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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생존권 침해” 거센 공세… 지구촌 곳곳서 사업 접는 우버 [세계는 지금]

입력 : 2019-06-08 20:00:00 수정 : 2019-06-08 16: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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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혁신 과도기 충돌 격화 / 100만불 하던 뉴욕 택시 면허 가격 / 2018년 18만불로 떨어져 기사들 쇼크 / 무분별한 약탈적 대출에 파산 속출 / 우버·리프트에 수익악화 책임 전가 / 대만·스페인·그리스 등 서비스 제동 / 우버 90개국서 60여개국으로 줄어
택시산업과 승차공유 업계의 갈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급속도로 일상에 확산 중인 ‘모빌리티(이동성) 혁신’ 과도기를 맞아 세계 각국에서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영역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진화하지 못하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시장경제 논리, 그럼에도 시장 자체를 키우고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 뒤에서 배불린 이들은 따로 있는데 스타트업에 가혹한 손가락질을 한다는 분석, 그 와중에 뒷전에 몰린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편함만 가중되는 현실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택시 최대의 적은 우버? ‘면허거품’의 실체

미국 뉴욕의 명물 중 하나인 ‘옐로캡’ 뉴욕 택시는 최근 택시면허(메달리온) 거품이 꺼지면서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 뉴욕도 그동안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공유 스타트업에 수익 악화의 책임을 떠넘겨왔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경제적 사정을 어렵게 한 본질은 무분별한 택시면허 가격 상승 및 약탈적 대출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외신들이 잇달아 이를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는 450명의 뉴욕 택시업계 관계자를 취재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내놓은 기사에서 “우버가 진출한 2011년 이후 뉴욕 택시 수입은 10% 감소했지만 메달리온 가격은 96% 떨어졌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1937년 도입된 뉴욕 택시면허는 2002년 20만달러(약 2억3800만원)에서 2014년 100만달러(약 12억원)까지 치솟은 후 지난해 10월 18만6000달러(약 2억2000만원)로 가격이 폭락했다. 뉴욕시는 2004년 메달리온 경매제도까지 도입하며 ‘일생일대의 기회’, ‘주식보다 나은 투자상품’ 등으로 택시면허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메달리온이 비싼 값에 낙착될수록 뉴욕시 세수는 불어났고 택시회사들도 나쁠 것이 없었다.

 

택시 신용협동조합, 브로커들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대출을 점점 느슨하게 해 면허가격 전액 대출 뒤 3년 내에 상환하는 상품까지 내놨다. 브로커들은 대출 중개로 돈을 벌었다. 모아둔 돈 없이도 ‘개인택시’를 가질 수 있다는 꿈을 부풀려 놓기만 했다. 90%가 이민자인 뉴욕 택시기사들에게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꿈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 최대 100만달러에 사들인 택시면허가 20만달러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금융사는 대출을 회수하고 집과 소득을 압류했다. 2016년 이후 950명의 택시기사들이 파산했다. 우버와 리프트의 등장은 이미 최악인 상황에 설상가상의 악재 정도로 볼 수 있다.

NYT는 “2008년 금융위기 원인인 주택대출 거품과 비슷하다”며 “메달리온 거품에 대한 경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당국이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일대 저널을 인용해 “(뉴욕 메달리온은) 강력한 이익집단의 압력에 취약한 정치적 의사결정에 의해 유지되는 비효율적 사적 소유권의 사례”라며 “왜 사회가 이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포춘(Fortune)지는 “우버와 리프트 등은 최근 수년의 택시면허 거품 붕괴와 사실상 거의 무관하다”며 “그 책임은 약탈적 대출을 부추긴 이들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승차공유 신규면허 중단… 뿔난 우버

뉴욕 택시업계는 그러나 우버에 전쟁을 선포했다. 택시기사들이 우버 때문에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택시는 1만4000여대 수준으로 제한돼 있는데 승차공유업체 차량은 8만대를 넘어가면서 택시업계가 고사 직전이라는 호소다. 지난 1년간 8명의 택시기사가 목숨을 끊자 결국 뉴욕시는 우버와 리프트 등의 신규면허 발급을 1년간 중단키로 했다.

우버라고 가만있을 리 없다. 지난 2월 뉴욕시를 상대로 “명확한 증거 없이 영업을 막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우버는 뉴욕주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뉴욕시가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신규 면허 발급을 영구히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 공세에 ‘주춤’… 우버 수난시대

많은 나라에서 우버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려는 택시업계의 저항이 거세다. 한때 최대 90개국에 진출했던 우버의 해외진출 성적표는 최근 60여개국으로 줄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보면 대만 정부가 지난달 29일 우버의 국내 영업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대만 우버는 현지 규제를 피해 렌터카 회사들과 협력해 택시처럼 영업 중인데 이러한 ‘변칙 택시 영업’을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우버 조항’이라 불리는 새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우버 차량은 일별 또는 시간 단위로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택시처럼 근거리 영업은 불가능하다. 대만은 우버가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영업 중이던 시장으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호주에서는 지난달 초 택시기사와 렌터카 사업자 6000명이 “우버의 불법영업으로 재정적 손해를 입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소송 중 하나로 꼽힌다. 이들은 “우버가 우리 영역을 해적처럼 불법 침입했다”고 주장한다.

스페인도 택시업계의 반발이 가장 거센 곳 중 하나다. 지난해 여름 이들은 “우버와 경쟁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해 여러 도시들에서 택시를 줄지어 세운 채 도로 점거 농성 등을 벌였다. 올해 1월에도 무기한 파업집회 등 비슷한 시위가 반복됐다. 바르셀로나에서 택시기사들이 우버 차량을 부수는 등 교통방해 시위가 과격해지자 주정부는 우버를 최소 1시간 전 예약하도록 해 사실상 서비스를 막았다. 우버는 결국 백기를 들고 이 지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정부가 규제 철퇴를 든 그리스, 택시 법률에 따라 운영할 수 없게 된 헝가리에서도 각각 지난해와 2016년 우버는 영업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남아공 우버 혐오 심각… 운전자 피습 사망도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1912년 저서 ‘경제발전론’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창조적 파괴란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새 경제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후 다른 기업들이 모방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윤이 소멸되고, 새로운 혁신 기업이 출현하면 다시 사회적 이윤이 생성된다고 보았다. 희생자 없이는 발전하기 힘든 자유시장경제 논리를 설명한 것이다.

 

우버는 오늘날 창조적 파괴를 실현한 대표 사례다. ‘우버 효과’, ‘우버 충격’이라는 말로 표현될 만큼 많은 이들의 삶이 바뀌었다. 우버와 같은 창조적 파괴자의 등장은 기존 산업에 드리워 있던 그림자를 부각하는 효과가 있다. 경제구조의 큰 틀이 바뀌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수순이다. 물론 실제로 산업 변화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오래된 기술이 새로운 기술에 파괴당하는 측면도 있다.

 

지난달 17일 정보기술(IT) 매체 테크월드(techworld)가 보도한 사진가 매슈 조지프의 프로젝트 ‘우버 충격’(Uber impact)은 이를 잘 보여준다. 우버 여파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조지프가 뉴욕, 파리, 로마,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택시기사들을 만난 이야기다.

 

그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은 우버가 이 업계의 높은 진입장벽을 너무 쉽게 허물고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잃게 했다며 분노했다. 면허를 얻기 위해 수년간 수천 파운드를 지불하며 교육받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는데 갑자기 우버가 나타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런던의 택시기사 린은 “블랙캡 운전은 교육받지 못한 노동자 계급이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는데 우버가 그 기회를 박탈했다”며 “우리는 단순히 불평하자는 게 아니다. 이건 350년 된 사업이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택시기사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우버 운전에까지 뛰어들 상황이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택시기사 윌슨은 “남아공에선 택시기사들의 우버 혐오가 심해서 공격당해 죽는 사람도 있다. 우버 운전이 두렵다”고 밝혔다.

 

우버가 임대차량 운송업을 독점하려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프는 “우버가 독점에 성공해 택시를 대체하게 되면 가격이 높아지고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스타트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부과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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