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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로 완치 안 되는 치매… 조기 발견·예방이 가장 중요”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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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6 03:00:00 수정 : 2019-02-15 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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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경 전문의 최낙원 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암보다 무서운 치매/ApoE- 4 유전자 변형 따른 염증 질환/
음주·흡연 등 잘못된 생활습관도 영향/뇌의 구조·기능에 손상 일으키는 질병/지피지기면 백전백승/‘알츠하이머’라는 질병 새시각 접근
“현재까지 치매를 완치시킬 특별한 약물은 없어요. 그러나 당사자가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이겨낼 수도 있지요. 긍정적 생각으로 일기 쓰기, 퍼즐, 독서로 뇌 운동을 많이 하세요.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밖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세요.”

현대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알려진 치매. 뇌신경 전문의로, 평생 치매 연구에 몰두해 온 최낙원(66) 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성북성심병원장)을 15일 서울 성북구 미아리 집무실에서 만났다.

소탈한 삶과 절제하는 삶이 치매를 이겨낼 수도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강조한다. 최근 펴낸 저서 ‘치매의 모든 것’(사진)에 최 원장의 삶이 담겨 있다. 책에는 부모를 모시는 아들딸 자식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시는 자식은 솔직히 마음이 무거운데.

“효를 숭상하는 한국의 아들딸이라면 인지상정 아닌가. 정작 내 가족이 2형 당뇨를 앓고 심지어 그 당뇨합병증과 치매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늘 가슴 아파했다. 왜 치매는 치유가 어렵고 쉽게 치유되지 않는가? ‘나 자신도 알츠하이머나 다른 유형의 치매를 앓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어떻게 하면 치매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조기 발견과 예방, 근본적인 원인치료는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최근 묵직한 분량의 저서를 출간했는데.

“어려운 의학적 설명은 가급적 피하고 일반인이 이해하도록 쉽게 했다. 그간 약물로만 (치매를) 치료하려는 잘못된 개념의 결과로 종종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다양한 치매 질병과 증상을 서술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치매를 일반인이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다면.

“아시다시피, 치매란 ApoE―4 유전자 변형에 의한 유전질환이다. 특히 나쁜 식생활이나 음주, 흡연 등 잘못된 생활태도 및 환경오염물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일어나는 뇌의 염증성 질환이다. 뇌세포의 아밀로이드 베타 프로틴(Aβ―protein)의 축적 및 타우탱글(tau―tangle)들이 주요 병변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구조 및 기능 손상을 일으키는 치매(dementia),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AD)라는 질병의 병리 및 병변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치매는 여전히 의학자들에겐 풀리지 않는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다.”

―과연 현대 의술로 치매 치료가 가능한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듯 병을 알아야 병을 치료할 수 있다. AD라는 게 무엇인지, 치매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치료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2007년 ‘기능의학과 전통의학의 만남’ 주제의 학회를 통해 그간 경험하고 고민해 왔던 치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즉 전통의학과 기능의학의 융합과 통합을 통한 치료 방식이었다. 또한 윌리엄 J 월시 교수가 말하는 뇌질환에 관한 생화학적인 접근 방식, 데일 E 브레데슨 교수의 ReCODE라는 프로그램의 논리들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접하게 됐다. 질병의 알고리즘과 변화를 알게 됐다. 그동안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들이 조금씩 풀리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현재 국내 치매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치매 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예방,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를 통해 치매 악화를 얼마만큼 늦추는가에 있다. 모든 치매의 15~20%는 환원(치료) 가능하다.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제때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미 국내 치매 연구와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도 있다. 또 집적초음파를 이용한 뇌심부자극술(DBS)이 외국과 공동으로 연구·개발되고 있다. 고집적초음파를 이용한 치료는 두개골을 열지 않는 비수술적 치료다. 이는 파킨슨병, 수전증 등 난치성신경질환의 다양한 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

―세계 뇌신경외과학계의 연구 흐름을 소개하면.

“현재 치매 치료에는 Aricept(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Memantine(NMDA수용체 길항제) 두 가지 유형의 약물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 프로틴의 올리고머형에 대한 항체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솔라네주맙(Solanezumab)’과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들의 임상실험이 실패로 끝나자 의료계는 실망에 빠졌다. 치매를 완전하고 정확하게 치료할 약물이 없다는 사실은 의료계에 큰 충격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충격 속에서 새롭고 근본적인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후생유전학적 환경을 개선해 증세를 악화시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한 학자들 중에는 데이비드 펄머터, 윌리엄 J 월시, 그리고 데일 E 브레데슨 교수를 들 수 있다. 이분들은 뇌질환의 생화학적 접근 및 기능의학적 발생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즉 인지기능을 환원시키는 프로그램(ReCODE)을 통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좀 더 쉽게 설명한다면.

“인지기능저하 회복 프로그램은 주목할 만하다. AD 전 단계인 환자의 인지기능이 후퇴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이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발병 원인, 증상 정도에 맞춘 치료법을 개발·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 치매 연구가 찾고자 하는 치료법은 개별적(Individual)과 개성적(Personality)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치매 예방에는 어떤 운동 내지 어떤 습관이 좋은가.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이고 꾸준한 운동(명상이나 요가), 지속적인 교육과 사회활동 참가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뇌의 시냅스 유연성을 높여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인지능력을 오래 보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최낙원 원장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문구를 늘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하는 병이 바로 치매”라면서 꾸준한 노력과 정성으로 치료할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한다.
이제원 기자
―책에 소개한 ‘333운동’은 무엇인가.

“333운동은 치매 예방을 위해 ‘권하는 3가지 습관, 금하는 3가지 습관, 챙겨야 할 3가지 습관’을 말한다. 먼저 권하는 습관 세 가지이다. 운동, 식사, 독서인데, 먹는 것도 중요하다. 치매 연구의 석학 브뤼노 벨라스 교수는 치매 치료에 좋은 음식으로 몇 가지를 추천한다. 연어, 정어리, 참치, 고등어 등의 오메가―3가 풍부한 등푸른 생선, 뇌세포의 노화를 막아주는 항산화 효과가 많은 시금치, 브로콜리 등의 녹황색 채소를 골고루 챙겨먹을 것을 권한다. 금하는 세 가지 습관이란 절주, 금연, 그리고 뇌손상 예방이다. 술은 한 번에 3잔 이하로 마시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챙겨야 할 세 가지 습관은 건강검진, 소통, 치매 조기 검진이다. 많은 치매 환자들이 확진을 받은 후,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홀로 시간을 보낸다. 이는 인지기능을 더욱 악화시킨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치매 악화를 막는 데나 예방에 좋다.”

―국내 의학 분야 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현대 의학은 발병 원인보다는 나타나는 증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질병 유발 원인들을 찾는 게 더 적확한 치료를 유도해 내는 방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통합의료 서비스’가 절실하다. 이를테면 현대인이 고통받는 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대표적 원인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면역력 감퇴를 가져온다. 전신에 염증성 반응을 일으키고 심하면 암으로 전이된다. 이때 다양한 서양 첨단기술과 함께, 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용약 및 침구 치료를 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극단적 대립, 불인정, 분열의 상태에 있다. 한국에는 전통의학이 훌륭하게 보존돼 있는데도 통합의학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다행히도 젊은 의학도들은 마음의 벽을 열고 환자만 바라보는 융통합 의학으로 가고 있다. 한국의 양대 의학 체제는 단일화로 가면서 케이(Korea)형 의학을 도출해 내야 한다.”

―전문의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는지.

“잠꼬대 같은 소리일지 모르나 기본으로 돌아가자. 국내의 양분화된 의료계의 상호 반목, 질시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환자 중심의 전인적 근본 치료로 가야 한다. 다양한 학제가 상호 소통하고 상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특히 치매 치료에 절대 필요한 인지기능 회복 프로그램(ReCODE)의 실행은 중요한 치료 근간이 된다. 역시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벽을 허물고, 어떠한 게 유익하고 근거가 확실한 학문인가를 살펴서 상생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최낙원 이사장은 △1952년 광주 출생 △전남대 의대 졸업(1976) △신경외과 전문의 △의학박사&한의사 △대한신경외과학회장 △IFMCP 세계기능의학회 임상전문의 △대한노인신경외과학회 상임고문 △(사)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2016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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