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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폭발, 언제든 가능한 과학적 현실”

입력 : 2019-12-17 14:52:49 수정 : 2019-12-17 14: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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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과 교수

오는 19일 백두산 폭발 상황을 그린 재난 영화 ‘백두산’이 개봉한다. 학계에서는 실제로도 이런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과 교수는 “‘홀로세’(1만1700년 전부터 현재에 해당하는 지질시대)에 분화 기록이 있으면 활화산으로 분류하는데 이런 점에서 백두산은 분명한 활화산”이라고 말했다.

 

화산 폭발은 지하의 마그마가 분출하는 현상인데, 백두산 지하에 어마어마한 양의 마그마가 들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나 있다. 중국 지진국은 1990년대 말에 이미 대규모 백두산 탄성파(지진파) 탐사 연구를 했고 백두산 아래에 네 개의 마그마방이 있다고 밝혔다. 2016년에는 백두산 마그마방 중 한 개의 면적이 서울시 면적(605㎢)의 2배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도 나왔다. 북한, 영국, 중국, 미국 과학자로 이루어진 국제 공동연구진이 백두산 천지 5∼10㎞ 아래에 1256㎢ 정도의 거대한 마그마방이 있고, 여기 부분적으로 액체 상태(용융 상태)인 마그마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화산 지대 아래 용융 상태의 마그마가 있다는 것은 화산활동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 백두산은 고려 정종 때인 서기 946년과 947년 두 차례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 뒤 지금은 휴지기 상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러 화산 활동 징후를 보여 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2002∼2005년에는 백두산 지면이 최고 7㎝ 솟아오르고 지진 활동이 한 달에 최대 250회를 기록할 정도로 활발해졌다.

 

지난 5월 영국 밀턴케인즈에서 열린 제4회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에는 이례적으로 북한 학자가 나와 백두산 땅 속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북한 지진국 김혁 과장은 당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모두 10회의 지진이 났다”고 발표했다.

 

실제 백두산이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분화하면 반경 수십㎞ 이내 지역은 초토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천지에 담긴 약 20억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면 압록강, 두만강, 삼지연 등에 대홍수가 날 확률이 높고, 분출하는 마그마와 직접 반응할 경우 엄청난 수증기로 폭발력이 극대화할 수도 있다. 화산재는 바람을 타고 일본에까지 영향을 주고, 동아시아 일대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시킬 수 있으며 농작물 냉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현재 과학기술로는 백두산 분화를 막을 수도, 분화 시기를 예측할 수도 없다. 이 교수는 “피해 규모 예측을 통해 피해를 완화할 수는 있지 않을까”라며 “어떻게 하면 피해를 가장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백두산 분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 만큼 백두산 연구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독일, 영국 연구진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북한은 우리나라에도 2007년, 2011년, 2015년 세 차례 공동연구를 제안했지만 연구자 간 이견과 정치적인 문제로 실제 연구가 추진되지는 못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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