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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강한 태풍급 바람을 타고 고성, 속초 등 강원도 일대에 무서운 속도로 번진 산불은 전 국민을 애타게 했다. 마을로 덮쳐오는 불길로 인해 주민들은 맨몸으로 피신해 발을 동동 구르며 화마가 삼키는 집과 터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급박한 상황이었고, 바로 앞에서 불티가 번지는데도 불구하고 대형 폭발사고를 우려해 밤새 주유소와 가스충전소 등의 산불저지선을 방어하고자 사투를 벌이는 등 전국에서 한밤중에 달려온 소방관들의 노고가 연일 보도된 바 있다.

영화 ‘분노의 역류’(감독 론 하워드)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불길이 치솟는 현장에서의 소방관들의 활약상과 의지를 실감나게 그린 영화다. 소방 진압 도중 순직한 용감한 소방대원이었던 아버지를 이어 소방관이 된 스티븐(커트 러셀)을 따라 동생 브라이언(윌리엄 볼드윈)도 소방학교를 졸업하고 견습생이 된다. 형의 강압으로 가장 최전선까지 진입해 진화하는 팀인 17소방대에 배속된 브라이언은 불을 끄러 가는 것을 즐기는 듯 “몸 좀 풀어야겠다. 바비큐 파티다”라는 고참대원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충격이 뇌리에 남아, 현장 소방관으로서의 의지가 약해져 있던 브라이언은 형이 목숨을 생각하지 않고 불길 속에서 아이를 구하는 영웅적 모습을 보고는 자신은 도저히 형처럼 할 수 없다는 회의감에 빠져 화재수사 부서로 이동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소방관이 얼마나 위험한 직업인지를 강조한다.

“오늘 불길 속에서 생명을 구했지”라며 17소방대가 너무 좋다던 브라이언의 동료 견습생이 건물화재 진압 도중 문 손잡이가 뜨거운지 확인해 보라는 대장 스티븐의 말을 미처 듣지 못한 채, 역류하는 불길에 즉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브라이언에게 충격을 준다. 또한 화재 진압과정에서 동료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며 불구덩이로 떨어지던 동료의 손을 놓지 않던 형 스티븐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브라이언이 더 이상 현장에서 불을 끄는 것을 피하지 않는 진정한 현장 소방대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수효과를 최대한 동원해 불 속으로 뛰어들어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의 모습을 구현하는 이 영화는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만큼 힘든 직업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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