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아이들의 수호성인 ‘산타클로스’ 여기 잠들다 [박윤정의 원더풀 이탈리아]

, 박윤정의 원더풀 이탈리아

입력 : 2019-12-14 12:00:00 수정 : 2019-12-11 20:43: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② 중세·현대 잘 어우러진 바리 /가톨릭 성지 순례지 성 니콜라스 바실리카 / 가난한 이에 선행 베푼 / 산타할아버지 실제 모델 / 니콜라 성인 유해 보관 / 구시가지는 중세의 시간 / 신도시는 극장·쇼핑센터 / 신선한 해산물과 올리브 오일 풍미 가득한 / 파스타에 와인 한잔 / 남부도시의 여유로움 만끽
성 니콜라스 바실리카. 바실리카는 일반성당보다 격이 높은 성당을 의미하며, 이곳에는 어린이들의 수호성인이자 흔히 산타클로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니콜라 성인의 유해와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노르만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는 성 니콜라스 바실리카는 1087년 유해 보관을 위해 지어졌으며 가톨릭과 동방정교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순례지이기도 하다.

 

인천공항에서 12시간을 날아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한 후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2시간을 더 날아 이탈리아 남부 바리에 도착했다. 14시간의 오랜 비행 피로는 공항을 나서면서 맞아주는 지중해 따스한 바람이 날려준다.

이탈리아 동남부, 아드리아해에 면해 있는 항구도시 바리는 바다 냄새를 실어 코끝에 살포시 얹는다. 바리를 주도로 삼고 있는 풀리아주 장화 형상 이탈리아에서 뒷굽을 따라 길게 자리 잡고 있으며, 동쪽으로 알바니아와 세르비아를 마주보고 있는 아드리아해가, 남쪽으로는 그리스를 마주하는 이오니아해가 자리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로 인해 오랫동안 이탈리아반도와 발칸반도를 잇는 중요한 해상 교통로였으며 동양으로 통하는 문이라 불리면서 일찍부터 지중해의 종교적, 상업적 중심지로 발달해 왔다. 고대에는 그리스 영향을, 이후에는 비잔티움 제국과 노르만 지배를 받으면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더구나 지중해성 기후로 이탈리아에서 올리브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풀리아주 중심지인 바리에는 역사적 영향으로 노르만과 비잔티움 양식의 옛 건물이 많고, 특히 11세기에 지어진 대성당으로 유명하다. 공항을 떠나 바리 시내에 들어서자 스베보 성이 눈에 들어온다. 노르만 왕인 로저 2세에 의해 1132년쯤에 지어졌으며 바다 쪽을 제외한 삼면이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 방어용 요새다. 잦은 침공과 방어로 파괴와 재건축이 반복되면서 여러 주인을 맞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유물을 소유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때마침 행사를 마쳤는지 성 주위에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수많은 인파를 비켜 빼곡한 주차장을 가로질러 작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작은 골목길에는 집들과 상점들이 이어져 있다. 상점 앞 진열되어 있는 물품들을 구경하며 골목 끝에 이르니 성 니콜라스 바실리카가 보인다. 바실리카는 일반성당보다 격이 높은 성당을 의미하며, 이곳에는 어린이들의 수호성인이자 흔히 산타클로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니콜라 성인의 유해와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노르만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는 성 니콜라스 바실리카는 1087년 유해 보관을 위해 지어졌으며 가톨릭과 동방정교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순례지이기도 하다. 노르만인의 이탈리아 후예인 이탈로-노르만인들이 당시 성 니콜라스의 유해가 묻혀 있던 터키가 이슬람 지배에 들어가자 이곳에 바실리카를 짓고 유해와 유물들을 바리로 안전하게 옮겨왔다고 한다.

 

성 니콜라스 바실리카 내부 조형물.

 

외적을 막기 위한 성의 모습에 더 가까워 보이는 성 니콜라스 바실리카는 산타클로스 축복을 받기 위한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해안가에 떠 있던 크루즈 승객들의 단체 방문 시간과 겹쳐진 탓에 내부는 물론이고 주위 하얀 대리석에 앉아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에 밀려 짧은 기도로 대신하고 해안가로 나선다. 푸른 물이 아름다워 해안 길을 따라 걷는데, 대리석에 반사되는 열기와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태양이 너무 강렬했다.

 

이탈리아 동남부, 아드리아해에 면해 있는 항구도시 바리. 푸른 물이 아름다워 해안 길을 따라 걷는데, 대리석에 반사되는 열기와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태양이 너무 강렬했다.

 

다시 골목길로 되돌아와 바리 대성당으로 향한다. 성당은 높은 종탑에 비스듬히 기대어 이전의 고대 건물 층 위에 세워졌으며 돌담에서 반사되는 빛이 내부를 환하게 비추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성당에서 나와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기웃거린다. 구 시가지에서 중세의 시간을 즐기고 지오아치노 무라트가 기획했다는 신도시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유명한 극장과 쇼핑거리가 즐비하게 교차되어 있는 또 다른 공간에서 현대적인 바리 모습을 만난다. 퍼즐로 맞추어 놓은 듯한 거리를 누비다 식당에 들어섰다. 중세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 현대의 곧게 뻗은 거리까지 걷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지났다. 밀려오는 시장기 속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라 추천하는 종업원 제안에 따라 음식을 주문한다. 풍부한 해산물에 다양한 향신료로 맛을 낸 음식이 테이블에 펼쳐진다. 파스타를 맛보고 이 지역의 신선한 야채와 생선에 와인을 곁들이니 이탈리아 향기로 온몸이 채워진다. 특히 풍미가 가득한 올리브 오일은 이 지역이 이탈리아 최대의 올리브 산지라는 것을 웅변해 주는 듯하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와 바리에서 생산한 지역 맥주. 풍부한 해산물에 다양한 향신료로 맛을 낸 파스타를 맛보고 이 지역의 신선한 야채와 생선에 와인을 곁들이니 이탈리아 향기로 온몸이 채워진다.

 

바리는 오랜 역사적 도시와 현대적 도시가 잘 어우러져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풍요로운 바다와 대지에서 수확되는 건강한 해산물과 농산물은 도시의 매력을 더한다. 복잡한 북부 이탈리아와 달리 여유로운 남부 이탈리아의 풍요로움이 여행객을 포근하게 맞아준 하루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