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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아파트 자살방화 추정 화재, 풀리지 않는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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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16 06:00:00 수정 : 2019-09-16 08: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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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방화 가능성 높은데 왜 냉장고 속에 시신이? / 냉장고 정리 깨끗, 모자(母子) 관 삼아 누웠을 가능성 / 외부 침입흔적 전혀 없어 외부인 방화 아닌 듯 / 천안, 지난 설 이어 두 번째 명절 비극 발생

추석을 이틀 앞두고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화재사건과 현장에서 발견된 냉장고 안 시신 2구에 대한 미스테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왜 불이 났는데 냉장고 안에서 시신이 발견됐을까? 외부 침입에 의한 방화사건이라면 불길을 피하기 위해 냉장고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외부침입 흔적도 전혀 없는 상태로 강한 인화성 물질이 집안 곳곳에 뿌려지고 방화가 이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가 나오면 어떤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질지 모르는 일이지만 궁금증은 크다.

 

◆추석 이틀전 자살방화 추정 천안아파트 화재 

 

15일 천안서북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천안시 쌍용동의 한 아파트 5층에서 자살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6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 숨졌다.

 

두 사람은 집 안 냉장고 안에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냉장고는 양문형으로 전기 코드는 뽑혀 있었으며 칸막이가 제거된 채 바닥에 완전히 뉘어진 상태였다. 냉장고 안 오른쪽에는 어머니 A(62)씨가, 왼쪽에는 아들 B(34)씨가 불에 그을려 숨져 있었다.

지난 11일 화재가 발생해 60어머니와 30대 아들이 함께 숨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한 아파트 내부. 

경찰은 현장 감식 과정을 통해 주방 가스 밸브가 파손된 사실도 확인했다. 밸브 고무 부분이 잘려 가스가 새어 나왔다는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직접원인을 집안 곳곳에 뿌려진 인화성 물질(공업용 시너)로 보고 있다. 두사람 중 한명이 또는 모자(母子)가 함께 집 안 곳곳에 시너를 뿌린 뒤 냉장고에 나란히 누워 불을 붙이고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신은 그을린 자국 외에 자상 등 특별한 외상이 없어 경찰은 타살이나 강력범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마친 뒤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했으며 천안의 한 장례식장에서 가족장으로 장례를 마쳤다. 부검결과 호흡기 손상여부에 따라 최종적으로 누가 불을 냈는지 등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왜 불난 집 냉장고 안에서 시신이 발견됐을까?

 

불이 난 아파트 냉장고 안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일반인들은 ‘뜨거운 불길을 피해 냉장고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누군가 외부인이 침입해 방화를 하고 도망쳤는데 빠져 나갈 길이 없어 아들이 어머니를 안고 냉장고 안으로 피신했을 것이다’ 등 추측이 난무했다.

 

냉장고가 가동이 되고 있었거나 냉장고에 있던 음식들이 급하게 치워지고 그곳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면 불길을 피하는 장소로 냉장고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냉장고는 뉘어진 상태였으며 전기도 연결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 감식결과 음식물을 급하게 치운게 아니라 불이 나기 전에 냉장고를 미리 정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침입 흔적도 전혀 없다. 119 소방대는 화재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문이 잠겨 있어 현관방화문을 강제로 찢고 뜯어낸 뒤 집 안으로 진입했다. 현장을 감식한 경찰은 집 안쪽 현관문 틈새부터 열쇠 구멍까지 꼼꼼히 청테이프가 발라져 있는 등 외부 침입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신고 출동 당시 현관문은 보조 잠금장치 3개도 모두 잠긴 상태였다.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한 결과 아들 B씨가 화재발생 11시간 전쯤인 10일 오후 6시16분 귀가한 이후 외부인의 방문도 없었다. 귀가 당시 B씨는 한쪽 손에 인화성 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통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어머니 A씨가 집에 들어간 시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7년 전부터 남편과 별거한 상태로 숨진 차남과 함께 살아 왔다. 모자는 모두 직업이 없었고  A씨가 매달 남편으로부터 받은 150만원가량으로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천안의 아파트 현장이 보존돼 있다.

◆불과 함께 세상을 떠난 모자

 

자살 방화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유서나 휴대전화 등이 발견되지 않아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사건이다. 강한 인화성 물질로 인한 화재로 집안이 다 타버린 상황이지만 모자가 한꺼번에 자살을 했다면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메세지를 남겼을 가능성이 큰데 유서나 가족과의 연락 등에 대해선 어떤 것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과수는 부검 후 장례는 치렀지만 현장은 그대로 보존해 정밀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동반 자살이나 타살 후 자살 등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오전 5시22분쯤 천안시 쌍용동 한 아파트 5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불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이 40여분 만에 진화했다.

 

◆이삿짐 싸듯 정리된 집안, 냉장고가 관(棺)?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을 시작했을 당시 불길 속에 비쳐진 집이었지만 집안은 마치 이삿짐을 싸듯 정리된 상태였다고 한다. 옷가지나 생활용품·주방용품들이 이사를 준비한 것처럼 상자 등에 가지런히 수납돼 있었고 빨래 등도 널려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치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깨끗하게 짐을 정리해 놓고 세상을 하직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냉장고 전기 코드를 뽑아 눕히고 칸막이까지 제거하고 두 사람이 누워 숨진 상황을 두고 마치 모자가 스스로 냉장고를 관(棺)으로 삼아 그곳에 누워서 세상과 이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설 이어 천안서 연이은 명절 비극

 

이번 화재사건에 앞서 천안에서는 지난 설 명절 때에도 경제적 어려움과 자식 부양문제로 고민하던 70대 아버지가 집안에 불을 질러 일가족 3명이 숨진 비극도 있었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2월 7일 오전 6시37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3층짜리 한 다세대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26분 만에 꺼졌지만, 이 건물 3층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는 아버지 A(72)씨, 아내(66), 딸(40) 등으로 A씨와 아내는 거실에서, 딸은 안방에서 각각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화재는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시설에 보내 돌보는 아버지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비관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글·사진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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