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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 인상 후폭풍' 경기 최악인데 임대료 부담…서민 피해 우려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2-16 05:00:00 수정 : 2019-02-14 08: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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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시지가 상승률 13.87%…비싼 땅일수록 더 많이 올라 / 공시지가 많이 오른 토지, 보유세 부담 커질 듯…전통시장 등 상대적으로 소폭 인상 / 정부 "4월 상가 건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운영…영세상인 안정적으로 생업 종사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할 것" / 건물주 결국 기대 임대수익률 맞추기 위해 임대로 올릴 수 밖에…자영업자 임차료 부담 커질 듯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9.42% 올랐습니다. 대형 상업·업무용 건물 등이 몰려 있는 서울의 상승률은 13.87%였는데요. 정부의 부동산 공시지가·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비싼 땅일수록 더 많이 올랐습니다. 추정 시세가 ㎡당 2000만원 이상인 전국 2000필지(전체의 0.4%)의 평균 상승률은 20.05%로 집계됐는데요.

서울 강남권 등 공시지가가 많이 오른 토지를 중심으로 올해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반적으로 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며, 건강보험료 산정 등에 쓰이는데요.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근 경기를 반영해 전통시장 등은 상대적으로 소폭 인상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다수 일반 토지는 공시지가 변동률이 높지 않아 세금 부담이나 건강보험료·복지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중심상업지 공시지가가 급등하면서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우려가 커졌는데요.

최근 경기 위축으로 상가 공실률이 높은 데다, 임대 계약은 10년 단위로 이뤄지고 임대료 인상도 연 5%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경기 회복기에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상가의 임대료가 급등할 여지가 있는데요.

정부는 오는 4월에 설치되는 상가 건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영세 상인이 안정적으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건물주가 기대하는 임대수익률이 있는데, 지금처럼 공실이 생겨 임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 부분 수익률을 맞추려면 임대료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영세 자영업자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이달 12일 발표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중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중구 충무로1가 화장품 매장인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당 가격이 작년 9130만원에서 1억8300만원으로 두배(100.4%) 증가했는데요. 이곳은 2004년부터 16년 연속 전국 표준지 중에서 최고 비싼 땅이라는 타이틀을 수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위는 명동2가 우리은행 부지(392.4㎡)로, 8860만원에서 1억7750만원으로 역시 2배(100.4%) 상승했습니다. 땅값 3위인 충무로2가 의류매장 '유니클로' 부지(3001.㎡)는 ㎡당 8720만원에서 1억7450만원으로 100.1% 뛰었는데요.

원래 서울 명동과 충무로 일대 화장품·의료 매장 밀집지 상가 부지가 전국 표준지 상위 10위를 싹쓸이해 왔는데요. 올해는 상위 1위부터 8위까지 이 지역 토지 공시가격이 모두 작년보다 2배가량 올랐습니다.

충무로 유니클로 부지 다음으로는 같은 동네의 화장품 가게 '토니모리'(71㎡)가 8540만원에서 1억7100만원으로 100.2%, 명동2가 'VDL' 화장품 판매점(66.4㎡)이 8360만원에서 1억6750만원으로 100.3% 상승하며 4·5위를 차지했습니다.

상위 10권 중에서 작년 대비 상승률이 100%를 넘기지 못한 곳은 9위 충무로1가 아이오페(50.7%)와 10위 명동1가 탑텐(35.0%) 부지밖에 없었는데요.

초고가 상위 1∼8위 모두 100%대의 비슷한 상승률로 공시가격이 오른 것을 놓고 정부가 초고가 표준지 공시가격을 정할 때 감정평가사에게 상승률 지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중심상업지 등지의 ㎡당 추정 시세 2000만원 이상 고가토지에 대해 현실화율을 개선해 가격 형평성을 높였을 뿐"이라며 "인위적인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고가 표준지 공시가격 산정할 때 감평사에게 지침 내렸다? 정부 "사실과 달라"

이처럼 올해 공시지가가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상가 시장이 더 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상인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시지가 인상이 보유세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은 보유세를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게 되고, 최근 경기침체까지 겹쳐 전반적으로 수요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공시지가 인상이 상가 시장에는 일종의 악재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중대형상가의 연수익률은 4.19%로, 전년(4.35%) 대비 0.1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소규모 상가의 연수익률은 3.73%로 전년(3.91%) 대비 0.18%포인트 떨어졌는데요.

주요 상권 상인들 사이에는 이번 공시지가 인상이 임대료 인상 요구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엿보입니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임대인이 섣불리 임대료를 올리기도 어렵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상권이 활성화된 인기 상업지역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명동이나 강남 등 인기지역 상가·건물 임대인이 보유세 상승분을 임대료에 전가해 상인들의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임대인 세금 인상분 임차인에게 전가?…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

실제 성동구는 지난달 표준지 공시지가 의견청취 기간에 성수동 일대 서울숲길과 상원길, 방송대길 등지의 표준지 35개에 대해서는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공시지가를 낮춰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영등포구도 최근 정부에 '공시지가 인상이 점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데요. 영등포구의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19.86% 상승했으며, 이는 서울에서 강남(23.13%), 중구(21.9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입니다.

전문가들은 공시지가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곳에서는 장기적으로 임대료가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임대료가 상승할 경우 인상분 감당이 어려운 상인이나 업종은 퇴출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해당 상권이 위축될 수도 있는데요.

연이은 경기 침체로 빈 상가가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보유세 인상이 임대료 전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명동 일대 상점이 장사가 잘 안돼 기존 상인들은 나가려고 고민하고 있지만, 새로 들어오려는 상인은 별로 없어 임대료 인상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내려다본 영동대로 일대 모습. 강남구는 영동대로 개발 계획 등으로 공시지가가 23.13%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임대료 인상이 연 5%로 제한되는데다, 계약갱신청구권이 10년으로 늘어나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특히 전체의 99.6%에 달하는 일반토지는 이번에 공시지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만큼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세부담 전가 등의 부작용은 크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올해 1월 입법예고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결정하는 환산보증금을 서울 기준 6억1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시지가 인상이 보상비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보통 토지 보상비는 공시지가를 기본 바탕으로 주변 시세를 일부 보정한 금액으로 보상이 이뤄져, 토지 보상비가 부동산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게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는 전언입니다.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으로 향후 발표될 다른 부동산의 공시 가격도 줄줄이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오는 4월 말 발표 예정인 아파트(공동주택) 공시 가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땅값이 오르면 아파트 공시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난 "아파트 공시지가는 이미 시세 상승분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며 "토지만큼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4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 부동산시장 분수령 될 듯

상가 시장 못지 않게 겨울철 비수기라는 걸 감안하고도 주택 시장이 생각보다 더 얼어붙은 모습입니다. 지난해 보유세를 늘리고, 대출을 규제하는 고강도 '9.13부동산 대책'을 기점으로 주택시장이 급랭했는데요.

서울 아파트값이 1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얼어붙은 주택시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부동산 냉각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처럼 집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일단 매물 자체가 드문데다 사겠다는 사람도 없는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집값 급등을 부추긴 투기세력을 옥죄고,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시키겠다는 정부 정책 일관성도 한몫하고 있는데요.

매수자 보다 매도자가 더 많은 매수자 우위시장에서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대세로 굳어지는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집값 '거품'이 여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주택시장은 보유세 인상과 공시지가 상승, 공급 확대 등으로 사실상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상황인데요.

4월 발표될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상된 공시지가가 적용된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이전 수억원의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올해 공급되는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도 중요 변수 중 하나입니다. 올해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재건축 등으로 사라지는 멸실 물량보다 많아지는데요.

전문가들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4월을 기점으로 매도세가 강해질 것이라며 다주택자가 세 부담 증가로 매물을 주택시장에 내놓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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