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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둑 우두둑 소리에 집이 무너질 것 같아요”…공포에 떠는 아파트 주민들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19-03-24 13:00:00 수정 : 2019-03-24 13: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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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꺼짐 현상과 벽면 균열 / 날마다 밤잠을 설치는 아파트 주민들 / 주차장 바닥에 쩍쩍 금 가고 물이 올라와 / 화단 20여 곳에 크고 작은 ‘싱크홀’…깊이 40㎝ 곳도 있어 / 아파트 곳곳이 갈라져 투명 테이프가 ‘덕지덕지’…흉물로 방치 / 아파트 복도, 육안으로도 기울어져 보여 / 기어 중립 상태에서 침하 된 방향으로 굴러

“우두둑 소리에 꼭 집이 무너질 것 같아요, 다들 자기 책임만 아니라고 하고 떠넘기고 있어요.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요? 힘없고 없는 사람이 서러워서 살겠어요?”

지난 19일 오후 인천 동구 한 건물 벽면이 심하게 갈라져 있다.

 

2017년 개통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 중구∼경기도 김포 구간(인천김포고속도로)의 지하 터널 인근에 자리 잡은 삼두아파트의 주민들이 2015년 말부터 건물 붕괴 위험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9일 찾은 인천 중구 삼두 1차 아파트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가속화되고 있는 땅 꺼짐 현상과 벽면 균열 등으로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날 삼두아파트 곳곳을 살펴보았다. 아스팔트 주차장 바닥에 금이 가고 복도는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울었고, 주차장 바닥은 금이 ‘쩍쩍’ 가 있었다. 외벽 군데군데는 어른 손이 들어갈 만큼 벌어져 바닷바람이 그 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지반이 한쪽으로 침하 돼 자동차 기어 중립 상태로 주차장에 세워두면 침하 된 방향으로 굴러갈 정도다.

한 주민이 아파트 내부를 공개했다. 거실에 걸어둔 액자는 투명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어 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인근 지하 터널의 발파 공사가 처음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아파트와 인근 교회에서 건물 균열이나 지반 침하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외벽·내벽 할 것 없이 균열이 발생해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반 침하도 심해 보였다. 땅 아래 묻혀 있던 아파트 벽면이 땅 위로 올라와 있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주민들은 아파트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파트 복도에는 곳곳이 갈라져 투명 테이프로 흉물처럼 ‘덕지덕지’ 붙은 채 방치돼 있었다.

한 건물 계단이 눈에 띄게 갈라져 있다.

화단 곳곳에는 크고 작은 ‘싱크홀’이 20여 곳이 넘고, 깊이 40㎝ 되는 싱크홀도 있었다.

 

한 주민이 아파트 내부를 공개했다. 내부는 더욱 심각했다. 방문은 닫히지 않아 열어 둔 채 생활을 하고 있었고, 벽는 ‘쩍쩍’ 갈라져 있었다. 거실에 걸어둔 액자는 투명 테이프로 ‘덕지 덕지’ 붙은 채 흉물로 전락 했다.

 

외벽과 내벽 할 것 없이 속속 균열이 늘어가는 데다 지반 침하도 심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건물 외벽 군데군데는 어른 손이 들어갈 만큼 벌어져 있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내벽·외벽) 페인트칠을 다 해놨는데, 이건 눈속임입니다. 지반이 내려앉아 그 높이가 자그마치 15cm 정도 됩니다. 페인트칠과 땅이 내려앉은 표시가 나죠”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파트 주민 700여명은 입을 모아 날마다 밤잠을 설친다고 호소했다. 다른 한 주민은 “불면증에 시달려 잠을 오지가 않아요. 작은 소리에도 민합니다”라며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에 금이 가 있어요. 갑자기 우두둑 소리에 갈라져 버린 거예요”라고 불안해했다.

 

비대위회는 2015년 12월 시작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지하도로 공사를 안전 위협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아파트는 1984년10월 준공된 2개동 264세대 규모로, 지하 50m에 뚫은 북항 터널의 발파 공사 후 균열과 땅 꺼짐 등이 나타났다는 게 비대위 측 주장이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 금이 간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주민들이 지하 터널 발파 공사 후 건물을 점검한 결과 아파트에서 722건, 인근 중앙 장로교회에선 40건의 균열이 각각 발견됐다. 최근 이뤄진 아파트 가스 안전 점검에서는 건물 균열로 누출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한데도 아직 정밀 안전진단조차 하지 못해 주민들은 매일 불안에 떨고 있다”고 분노했다.

화단 곳곳에는 크고 작은 ‘싱크홀’이 20여 곳이 넘고, 깊이 40㎝ 되는 싱크홀도 있다.

 

주민들은 발파 공사 시공사 측에 지반 침하와 균열 원인을 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발파 공사 때마다 인천시 동구청 환경위생과 입회 아래 진동을 계측했고, 그 결과 법적 기준치 이내로 관리됐다”며 “따라서 공사로 건물 균형이 생겼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천시와 입주민 등 이해 관계자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관을 선정해 정확한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대책도 공동으로 마련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앞서 우리 주관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시행해 공사에 따른 문제가 되는 부분은 먼저 보수·보강공사를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와 시공사 간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새 국면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측은 지난해 12월 국가와 시공사를 상대로 재산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시공사에는 52억원을 배상하라고 민사 소송을 냈다.

 

시공사 관계자는 “법적 판결이 나오면 이를 존중해 성실히 이행할 계획”이라며 “그 전에라도 인천시가 자체 안전진단을 하거나 국가기관에서 하는 제안을 비대위 측에서 수용해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지반 침하로 인해 페인트칠하지 않은 벽면이 지면 위로 드러나 있다.

2017년 3월 개통한 인천김포고속도로는 인천시 중구 남항 사거리∼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48번 국도 하성삼거리의 28.88㎞를 잇는 도로다. 구간 중에는 국내 최장(5.4㎞)의 해저 터널인 인천 북항 터널을 끼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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