다는 공연 기획사 대표의 푸념이 들리는가 하면,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는 3월 한 달 동안 잡혀 있던 강연이 모두 취소되었단다. 그러나 글쓴이가 가장 걱정스러운 분야는 아무래도 여행업계인 것 같다. 작금의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여러 분야 가운데에서도, 여행업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산업이다. 글쓴이가 방송, 여행업, 인문학 강연 등등 여러 업종에 걸쳐 있지만 이 모든 분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유직이라는 점과 문화 예술에 관련된 직종이라는 점, 그리고 낯선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사실이다. 여행은 낯설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화를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행과 같은 뜻을 지니면서 빛을 본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가 있다. ‘빛을 본다’는 ‘관광’이다. 이 단어 속에 등장하는 빛이 바로 새로운 문화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이 빛을 볼 기회를 당분간 잃어버렸다. 그것도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낯선 문화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현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입출국을 허가하는 문제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여기에 국제 정세나 정치적인 해석의 잣대보다는, 문화와 관습에서 오는 차이와 오해, 그리고 현지 상황을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감정적인 부분으로 보자면 인종 또는 국가 차별이라는 분위기도 읽히고, 한국인 입국 금지를 결정한 나라들의 명단을 보면서 ‘아니, 이 나라가 감히 우리를 금지한다고?’ 라는 분위기도 읽힌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초기의 일이다.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교육 기관 중 하나인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한국인을 포함해 동양인 학생들의 등교를 자제하라는 권고가 국내에 알려진 일이 있었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이탈리아의 학교가 내린 결정에, 명백한 인종 차별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한국인 입국 금지를 내린 국가들이 늘어날 때마다, 인종 차별이라는 단어보다 더 많이 들리는 의견은 감히 이런 나라들이 우리를 금지할 수 있냐는 반응이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중요한 건 인종 차별이든 국가 차별이든, 국내외 최대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와 온 국민의 의견이 한데로 모여야 할 시기라는 사실이다. 국가 대 국가로 유감을 표하거나 항의를 할 일은 그 뒤의 일이다. 최대의 피해자는 확진자들과 환자들, 그리고 가장 애쓰고 있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의료진과 관련자 모두이다. 빛을 보는 일, 그리고 낯선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일 모두 곧 재개되리라 믿으면서.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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