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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꼬여버린 국회… 추경·민생법안 표류 장기화 우려

입력 : 2019-06-24 23:00:00 수정 : 2019-06-24 22: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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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만에 휴지조각 된 합의문 / “패스트트랙, 합의정신 따라 처리” / 애매모호한 합의문구 논란 키워 / “경제토론회·추경 빅딜도 빈손” / 한국당 ‘선별적 등원’ 입장 고수 / 여야 4당 “黃, 민생 말로만” 맹폭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24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80일 만에 국회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합의문 추인이 불발되며 국회 정상 가동이 또다시 무산됐다. 앞으로도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시간도 안 돼 합의를 번복한 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가능성이 커졌고, 한국당을 돌려세우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치고 “3당 교섭단체 대표 합의안은 의원총회에서 추인되지 않았다”며 3당 원내대표 간 합의문을 낸 지 2시간 만에 불발을 선언했다. 합의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휴지 조각이 된 셈이다. 한국당은 당초 입장대로 인사청문회와 북한선박 삼척항 입항 사건, 붉은 수돗물 사태 등 일부 관련 상임위원회에만 참여하고 본회의엔 불참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회의 진행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날 국회 정상화 합의 직후 이뤄진 한국당 의총에서는 “경솔하게 서명을 했다” “말장난이냐” “합의를 하지 말든가” 등 성토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합의안에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사과도 없고 아무것도 제대로 담긴 게 없다”며 “지금 본회의에 들어가봐야 한국당은 들러리만 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민주당이 하자는 대로 하면 ‘개망신’당하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당은 그간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 국회 정치개혁·사법개혁특별위원회 종료, 추경 전 경제청문회 개최를 등원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한국당 주장은 제대로 반영되진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3당은 합의문에 패스트트랙 법안과 관련해 ‘논의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반영했고, 정개·사개특위 연장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당이 주장한 ‘선(先) 청문회·후(後) 국회 정상화’도 한국당이 먼저 국회에 등원하는 것으로 정리돼서다.

특히 첨예한 쟁점이었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식이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로 모아진 점에 의원들은 극렬 반발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선거법은 합의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게 담기지 않았다”며 “의원들 대부분이 합의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합의문에 담긴 문구는 나중에 합의가 안 될 경우 서로 자신의 정당성을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주장할 근거 규정이 될 수 있어서다.

나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구두로 합의 처리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두 합의’론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했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경제 관련 토론회와 여당이 추진하는 추경을 주고받는 식으로 이뤄진 합의도 한국당 내부에서는 얻은 게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문 발표 뒤 “(경제원탁회의 개최는 원래 주장대로) 추경 처리와 병행해 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재해추경을 따로 심사한다는 합의문 문구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추경을 처리한다는 기본 틀에 대한 이야기이지 다른 의미는 두지 않는다”고 해석을 달리했다. 한국당이 내건 선결조건이 오롯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열리면 민주당의 주도 아래 끌려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의 합의안 거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의 합의안 부결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는 황교안 대표의 모습과 상반되는 결과”라며 “민생은 안중에 없고 정략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한국당에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려야 할 때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한국당의 작태에 그간 애써 중재를 해왔던 바른미래당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을 또박또박 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경 처리를 비롯한 국회 운영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당으로서도 장기간의 ‘국회 보이콧’과 합의안 거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어 돌파구 마련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오늘 합의안 대로 가면 욕만 먹지만, 차라리 합의안을 내지 말고 각 상임위에 들어가 민주당을 깨면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안병수·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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