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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몰래 미니어처 소화전에 숨겨 두기도” [밀착취재]

입력 : 2019-03-09 16:12:32 수정 : 2019-03-09 16: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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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8인의 고군분투기

지난 5일 국립과천과학관 주최 ‘작가의 또 다른 이름, 덕후’ 특별전에 이름을 올린 작가 8명의 공통점은 모두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이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새롭고 건전한 취미를 즐길 권리가 있다며 남 앞에 드러내지 않은 수많은 ‘덕후’가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는 시대를 희망했다.

​이원희 작가가 만든 말라야 해전(The Battle of Malaya)의 한 장면.

◆ 몰래 시작한 덕후 생활… 이제는 ‘직업’ 방불

배경에 모형을 놓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꾸미는 디오라마(Diorama) 전문인 이원희 작가는 독일 잠수함 유보트(U-boat)의 귀환, 말라야 해전(The Battle of Malaya), 미국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Enterprise)호의 휴식 등을 묘사한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멋진 공간에서 많은 분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부모님 몰래 숨어서 디오라마를 시작했던 때가 생각난다. 이제는 덕후도 떳떳이 나오는 시대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건담 수집 마니아인 박성동 작가는 “덕후는 또 하나의 직업”이라고 했다. 전문 영역을 구축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오래전 커다란 건담 상자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한 아이가 “저 아저씨 장난감 들고 다녀”라고 조롱하자 ‘아, 이런 건 숨겨서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하철을 탔을 때도 따가운 시선을 느낄 때가 있었던 그는 “‘키덜트(Kid+Adult)’라는 말이 생기고 관련 시장이 성장한 덕분에 바깥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웃었다.

◆아내에게 구박 받을까봐 미니어처를 소화전에 숨기기도… 일상 탈출의 묘미

비행기 미니어처 수집품을 내놓은 유창영(57) 국립과천과학관 전시기획과장이 아내에게 들킬까 봐 아파트 소화전에 물건을 몰래 숨겼던 일과 옷장 한 칸을 아예 창고 삼은 에피소드를 소개하자 관람객들은 박장대소했다. 유 과장은 KLM네덜란드항공, 카타르항공, 영국항공, 캐세이퍼시픽항공 등 비행기 미니어처 30점을 선보였는데 값이 수백만원 하는 것들도 있다.

 

​유창영 국립과천과학관 전시기획과 과장이 출품한 비행기 미니어처.

집에 소장한 비행기는 모두 400여점에 달한다. 소위 ‘돈 드는’ 취미여서 가족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비행기 프라모델 조립을 시작한 그는 외국 출장이나 여행 시 현지 프라모델 전문점 방문을 거르지 않는다. 전에 홍콩 여행 당시 손에 넣은 캐세이퍼시픽 항공기 모델을 들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다 제품이 크고 날개가 날카롭다는 이유로 출국장 보안검색대에서 제재를 받자 아예 항공권을 포기한 적도 있다. 이처럼 남다른 비행기 사랑은 그가 항공소재 전공을 택하고 과학관에서 일하게 되는 운명으로 이어졌다.

비행기 미니어처 수집이 단조로운 일상 탈출과 인생을 즐겁게 해준다는 유 과장은 “대다수 어른은 수집품을 장난감이라 생각하지만 (덕후들에게는) 그 이상이라 생각한다”며 “뭔가에 몰두함으로써 창의력과 논리력을 향상시켜 뇌 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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