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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로 女 경력단절?…혼자 버는 '독박노동' 누가 알아주나?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2-16 05:00:00 수정 : 2019-02-13 10: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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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직장여성이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던 일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일·가정양립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는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해 기혼여성의 일·가정양립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는데요.

연구팀은 15~49세 기혼여성 중 자녀 임신 직전에 취업해 있었던 여성을 대상으로 자녀출산에 따른 경력단절 경험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첫째 자녀를 임신한 취업 여성(5905명)의 65.8%가 둘째 자녀를 임신하기 전에 하던 일을 그만두었거나(50.3%), 다른 일을 한 것(15.5%)으로 분석됐는데요.

경력단절 발생 시기를 살펴보면, 첫째 자녀 임신 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81.3%가 출산 전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첫째 임신 후에도 일 계속한 직장여성 10명중 3명…女 "공기업·공무원 선호할 수 밖에"

첫째 자녀 임신 후에도 하던 일을 계속한 직장여성은 34.2%에 불과했습니다.

취업 당시 직종이 관리직·전문직인 경우, 종사상 지위별로 비임금근로자인 경우, 직장 유형이 정부 기관·공공기관인 경우 다른 집단보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비율이 높았는데요.

특히 정부 기관·공공기관과 같이 일·가정양립제도가 잘 갖춰지고 이용 환경이 좋은 경우 다른 집단보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실태를 보면, 첫째 자녀 임신 전 취업 여성(비임금근로자 제외)의 40%만이 첫째 자녀에 대해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출산 전후 휴가 사용 비율은 2001년 이전에 첫째 자녀를 출산한 경우 25.1%에 그쳤으나, 2011년 이후 출산한 경우에는 50%로 증가했습니다.

경력단절을 겪지 않은 여성의 88.2%가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했지만,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17.0%만이 출산 전후 휴가를 썼는데요.

육아휴직도 출산 전후 휴가와 비슷한 사용실태를 보였습니다. 첫째 자녀 임신 전 취업 여성(비임금근로자 제외)의 21.4%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001년 이전 첫째 자녀를 출산한 경우 5.3%만이 육아휴직을 썼지만, 2011년 이후 출산한 경우에는 36.7%가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경력단절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48.5%였으나, 경력단절을 겪은 경우에는 8.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남녀 평균소득 20대까진 차이 미미…출산·육아 등으로 연령대 높을수록 격차 벌어져

남녀 평균소득 차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녀 평균소득은 20대까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 영향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최대 200만원까지 벌어졌는데요.

통계청의 '2017년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남성과 여성의 월평균 소득은 각각 337만원, 213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12만원), 3.5%(7만원) 증가했습니다.

중위소득은 남성이 262만원, 여성이 167만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소득 구간별로 보면 여성 근로자의 73.2%는 월평균 25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달에 85만원도 벌지 못하는 여성 근로자 비중도 20.5%였는데요.

반면 남성은 월 250만원 미만을 버는 근로자 비중이 47.4%로 여성보다 낮았습니다.

남녀 평균소득 차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심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남녀 평균소득 차이는 19세 이하에서는 5만원, 20대에서 16만원에 불과했지만 30대부터는 70만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후 40대와 50대에는 남녀 평균소득 격차가 165만~200만원까지 벌어졌는데요.

이 같은 격차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보다 커졌습니다. 2016년에는 4050대에서의 남녀 평균소득 격차가 166만~190만원이었습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평균소득이 남성보다 낮아지는 이유로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꼽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성은 40대에 평균소득이 416만원으로 가장 높은 반면, 여성은 30대가 269만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男 40대 평균소득 416만원으로 가장 높아…女 30대에 269만원으로 최고치

통계청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하면서 40대부터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이유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남녀 소득 격차가 심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종류별 남녀 평균소득을 보면 남성은 회사이외법인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425만원으로 가장 높았습는데요. 정부·비법인단체와 회사법인이 각각 420만원, 353만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여성은 정부·비법인단체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253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회사법인과 회사이외법인 근로자의 소득은 각각 233만원, 229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상당수 여성들이 자녀 돌봄이 집중되는 '독박육아'를 호소하고 있었는데요.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비정규직 여성의 일·가족 양립 실태와 지원 방안' 젠더그래픽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키우는 서울 비정규직 여성 1000명 가운데 80.7%는 결혼 당시 일하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취업자 비중은 첫 자녀 출산과 함께 39.8%로 '반토막'이 났는데요. 비중은 둘째 자녀 때 37.1%, 셋째 자녀 출산 이후 35.8% 등으로 낮아졌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결혼 당시엔 55.4%로 절반이 넘었지만 첫 자녀 출산 때 38.2%, 둘째 때 20.2%, 셋째 때 20.6% 등으로 급감했는데요. 반면 40.3%였던 비정규직 비중은 첫 자녀 출산 시 57.3%로 오른 뒤 둘째 자녀 출산 시엔 71.1%까지 치솟았습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짧은 시간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했지만, 주말·휴일 근무나 불규칙한 근로시간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돌봄은 오롯이 일하는 여성들의 몫이었는데요.

'자녀를 돌보는 일이 주로 나에게 부과되고 있다'고 말한 비율이 67.8%에 달했으며 '우리 가족은 집안일을 내가 담당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고 느낀다는 비율도 60.5%였습니다. 반면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잠깐 봐줄 가족·친지 또는 이웃·친구가 있다는 여성은 37.9%와 26.6%에 불과했는데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일터에서 여성들이 비정규직화하는 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워 퇴직해야 하는 직장환경 때문이다.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게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며 "돌봄서비스 운영 현실화와 야간이나 휴일 근무 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맞춤형 돌봄시설을 갖추는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신혼부부, 맞벌이하다 결국 '외벌이'?…소득 적은 외벌이 가장 "울고 싶어라"

국내 신혼부부의 절반가량은 맞벌이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벌이로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통계청의 '2017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남녀 모두 경제활동을 하던 신혼부부(초혼 기준) 13만8000쌍을 결혼연차별로 관찰한 결과, 결혼 3년차에 외벌이로 바뀐 부부는 5만7000쌍(25.4%)이었는데요.

맞벌이로 시작했던 커플의 넷 중 하나는 결혼 후 3년차에 외벌이가 되는 셈입니다.

결혼 전 경제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신혼부부 22만2000쌍을 뽑아 관찰한 결과, 결혼 1년차 땐 맞벌이 비중이 50.6%였다가 2년차에 45.2%, 3년차 43.2%로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통계청은 이 현상의 원인을 출산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하고 나서 3~4년차에 출산하는 게 자연스럽다"며 "출산과 임신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평균소득은 7199만원으로, 외벌이 부부의 4155만원의 1.7배 수준이었는데요.

맞벌이 부부의 소득은 7000만~1억원 구간이 25.7%로 가장 많았고 5000만~7000만원이 24.7%, 3000만~5000만원 구간이 20.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외벌이 부부의 경우 3000만~5000만원 구간이 34.6%로 가장 많았는데요. 이어 1000만~3000만원이 26.7%, 5000만~7000만원이 19.1% 순이었습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처분 기준으로 가구소득 8000만원의 중산층 남성 외벌이 4인 가구가 있다고 했을 때 이 가구 구성원의 연간 균등화가처분소득(평균 경상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으로 4000만원입니다.

즉, 중산층 전업주부의 경우 남성의 벌이에 따라 연 4000만원 내외의 경제적 효용을 누린다는 뜻인데요.

그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독박육아'가 있는 것처럼 남성 혼자 돈을 벌어오는 '독박노동'이란 단어도 회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을 외벌이 가장이라고 밝힌 직장인 박모(45)씨는 "비싼 집값에 더해 턱없이 부르는 전세보증금, 여기에 낮은 소득에 각종 대출상환 압박 등 40대 가장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며 "나처럼 소득이 적은 외벌이에, 자녀까지 많은 가장이 살아가기에 너무 힘겨운 세상"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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